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금융감독당국이 위기 상황에서 은행들이 잠재적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말부터 은행을 상대로 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한다.
스트레스테스트는 기본, 심각, 위기 등 상황별 시나리오를 두고 경제 환경 변수가 바뀔 때 금융 시스템이 받게 되는 잠재적인 손실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작년까지는 단순히 은행의 잠재 손실 규모를 측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에 따른 대응력까지 염두에 두고 테스트를 진행한다.
특히 미국의 긴축 지속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의 글로벌 경제 상황 변화와 실리콘밸리은행(SVB) 및 크레디트스위스(CS) 등 금융사 파산에 따른 영향 등도 고려 대상이다.
금감원은 은행권과 스트레스테스트에 대한 방법론 등을 논의하고, 추가 시뮬레이션 테스트와 해외 사례 등도 포함해 진행 한 뒤 결과를 보고 내년 말께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 방향과 일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스트레스완충자본은 경기대응완충자본(CCyB)과 마찬가지로 은행과 은행계 금융지주에 적용되고, 은행과 금융지주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최대 9%, 유럽은 4% 수준의 스트레스완충자본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과 은행계 금융지주는 내년 1%의 경기대응완충자본에 더해 스트레스완충자본을 적립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수 있으나, CET1 비율의 경우 증자 혹은 이익 유보를 통해 자본을 쌓아야 한다.
국내 은행의 경우 자본 여력이 충분한 수준이나, 금융지주는 추가 자본 적립의 필요성이 커지게 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은행계 금융지주 8곳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2.83%로 작년 말보다 0.23%포인트(p) 올랐고, 은행 20곳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4.18%로 같은 기간 0.67%p 상승했다.
CET1 비율은 시스템적 중요은행·지주가 8%, 이에 해당하지 않는 곳은 7%를 최저적립 필요 자본비율로 둔다.
내년 5월 경기대응완충자본 1%에 더해 연말 스트레스완충자본까지 적용된다면 시스템적 중요은행·지주는 9%+알파(α), 이외의 은행·지주는 8%+α의 CET1 비율 최소 수준으로 둬야 한다.
2분기 기준 CET1 비율은 시스템적 중요은행·지주 중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11.95%, 지방금융지주 중에서는 DGB금융지주가 11.26%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스트레스완충자본이 1~2% 수준으로 부과된다고 가정해도 최저 자본 비율에 대한 지주들의 자본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향후 충당금 적립 등 은행 실적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부담과 주주환원 요구 등 금융지주가 이익 잉여금을 쌓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이 처음이기도 하고, 해외의 자본 적립 방법과 국내의 방법이 다른 만큼 이번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한 파일럿 시험 이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제도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ylee3@yna.co.kr
이수용
sylee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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