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동결제도 두고 "범죄 신속대응" vs "재산권 침해" 의견 분분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김정각 금융위 증권선물위 상임위원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9.21 scoop@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불공정 거래와의 전쟁을 선포한 금융당국이 자산동결제도 도입 등 조사권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당국의 조사 권한이 강화되면 불공정 거래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지만, 일각에선 감독 당국이 권한을 오남용해 재산권 침해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금융위가 발표한 불공정 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에는 향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자산동결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이 담겼다.
금융위·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범죄에 연루된 계좌의 자산을 조기에 동결해 추가 불법행위를 막고 범죄수익 은닉을 막겠다는 목적이다.
자산이 동결되면 신규 금융거래나 기존에 보유 중인 금융상품·예탁금 등 자산을 처분할 수 없게 된다.
금융당국은 조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계속 일어나도 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금융당국의 제재 수단이 제한적이라 자산동결 권한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시세조종 등 3대 불공정 거래 시 이익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내년 초 시행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금전 제재를 통해 재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정각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상임위원은 "자산동결 제도와 관련해 조사·심리기관협의회(조심협)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하며 고민했지만 (범죄 혐의자의) 이해관계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불공정 거래 조사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자산동결제도 도입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감원의 불공정 거래 1건당 조사 기간은 2019년 190일에서 2022년 323일로, 조사 중이거나 대기 중인 사건은 2019년 153건에서 2022년 415건으로 급증했다.
불공정 거래 사건 하나를 조사하는 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셈인데, 사건이 수사기관으로 넘어갔을 땐 이미 피의자가 범죄수익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홍콩, 캐나다 등 주요국에선 금융당국의 자산동결 권한을 인정하고 있는 점도 금융당국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권한 확대를 둘러싼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금융당국에 수사기관이 갖는 자산동결 조치 권한 등을 부여할 경우 재산권 침해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금융위·금감원 공동 조사 시 강제 조사나 영치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는데, 이를 두고도 권한 오남용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범과 단순 범죄 가담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조사 초기에는 계좌동결 조치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당국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시장의 우려를 의식해 자산동결 제도에 관한 구체적인 시행 방법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선 검찰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산동결 조처를 할 수 있는데, 금융당국은 이런 점을 고려해 제도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자산동결 조치 시 영장을 청구하는 해외 사례도 참고한다. 일례로 미국은 증권관계법을 위반하거나 위반할 위험이 있는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 청구를 통해 법원에서 재산 사용·처분의 제한 또는 금지명령을 받는다.
김 상임위원은 "불공정 거래 정황 발견 시 신속하게 재산을 동결한다는 데 제도 목적이 있긴 하지만 재산권 행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면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증선위원장의 긴급 조치 형식으로 자산동결 조치를 허가받는 방법이 유력하나 사법 체계에선 영장주의가 주요 원칙인 만큼 영장 청구 등을 포함해 여러 방법을 두루 검토해서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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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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