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AtwI-MfbiX8]
※ 이 내용은 9월 21일(목)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정선미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원화 가치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상반기에는 높겠지만 하반기에는 내리는 '상저하고'를 예상했는데 이런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구요.
[정선미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달러-원 환율은 올해 초를 제외하면 다소 넓은 박스권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1,250원에서 1,350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는데요, 8월 들어서는 1,300원 아래쪽으로는 아예 내려가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연말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또 이런 상황이 길어지자 1,200원대까지 내릴 수 있다고 봤던 일부 외국계 은행이 9월 들어 많게는 100원가량 환율 전망치를 올렸습니다. 연말에도 1,300원 초중반의 달러-원 환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일부 은행이 전망을 수정한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경제, 특히 반도체와 무역수지, 금융시장 등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에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어떤 은행들이, 환율 전망치를 얼마나 높게 제시했는지 얘기해주시죠.
[기자]
네. 제시된 표와 함께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한 달 사이 가장 많이 전망치를 올린 은행은 HSBC로 4분기와 내년 1분기, 그리고 2분기 전망치를 모두 100원씩 올렸습니다. 노무라 역시 1,200원대로 봤던 3분기, 4분기 환율 전망치를 1,300원대로 올렸고, 3분기 전망치는 90원 올렸습니다. 미국 투자은행인 웰스파고 전망도 비슷합니다.
그리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바클레이즈, 캐나다의 RBC캐피털마켓츠 등이 모두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1,300원대 환율을 예상했습니다.
이들 은행이 달러-원 전망치를 높인 이유는 달러화 강세 기조가 지속되는 점, 그리고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큰 중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회복이 부진하다는 점 때문입니다.
실제로 HSBC가 지난 6일에 발표한 외환 보고서의 제목은 '왕의 귀환'입니다. 그러면서 달러화가 올해 말은 물론 내년 말까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원화 전망치만 낮춘 것이 아니라 달러-위안 연말 전망치는 당초 7.1위안에서 7.3위안으로 올렸고, 달러-엔 전망치는 135엔에서 150엔으로, 유로-달러 전망치는 1.15달러에서 1.05달러로 조정했습니다.
[앵커]
지난 8월에 1,300원대의 높은 환율이 지속되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9월에는 아예 전망치를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이유를 제시하고 있습니까.
[기자]
HSBC의 전망을 한번 보겠습니다. 조금 비장한데, '희망을 잃지 말라'가 제목입니다.
HSBC는 먼저 지난 6월에 원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돌아섰다는 점을 언급합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해외에 자회사를 둔 한국 기업의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 부담을 완화하면서 대규모 배당이 유입된 것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세, 수출의 위축세가 바닥을 찍은 점 등을 그 이유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이후에 일시적인 문제가 약간 발생했다고 HSBC는 지적합니다. 시중 은행이 보유한 이란 동결자금의 환전 이슈가 나왔고, 7월에도 수출 성장률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HSBC는 그러면서 8월에는 IT 수출이 다시 회복하기 시작됐다면서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IT업계의 다른 부분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산업 전반을 주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내용 자체는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는 것 같군요
[기자]
네. 달러 인덱스 상승을 반영해 달러-원 전망치도 상향 조정했지만, 원화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HSBC는 덧붙입니다. 아시아의 다른 저금리 통화에 비해 낫다는 건데 내년에는 세계 최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 WGBI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또 단기적으로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약세를 보인다면 한국은행이 개입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달러-원 환율의 연중 고점은 1,343원인데 국내 외환딜러들은 한국은행이 스무딩 오퍼레이션, 즉 미세조정을 통해 1,340원을 단단하게 방어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달러-원 전망치가 다소 높아진 것은 맞지만, 국내적인 이슈보다는 달러화 강세가 원인이다라는 설명인 것 같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제가 모든 은행의 전망을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1,200원대 전망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연말 전망치는 1,250원이었고, 일본의 MUFG은행은 4분기 1,280원으로 봤습니다.
또 크레디트아그리꼴(CA) 역시 4분기 1,280원으로 예상했습니다.
NH선물의 김승혁 연구원은 외국계은행 약 20곳의 전망을 모두 취합해 평균을 낸다면 여전히 1,200원대일 것이라면서 1,300원이 대세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실제로 환율이 1,240원까지 내려간 적이 있고, 1,300원대로 올라온 적이 두세달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말에는 다시 1,200원대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이렇게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가 침체가 전혀 없는 노랜딩, 즉 무착륙보다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소비와 고용이 돌아서면서 연말에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11월에 한 번 더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는데요, 실제로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크다고 본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올해, 그리고 내년 초까지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지금 주목해야 할 이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단기적으로는 위안화의 움직임, 수출과 무역수지, 외국인의 주식 투자 등이 중요합니다.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 즉 대리통화로 알려져 있는데, 중국 위안화에 대한 약세 베팅이 어려울 때 규제가 덜하고 방향성도 비슷한 원화에 대신 베팅한다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원화가 위안화와 거의 연동해서 움직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우려가 제기됐던 지난 8월의 상황을 떠올려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역외 즉 홍콩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위안(CNH) 환율은 지난 8일에는 7.3682위안까지 올라 연고점을 찍었습니다. 역외 위안화 시장이 생긴 2010년 이후 지난해 10월 하순(7.3749위안)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앵커]
몇년 전만 해도 포치라고 해서 중국 당국이 7위안이 뚫리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상당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지금은 환율 레벨이 많이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맞습니다.
위안화 약세가 심해지면서 중국 당국이 나서고 있기는 합니다.
강력한 구두 개입을 내놓기도 했고, 홍콩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해 위안화 유동성 자체를 고갈시키도 했습니다. 위안화를 빌려서 매도하는 비용을 높이는 것입니다.
또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인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일부 대형은행에 고객들의 달러 매수를 미루도록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휴를 앞두고 해외 여행 등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환율 변동성을 줄이려는 조처로 보입니다.
인민은행은 은행간 외환거래시장의 외환 포지션을 곧바로 정리하지 말라고도 요청했습니다. 고객에게 달러를 팔고도 달러 매도 포지션을 줄이는 것을 늦추는 장부상 조치로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을 덜겠다는 취지입니다.
기업이 6천만달러 약 633억원의 달러를 매수할 경우 인민은행의 승인을 받도록 하라는 지시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두번째 재료인 우리나라 무역수지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무역수지는 달러의 수급과 직결됩니다. 무역흑자가 늘어나면 달러화 공급이 늘어 원화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죠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6월부터 3개월 동안 흑자를 보였습니다. 문제는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들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고, 수출이 작년 10월부터 전년동월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달에도 1일부터 10일까지 집계된 무역수지는 16억4천400만달러 적자였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했습니다.
무역수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사이클 역시 바닥에 가까워졌지만 낙관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한군데 더 말씀 드리자면 BNP파리바는 연중 스마트폰 출시 사이클 덕분에 단기적으로 전자제품 수출이 계절적으로 반등할 수는 있지만 겨울로 가면서 에너지 수입량이 다시 늘어나면 부정적 계절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역조건이 원화에 미치는 부담이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원화 약세는 정점을 찍었지만, 전반적인 경기 사이클이 반전되는 분명한 신호가 있을 때까지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봤습니다.
덧붙이자면 BNP파리바가 에너지 수입량을 언급했는데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는 점도 문제입니다. 에너지를 모두 수입에 의존해야 입장에서 고유가는 무역수지에 악재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지속시켜 연방준비제도가 긴축정책을 더 오래 끌고 가도록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정선미 기자]
(연합인포맥스 금융시장부 정선미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smjegon@yna.co.kr
정선미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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