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세계 금융과 문화의 사실상 수도인 뉴욕에서 'K컬처'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미술에서 하이앤드 디저트 부문까지 까다롭기로 유명한 뉴요커의 취향을 사로잡고 있어서다. 뉴욕시의 중소기업 정책을 관장하는 주인공도 한국인이다. 역량 있는 대한민국 인재들이 K컬처 바람을 바탕으로 경제 부문 등으로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 식의 본고장에서 미국을 대표한 '리제(Lysee)'
미식의 본고장인 뉴욕에서도 하이앤드 디저트 부문은 경쟁이 치열하다. 요즘 대세는 로우 맨해튼에 있는 '리제(Lysee)'라는 페이스트리 전문점이다. 평일에도 예약이 없으면 아예 자리를 잡기 힘들고 수십미터의 대기 줄은 각오하고 찾아야 할 뉴욕의 명소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기와 등 한국의 전통적인 미를 재해석한 디저트 등으로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은지 오너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미 뉴욕타임스 등이 주목해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는 이은지 셰프는 지난 7일 프랑스의 '라 리스테(La Liste)'가 선정한 '2023 페이스트리 어워즈'에서도 '올해의 페이스트리 인재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의 라 리스테가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페이스트리에 시상하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라 리스테는 매년 전 세계 1천개 호텔과 레스토랑을 각각 선정해서 시상하는 권위 있는 기관이다.
올해의 페이스트리 인재상은 수상자가 5명이다. 미국, 태국, 사우디, 인도, 프랑스의 5개국에서 각 1명씩 수상했다. 한국인인 이 셰프가 미국을 대표하는 수상자가 된 셈이다.
<'라 리스테(La Liste)'가 선정한 '2023 페이스트리 어워즈'에서 '올해의 페이스트리 인재상'을 수상한 이은지 셰프>
◇ 82세 노화백도 뉴욕 화단에 화려하게 입성
"28만 청춘이냐 82도 청춘이다"라며 뉴욕 화단에 도전한 노화백의 기개도 뉴욕 화단을 사로잡고 있다, 50년 동안 한국 한지 미술의 탁월성을 세계에 알린 선구자 한영섭 화백이 그 주인공이다. 한 화백은 모두가 은퇴를 고려할 나이인 82세에 세계 미술의 중심인 뉴욕 화단에 이민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 정부도 한 화백의 탁월성을 인정해 이민을 신청한 지 2주일 만에 승인하는 등 적극 환영했다. 그의 독창성이 미국을 빛낼 정도로 뛰어나다는 이유에서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실험미술 특별전에 초대된 한영섭 화백>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뉴욕 화단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한국 화단의 어른으로 뒷방에서 남은 나날을 보내는 게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화백은 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서양화 부문에서 탁월성을 인정받았던 그가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한국의 전통적인 미를 담을 수 있는 한지에 눈을 돌릴 것도 도전 정신이 그려낸 걸작품이다.
그가 지난 1일부터 내년 1월7일까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실험미술 특별전에 초청작가로 선정됐다. 구겐하임은 사실상 미술의 수도인 뉴욕에서도 현대 미술의 메카로 인정받는 곳이다. 화가라면 꼭 한번은 도전해 보고 싶은 꿈의 전시 공간이라는 의미다.
이번 특별전은 2000년 백남준, 2011년 이우환 전시 이후 12년 만에 구겐하임에서 개최되는 한국미술 관련 전시다. 구겐하임이 한국의 미술을 그만큼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특별전에 참가한 화가 가운데 한 화백만 유일하게 뉴욕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82세 청춘 화가의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K컬처 최대의 후원자 가운데 한명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특별전을 찾아 노화백의 아름다운 도전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이 부회장은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 직접 노화백과 작품 앞에서 기념 촬영을 자청했다. 이 부회장은 세계 유명 갤러리 관장들을 노화백에게 일일이 소개하는 등 끝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도 '더 코리아 파운데이션 큐레이터십 펀드' 출범
뉴욕이 최고의 자랑거리로 여기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도 한국 인재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오는 20일 '더 코리아 파운데이션 큐레이터십 펀드' 사인회 및 리셉션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이날 행사는 미셸 B 김과 경아 박이 주인공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한국 미술의 탁월성과 품격을 인정해서 개최하는 행사의 성격이 짙다.
◇ 뉴욕시 중소기업 사령탑도 자랑스러운 한국인
뉴욕시도 거센 K컬처 바람을 인정하고 이를 경제 부문으로 연결하는 데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뉴욕한국문화원(원장 김천수)이 K컬처 바람을 경제 부문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뉴욕문화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첼시, 삼성전자의 플래그쉽 스토어 '삼성 837'에서 '한가위 코리안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뉴요커들이 구름처럼 몰린 가운데 한식 요리책 저자, K-뷰티, K-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소상공인에 대한 홍보가 활발하게 펼쳐졌다.
행사를 사실상 공동 주최한 뉴욕시 중소기업국 최고 책임자도 한국인이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이 가장 신뢰하는 참모 가운데 한명인 케빈 킴이 그 주인공이다. 케빈 킴은 명문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의 최고 실력자 가운데 한명이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중소기업 육성의 책임을 케빈 킴에게 맡긴 것도 그의 실력을 인정한 덕분이다.
◇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 확대' 입법 서둘러야
미국 정치권도 한국의 인재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한국 인재의 수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 출신이면서 한국계인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이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 확대'를 위한 입법을 주도하면서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영 김 의원은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인 제리 코널리(민주·버지니아) 의원과 공동 발의를 통해 해당 입법의 하원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방 상원에서도 마지 히로노(민주·하와이) 의원과 마크웨인 뮬린(공화·오클라호마)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영 김 의원은 연방 하원에서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소위원장을 맡아 정치적 무게감이 한층 실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능력을 갖춘 한국 국적자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쉽도록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를 따로 만들어 연간 1만5천개의 쿼터를 부여하는 법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입법을 위해 한인 유권자 풀뿌리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가운데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가 없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유권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권 분립이 엄격한 미국의 경우 백악관을 중심으로 하는 행정부보다는 법률 제정의 권능을 가진 의회를 통한 유권자 중심의 입법 로비가 필요하다는 게 김 대표의 진단이다.
<한인 유권자 풀뿌리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그는 한국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투표권을 가진 미국 시민권자들이 상·하원 의원 사무실에 직접 청원하는 등 좀 더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은 H1-B 비자를 통해 전 세계의 신청자를 대상으로 전문직 취업비자를 연간 8만개의 쿼터를 배정해 발급하고 있다. 연간 비자 발급 한도인 쿼터 수가 연 8만여 개로 제한된 탓에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캐나다(무제한), 멕시코(무제한), 싱가포르(연 5천400명), 칠레(1천400명), 호주(1만500명) 등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5개국에 대해 국가별 연간 쿼터를 별도로 부여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미국 상 하원을 통과할 수 있도록 미주 한인 사회는 물론 한국 정부도 힘을 모아야 할 듯하다.
법안 통과로 한 해 1만5천명의 역량 있는 한국 인재가 미국에 공급될 경우 K컬처 바람은 태풍이 돼 미국 경제계도 강타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은지 셰프, 한영섭 화백, 미셸 B 김, 경아 박, 케빈 김, 영 김 등이 그 증거다.(뉴욕특파원)
neo@yna.co.kr
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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