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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정선영 특파원 = 스위스의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인 2%를 밑돌았지만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했음에도 앞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SNB는 설명했다.
21일(현지시간) SNB에 따르면 스위스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6%를 기록해 스위스중앙은행(SNB)이 물가안정성과 동일시하는 0~2% 범위로 들어왔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지난 6월보다 낮췄다.
올해와 내년 여름에 인플레이션이 2.2%를 기록한 후 2025년 초에는 2% 바로 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완전히 대조적인 상황이다.
토마스 조던 SNB 총재는 이날 금리를 1.75%로 동결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은 최근 몇 달 동안 더 하락했고, SNB가 물가 안정성과 동일시하는 범위로 들어온 것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임대료와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향후 몇 달 동안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수 있지만 스위스의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도 약간 감소했다고 그는 언급했다.
인플레 목표치를 벌써 달성했으니 스위스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 선언을 가장 먼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위스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던 총재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전망은 3개월 전보다 나아졌지만 물가가 다시 하락할지는 불확실성이 많다"며 "에너지 가격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짚었다.
조던 총재는 "그래서 면밀히 관찰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12월에 긴축적 통화정책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2% 물가 목표치를 달성하고도 스위스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SNB는 에너지 가격이나 임대료 상승 등에서 발생하는 2차 파급효과에 주목했다.
조던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당한 상승 위험이 남아있다"며 "많은 국내 상품과 서비스에서 2차 효과를 계속 관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반적인 임대료 상승폭이 얼마나 클지 평가하기 어렵다"며 "조건부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전망 기간이 끝나는 부분에서 2% 바로 밑에 있기 때문에 에너지 공급이나 2차 파급효과 증가와 같은 작은 지장이 생겨도 다시 중기적으로 물가안정 범위 이상으로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다.
조던 총재는 인터뷰에서 "현재 에너지 가격은 단기적으로 상대적으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부터 2024년까지의 인플레이션 상승에도 에너지 가격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스위스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제조업이 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기 침체가 오면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강하게 약화시킬 수 있고, 현재까지의 통화긴축이 얼마나 더 강하게 인플레이션을 약화시킬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다고 조던 총재는 설명했다.
연합인포맥스
달러-스위스프랑 환율 영향도 주목할 만한 변수다.
조던 총재는 통화 여건이 6월 이후 스위스프랑 강세로 다시 다소 긴축됐다고 봤다.
스위스프랑이 좀 더 강세를 보이면서 해외로부터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졌다고 조던 총재는 설명했다.
달러-스위스프랑 환율은 지난 6월에 0.90프랑대였다 7월에 0.87프랑대로 하락한 후 8월에도 어느 정도 유지됐다.
다만, 스위스프랑 환율은 9월들어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은 금리 동결 발표 이후 달러-스위스프랑 환율이 0.90프랑대로 급등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 발표에서 필요시 외화 매도에 초점을 맞춘 환시 개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던 총재는 지금까지의 통화정책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지속가능한 물가안정 범위 내에서 유지하기에 충분한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속가능한 물가 안정을 확인할 때까지 인플레이션 승리 선언을 미룬 것으로 볼 수 있다.
스위스중앙은행의 사례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달성해도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즉,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장기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스위스중앙은행이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조던 총재는 "인플레이션 전망이 3개월 전보다 약간 낮아졌고, 이제 낮아진 인플레이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3개월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상황을 파악한 다음 긴축을 할지, 하지 않을지에 대한 새로운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정선영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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