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윤은별 기자 =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기조가 명확해지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국고채 금리가 상단을 높여가는 상황에 한은도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가세한다면 시장에 추가 약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선 연준의 매파 기조와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의견이 모인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후로 일부 금융사 리서치센터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지연했다. 빠르면 올해 말이라는 예측도 나왔던 전망이 수정되는 모습이다.
이달 FOMC 회의 때 연준은 금리 인하 시점 이연과 강도 축소를 시사하는 결과를 내놨다. 점도표상 2024년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1%로, 6월 전망(4.6%)보다 0.5%P 높아졌다. 2025년 전망치도 3.9%로 6월 전망 대비 0.5% 상승했다.
◇ 韓 금리 인하, 내년 하반기로 밀리나
이에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도 내년 하반기까지 밀려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한국은행이 내년 2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봤는데 이보다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물가와 가계부채, 해외 여건이 모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시점도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단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어 한은의 첫 금리 인하 시점도 가까운 시간 안에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3분기에는 연준이 인하를 실시해 100bp 정도 낮출 수 있는 기대를 유지한다"면서 "국내 통화정책 기대 또한 내년 상반기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한국의 인하 시점은 내년 7월 정도로 이연한다"고 밝혔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은의 최초 금리 인하 시기는 3분기, 7월로 전망해오고 있다"면서 "연준의 내년 첫 번째 인하가 6월이나 돼서야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먼저 내리기는 힘들 거라 봤다"고 말했다.
FOMC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더불어 물가 리스크도 재차 커지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를 등락하며 9월 물가 지표에 대한 우려도 크다.
박석길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측면에서 유가 우려가 크다"면서 "아직 근원 인플레이션까지 전이가 된다는 증거는 없지만,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2%에 근접하는 타이밍이 최소 3달가량 미뤄진 듯하다"고 말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과 한은 모두 내년 2분기쯤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하 시점이 다소 이연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연준도 유가 때문에 금리 인하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 1차,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차례로 물가가 급등하는 두 봉우리가 생겼는데 이러한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나온다"면서 "또한 미국은 12월에 물가 상승률이 계절적으로 올라가서, 유가가 계속 높으면 헤드라인 CPI가 4% 이상으로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1분기 무렵으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내년 1분기 말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 성장 경로상 내년 상반기에 경기 둔화 흐름이 나오면서 인하 논리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회의적…현 수준 길게 유지
FOMC가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둔 상황이지만, 연구원들은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점도표상 올해 추가 1회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들이 12명으로 유지됐고, 파월 의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채권 연구원은 "연준의 매파적 행보에도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미국은 파월 의장도 언급했듯 예상보다 경제가 견조하고 이를 근거로 금리를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제가 견조한 상황이 아니고, 지표상으로 보이는 펀더멘탈 자체가 미국과 크게 차이를 보인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현 수준 자체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면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 지연의 주요 요인으로 부각된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대응 태세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의 연착륙이 '자신이 한은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라고까지 강조하며 강한 관리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김성수 연구원은 "지금 한은이 물가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계부채 문제다"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를 최대한 내리지 않는 카드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물가가 일부 잡힌다고 하더라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바로 내릴 것 같지 않다"며 "현재 금리도 긴축적인 레벨로 판단하고 있어서 해당 수준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는 것이 지금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제일 적절한 선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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