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 유일 '음향수조' 보유
2020년 9월 완공, 수중 소음 저감 연구 등 진행
(시흥=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에서 '알아주는' 방산 라이벌이다.
최근 한화오션이 8천억원 규모의 해군 차세대 호위함 건조사업 수주전에서 근소한 점수 차로 승리하자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갈수록 경쟁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한화오션에는 '있고' HD현대중공업에는 '없는' 것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방산업계에서 꿈의 시설로 불리는 '음향(音響)수조'다. 한화오션은 잠수함을 자체 개발해 수출하는 등 뛰어난 방산 기술력을 갖출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이걸 꼽는다.
◇한화오션의 자랑 '음향수조', 업계 '최초·유일' 보유
한화오션은 지난 15일 경기도 시흥에 있는 중앙연구원 내부(시흥R&D캠퍼스)를 국내 취재진에 공개했다. 2018년 건립된 이곳엔 3개의 대형 수조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음향수조다.
음향수조는 수중에서 음파를 이용해 대상 표적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설비다.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한화오션만 보유하고 있다. 방산 분야로 범위를 넓혀도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 STX엔진 정도가 전부일 정도로 극소수다.
[출처:한화오션]
수조는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으로 길이 25m, 폭 15m, 깊이 10m 규모다. 보통 8.5m 수준까지 물을 채워놓는데 대략 3천100톤 정도다. 물을 빼고 넣는 데에만 꼬박 3~4일이 걸린다고 한다.
한화오션은 2019년 수조를 설계하기 시작해 2020년 9월 완공했다. 2021년 4월 한차례 보강공사를 거쳐 현재 정상 운영 중이다. 건물 2층에서 내려다볼 수 있지만 수조 바닥은 지하 1층에 있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수영장과 비슷했다. 살짝 습한 공기가 피부에 와 닿았고 물 냄새도 느껴졌다. 한화오션은 이곳에서 수중에 여러 센서나 대상 표적을 넣고 음파를 쏴 음향적 특성과 굴절, 반사, 산란 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음향수조에서 수상함의 수중 방사소음 저감 기술인 '마스커 에어 시스템(Masker-Air System)'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공기분사 기술을 이용, 선체에 '에어커튼(Air-Curtain)'을 형성해 적에게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분사 설비를 가동하자 순식간에 수많은 공기방울이 선체를 둘러싸 함 내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바깥으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소음이 공기방울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연을 맡은 이원병 한화오션 함정성능연구팀 책임은 "공기방울을 분사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비교하는 연구"라며 "정확한 수치를 말하긴 어렵지만 분사했을 때 소음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잠수함 배관 내부의 유체 흐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저감하기 위한 '유체 소음기' 개발에도 음향수조를 활용하고 있다. 물이나 기름이 배관을 따라 흐르며 내는 소리 역시 함정의 주요 소음원 중 하나다. 수중 음향 특성 분석은 잠수함 내부 흡·차음재 개발에도 보탬이 된다.
이 같은 연구가 필요한 건 함정 특성상 수중 방사소음을 최소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상함과 잠수함에서의 소음은 적에게 위치가 노출될 가능성을 높여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이 책임은 "잠수함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은밀성"이라며 "특수선에서 소음은 생존을 위한 문제다. 시끄러우면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조선소 입장에선 '가장 조용한 배'를 만드는 게 큰 숙제다. 최근에는 각종 규제와 맞물려 군함 같은 특수선뿐 아니라 상선으로도 범위를 확대해 소음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험은 짧게는 일주일 내, 길면 몇 주씩 진행되기도 한다.
◇이중벽 설계·자동화 등 최첨단 설비…연구 정밀도↑
한화오션은 연구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수조 설계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외부로부터의 방진, 방음을 위해 가운데 공기층을 넣은 이중벽 설계를 적용했고 내벽 표면에 특수 재질을 넣어 불필요한 반사음이 차단되도록 했다.
수조를 약간 비틀어 완전한 직사각형이 아니도록 만들고 수심을 조금씩 다른 게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렇게 해야 음파가 벽에 닿으면 반사되지 않고 산란해 원하지 않는 신호가 계속 생기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지난 6월엔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전까지는 실험하려면 반드시 사람의 손이 닿아야 했지만, 지금은 사전 시나리오 입력으로 원하는 시간에 계측할 수 있다. 소음에 민감한 실험을 아무도 없는 조용한 새벽 시간에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 한화오션은 인위적으로 저주파수를 발생시키는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파라메트릭 어레이 시스템(Parametric Array System)' 개발에도 음향수조를 활용했다.
해군 작전에서 음향 재료의 특성을 분석·적용하는 것은 탐지/피탐지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잠수함이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 음파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음파를 활용한 탐지·분석이 잠수함의 작전 성능과 생존성을 높여주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유다.
다만 탐지/비탐지에서 다루는 음파의 주파수 대역은 해양이 아닌 수조같은 한정된 공간 내에서 다루기 어려운 저주파 대역이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개발에 성공해 원하는 주파수를 맞출 수 있다.
sjyoo@yna.co.kr
유수진
sj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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