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예나 기자 =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지면 2021년 헝다 사태 때보다 더 큰 경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헝다 디폴트 여파로 작년 중국 주택시장에서는 3대 민간 부문 업체 중 하나였던 수낙차이나를 포함해 수십 개의 개발업체가 연쇄적으로 파산한 바 있다.
WSJ은 자금 낭비성 경영 습관으로 파산한 헝다(恒大·에버그란데)와 달리 비구이위안의 문제는 투자자들과 주택구매자들이 부동산산업에서 빠져나가는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비구이위안은 호경기에 중국 성장 엔진 역할을 했던 농촌 도시와 공업 지역에 집중해 투자했다. 다만 현재 이 지역들은 정부 재정 경색과 주민 이탈 가속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개발업체 파산으로 인한 여파를 흡수하기 어려운 상태다.
바클레이즈는 보고서를 통해 "비구이위안은 헝다만큼 부채가 많지 않아 주택침체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비구이위안마저 지난달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장에 남아있던 작은 신뢰를 흔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30일 기준 비구이위안은 수백만 가구를 포함하는 3천개 이상의 부동산 프로젝트에 관여했다. 팔렸지만 인도되지 않은 주택, 공급업체에 빚진 돈, 은행 부채 및 채권 등을 포함해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부채의 규모는 1천860억달러(약 246조4천500억원)이며 대부분은 만기가 1년 이내다.
올해 상반기 비구이위안은 부동산 개발 및 여타 부문 자산을 상각한 뒤 70억달러에 달하는 상반기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달 미 달러화 채권 2종에 대해 2천250만달러(약 298억원) 이자 지급 기한을 놓쳤지만 30일간의 유예기간 안에 이자를 지급해 채무불이행을 피했다. 중국 본토의 비구이위안 채권자는 유동성 문제가 해결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위안화 표시 부채 일부에 대해 지급 기간 연장을 승인했다.
지난달 비구이위안은 투자자들에 계속 영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으나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비구이위안은 일단 자사가 사전에 판매한 주택을 완공하고 인도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언급했다. 이는 현재 에스크로 계좌에 보관된 현금을 확보하고 부채 상환에 사용될 수 있다.
중국 신용조사업체 YY레이팅 설립자인 야오위는 "비구이위안의 추가적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디폴트를 피하더라도 규모를 대폭 축소하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중국 거대 민간 개발업체의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산업 문제가 소비자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며 이미 오랫동안 지속된 부동산 부문의 침체를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인 케네스 로고프는 부동산 산업 전체가 어려움에 부닥쳐 있으며 특히 중소도시에서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년간 건축을 지나치게 많이 해 엄청난 주택공급과잉이 초래됐다며 부동산 시장에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대부분 재산이 붕괴할 수 있는 와중에 중국인들이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nhong@yna.co.kr
홍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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