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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후유증 없다"…국내 은행, 영국서 IB로 '영토 확장'

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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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만한 데 없다'…인프라·규제 등 대체지 없어

상업용 부동산 부실 영향 미미…IB 중심 영업으로 리스크 헷지

런던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THE LOOKOUT' 건물에서 내려다본 전경.

(런던=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영국 런던 금융특구인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

중앙은행인 영국중앙은행을 비롯해 JP모건, 씨티,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세계적 금융사들이 밀집한 이 곳에 국내 주요 은행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2020년 '브렉시트'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파운드화 추락, 물가 폭등, 경기 침체로 국제 금융중심지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채권 거래가 이뤄지는 유럽의 금융 수도답게 활기가 넘쳐났다.

국내 은행들은 영국이 수백년 간 일궈놓은 금융 인프라를 바탕으로 유럽 선진시장에서부터 신시장인 아프리카 대륙까지 투자은행(IB) 영토 확장에 올인하고 있다.

◇경제 침체 우려에도 여전히 금융허브 '매력'

올 초 영국의 반도체 업체 암(ARM)이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영국 금융시장은 발칵 뒤집혔다.

세계 최대 아일랜드 건설 업체 CRH도 상장주식을 런던에서 뉴욕증권거래소로 이전을 준비하면서 세계 금융의 중심지 런던의 쇠락이 뚜렷해졌다는 위기설이 확산했다.

높은 실업률, 10%가 넘는 최악의 인플레이션,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 하락과 금리 불확실성 등이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브렉시트 이후 본격적인 후폭풍이 시작됐다는 진단이다.

그럼에도 국내 은행들은 "아직 런던만 한 곳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우상현 신한은행 런던지점장은 "벨기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등이 대체 후보지로 거론되지만, 오랜 세월동안 닦아놓은 인프라는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면서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고, 합리적인 금융감독 체계를 갖췄다는 점,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과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 등을 고려해 글로벌 IB 들도 거의 런던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은행 수는 365개로 세계 최대로 전 세계 자금조달의 17.7%가 점유하고 있다.

국제 외환거래의 43%, 파생거래의 절반이 영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국제채권 거래량도 12.5%로 뉴욕(9.1%), 프랑크푸르트(5.0%)를 앞선다.

최근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가격이 급락하는 등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지만, 국내 금융사의 경우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우 지점장은 "유럽은 미국과 달리 15년 안팎의 인프라 장기 자산 투자가 주를 이루기에 리스크 헷지가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국내 금융사들의 유럽 부동산 펀드에 투자를 시작한 시기가 불과 얼마 안 되고, 규모도 작아 그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런던 금융시장이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영업 인프라를 갖췄다는 점, 영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금융개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우리銀, IB 딜 중심으로 자산·수익 견고한 성장

국내 은행들은 선진 금융시장에서의 활로를 IB 부문에서 찾고 있다.

리테일과 기업금융에 국한됐던 기존 해외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유럽에선 구조화 금융이나 신디케이트론을 위주로 IB 사업을 강화해야 비즈니스 기회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이 증권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런던은 은행 중심으로 금융이 발달한 곳이다. 때문에 론(Loan) 베이스의 IB사업을 구사하는 은행들이 터를 잡는 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우리은행은 1978년 일찌감치 영국에 진출했다.

기업금융의 강점을 바탕으로 런던에서도 현지 시장환경에 따라 딜 취급범위를 꾸준히 넓혀왔다.

우리은행은 2017년 런던에 첫 IB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유럽 내 IB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금융주선기관(MLA)으로 거듭나는 데 주력해 왔다.

작년부터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시장이 풀리면서 굵직한 딜들을 성사시키며 빠르게 볼륨을 키워나갔다.

지난해 4월 국민연금의 런던 UBS 사옥 인수금융(5천600만파운드)에 프라이머리 대주로 참여했는데, 딜에 참여한 시중은행 중 최다 금액을 유치했다.

영국 내 뿐 아니라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선박금융, 신재생에너지, 부동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은행 런던의 지난해 총자산은 20억달러로, 올해는 35억달러, 내년엔 40억달러까지 키우는 게 목표다.

전수일 우리은행 런던지점장은 "금리 불확실성에 대비해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으로 조달 라인을 다양화하고 있다"이라며 "마진율 높은 우량 기업과 기관 신디론 신규 유치에 힘쓰는 한편, 조달 수단 다양화를 통해 조달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신한銀, ESG까지 영역 확대…사업 딜 보폭 넓힌다

신한은행은 2019 IB데스크 설치한 지 2년 만인 2021년 그룹투자운용사업부문(GMS)을 설치해 증권운용 등 자본시장 기능을 강화했다.

유럽은 물론 미국, 중동, 아프리카 등의 채권도 사고 팔아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런던에 거점을 둔 것이다.

GMS 데스크 설치 이후 유가증권 투자한도가 7억달러에서 8억달러를 증가되기도 했다.

신한은행 런던 역시 IB 영업이 전체 기업대출의 53%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작년 말 기준 IB 관리자산 건수는 32건으로 3년 전의 3배로 불어났고, IB자산 관련 순익도 60억원에서 20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신한은행이 최근 힘주고 있는 부분은 ESG다.

국내보다 유럽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부분인 만큼 사업 확장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ESG가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한국 대표 금융기관으로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3일(현지시각) 런던에서 열린 제4회 한영 투자포럼에서 세계적인 비영리단체 아큐만(Acumen)이 조성하는 펀드에 참여, 2천만달러가량을 선순위 투자하기로 했다.

이 펀드는 사하라 인근 전력보급률이 낮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독립형 태양광사업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개도국 그린사업 보증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세계은행(WB), 녹색기후기금(GCF), 국제금융공사(IFC), 영국투자공사(BII)등 세계적 금융기관 및 국제기구가 참여한다.

우상현 지점장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ESG 리딩 뱅크로의 위상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관련 금융 사업 확장도 가능하다"면서 "영국시장에서 다른 한국계 은행과의 차별화를 위해 사업 영역을 더욱 다양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13일(현지시각) 런던에서 열린 제4회 한영 투자포럼에서 ESG 글로벌데스크와 관련한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hjlee@yna.co.kr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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