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량 감소에 절대금리 매력 부각…양극화 현상은 지속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크레디트물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회사채 발행 시장만은 비교적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데 이어 'AAA' 공사채까지도 약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발행량이 줄어들면서 희소성이 부각된 데다 절대금리 매력이 커진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공급의 불일치 속에서 회사채 발행물이 강세를 이어가곤 있지만 리스크가 부각되는 기업 혹은 산업에 대한 외면은 지속되면서 양극화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AAA' 공사채조차 투자자 외면…크레디트물 인기 주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한국장학재단은 5년물 채권 발행을 위한 입찰에 나서 500억 원의 수요를 확보했다. 당초 500억 원 안팎을 찍을 계획이었단 점에서 모집 예정액을 겨우 채웠다.
한국장학재단은 동일 만기의 정부보증채 민평보다 11bp 높은 수준을 형성하는 300억 원 수준에서 발행을 확정했다. 이후 200억 원을 추가 매출해 총 500억 원의 조달을 마쳤다.
공사채 시장 내 수급 부담이 이어지면서 공기업들은 민평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감수하는 것은 물론, 추가 매출 등으로 스프레드를 끌어내리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달 초 공사채 입찰에서 발행 예정액을 밑도는 수요를 모은 곳이 등장하는 등 녹록지 않은 투자 심리가 드러난 데 이어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채권 시장 약세는 공사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은행채와 여전채 등 전방위적으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이다.
은행채 역시 공급량 증가에 따른 스프레드 상승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겨냥해 변동금리부채권(FRN) 조달 등으로 대응하고는 있으나 나날이 전보다 높은 스프레드를 받아들여야 하는 실정이다.
여전사들의 조달 부담은 비교적 장기화하고 있다. 금융당국 검사로 랩·신탁 수요가 얼어붙은 데다 부동산 PF 문제가 부각되면서 관련 투자 리스크 등이 있는 여전사에 대한 기관들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다.
2영업일 전을 기준으로 했던 금리 기준점을 뒤로 미뤄 투자 매력을 높이는 등의 방식까지 활용하곤 했지만, 매수 기관을 찾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두 달여간 이어지고 있다.
반면 회사채 시장만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한화(A+)는 1천200억 원 규모의 그린본드(green bond) 수요예측에서 총 8천50억 원의 주문을 모았다. 2년물(500억 원)과 3년물(700억 원) 스프레드는 모집액 기준 각각 동일 만기 민평 대비 18bp, 17bp 낮게 형성됐다. 한화는 2년물을 1천400억 원(-8bp), 3년물을 1천억 원(-11bp)으로 증액하고도 민평보다 낮은 금리로 조달을 마쳤다.
같은 날 수요예측에 나선 우리금융에프앤아이(A-)도 상황은 비슷했다. 800억 원 모집에 4천150억 원의 수요를 모은 것은 물론 증액 발행을 하고도 민평보다 낮은 금리를 형성했다.
'AAA' 공사채조차도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은 분위기지만 회사채 시장의 경우 AA급은 물론 일부 A급까지도 민평보다 낮은 금리를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절대금리 매력에 물량 희소성 더해져…양극화는 관건
분위기를 가른 건 공급 물량이다.
공사채와 은행채, 여전채의 경우 최근 발행이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회사채는 이전보다 주춤해졌다. 민간기업의 경우 하반기 시장 부담을 예상하고 상반기에 선제 조달을 마친 곳이 상당한 데다 최근 국채금리 상승세를 보고 내년으로 미루는 곳도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고채 금리가 높아지다 보니 기업들 사이에선 이 금리에 찍느니 내년으로 미루자는 분위기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만기도래 물량을 여유 자금이나 은행 단기자금 대출 등으로 대응하면서 회사채 공급량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일부 발행물로 수요가 몰려 강세 조달이 가능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절대금리 매력이 부각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금리 기준점이 올라가면서 회사채 발행금리도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11일 찍은 SK 3년물 발행 금리는 4.4%로, 올 2월(4.07%)과 5월(4.19%) 찍은 채권보다 절대금리가 높았다. 삼척블루파워 등 일부 A급 채권의 경우 7%대 금리를 보이기도 했다.
발행사와 투자자의 눈높이 차이는 만기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 등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는 만큼 발행사들은 보다 짧은 만기를 선호하고 있다. 반면 투자자는 캐리 수익 등을 겨냥해 2, 3년물보단 5년물 등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기물에 따라서도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공급량 부족이 업황·기업 불안까지 잠재우진 못하고 있다. 펀더멘탈 혹은 업황 리스크가 드러난 발행사의 경우 비교적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인정받더라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는 미매각마저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삼척블루파워(A+)는 지난 7일 2천5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40억 원의 주문을 모으는 데 그쳤다.
지난 13일 수요예측에 나선 한국금융지주(AA-)는 모집액을 웃도는 수요를 확인하긴 했으나 민평보다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모집액 기준 2년물(600억 원)은 민평보다 19bp, 3년물(700억 원)은 14bp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금융지주는 2년물과 3년물을 각각 1천400억 원(+25bp), 1천250억 원(+23bp)으로 증액하고 보다 높은 스프레드로 금리를 확정했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비은행계 금융지주회사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최근 부동산 PF 리스크 등으로 증권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은행계 대비 비교적 완충 효과가 적은 비은행계 지주사까지 영향을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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