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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간소화법 또 좌절…의료계 반대에 정쟁까지

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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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환자가 병원에서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실손보험 간소화법(보험업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간소화법은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됐으나 계류됐다. 지난 18일 열릴 예정이던 전체 회의로 논의를 미뤘으나 여야의 정쟁으로 회의가 무산되면서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보험 가입자가 병의원에서 진료·결제 후 현장에서 신청하면 병의원이 진단서와 영수증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전자문서로 중간 정보처리기관에 보내고, 기관은 이를 보험사에 보내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13일 법사위 회의에서 개정안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강력한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박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의료법, 약사법 등과 충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법에선 환자 정보의 열람이나 제공을 제한하고 있는데, 보험업법 개정안은 관련 정보를 제공해 의료법 취지와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의 주장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의료계는 환자 진료 정보 등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내세워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반대

(서울=연합뉴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의협) 상근부회장이 12일 국회 앞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2023.9.12 [대한의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법안이 지난 법사위 회의에서 계류되고 18일 전체 회의로 미뤄졌으나, 이번에는 여야 간 정쟁이 암초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 도중 병원 이송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상임위원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올라갈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업계에선 실손보험 간소화법이 올해도 도입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의료계의 반대가 여전하고 남은 21대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적다는 설명이다. 여야는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마치고 내년 4월 치러질 총선 준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10월 국감을 거치면서 올해 안에 법안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작아졌다"며 "내년 총선까지 고려하면 여야 간 정쟁이 이어질 것이고, 이 부분도 실손보험 간소화법 도입이 불투명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제도 도입 이후 병의원이 중개 기관에 전송하는 정보는 현재 종이 서류로 받는 내용과 같기 때문에 간소화로 개인정보가 더 많이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보험업계에선 의료계가 병의원 운영 정보가 특정 기관에 쌓이면 향후 의료비 인하 압박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겉으로는 개인정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보험금 청구 정보 등이 쌓이면 나중에 보험료 인하 압력 및 보험금 통제가 생길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걱정이다"며 "이미 종이 서류로 받는 내용을 전산화하는 것인데 우려가 과한듯하다"고 설명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지난 2009년 국민 권익위원회가 권고한 이후 14년째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법안이 공전하는 사이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21~2022년 청구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연평균 2천5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작년 말 기준 3천997만 명이며 연간 청구 건수는 1억 건을 넘는다.

nkhwang@yna.co.kr

황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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