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전 금통위원 "에너지 등 비근원 요소, 과거처럼 물가 낮추지 않아"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은별 기자 = 한국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팬데믹 이전 초저금리 추세로의 복귀는 편익보다 비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박기영 전 금융통화위원은 에너지 등 근원 물가에 해당하지 않는 요인들이 과거처럼 물가를 낮추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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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2일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최한 '금리 기조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과 민간 부채' 콘퍼런스에서 "(팬데믹 이후) 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저금리를 반복하게 하는) 통화정책의 위험은 어느 정도 제거가 된 것 같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높고 저금리와 부채 확대의 악순환 재발 방지 등도 고려해야 하므로 팬데믹 이전의 저금리 추세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팬데믹 이전의 초저금리 추세로의 복귀는 편익보다 비용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한국은행 신임 경제연구원장이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지난 14일에 취임했다.
이 원장은 최근 화제가 됐던 중립금리(R*)에 대해선 거시건전성 정책 대응에 따라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적절하게 디레버리징이 이뤄진다면 중립금리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구조적 변화에 따른 중립금리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정책적 함의만 보면 중립금리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요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립금리를 전적으로 추종하는 통화정책은 위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중립금리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게 통화정책 시행의 벤치마크가 됐기 때문인데, 사실 중립금리는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냐에 따라 불확실할 수 있다"면서 "이를 전적으로 추종하는 통화정책의 위험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보완적인 것을 활용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원장은 중립금리에 대한 과거와 최근의 논의 등을 소개했다.
중립금리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금융규제 완화와 소득 불평등 확대로 부채가 누적됐는데 이는 주요국의 장기간 완화적 거시정책을 불렀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경제 주체의 레버리지를 확대해 자산시장에선 거품이 형성되고, 이후 거품이 붕괴하고 경기가 악화하면 다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저금리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내용의 '통화정책의 이력 효과' 개념 등을 이 원장은 소개했다.
한국은행
이날 이 원장과 함께 토론에 참여한 박기영 전 금통위원(연세대 교수)은 과거처럼 에너지 등의 요소가 물가를 낮출 가능성이 작은 상황에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금리 기조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은 "2010년대 중반이나 코로나19 전처럼 에너지 등 비근원 요소가 물가를 낮추는 데 기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던 2015년대 중반 등을 보면 에너지, 원자재 등의 비근원 요소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크게 낮췄다. 현재는 분절화, 기후변화,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에서 더 고민해야 할 측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구조 변화는 한은의 장기 물가 목표와 금리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득 계층별로 달리 나타나면서 불평등을 재생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전 위원은 "고소득층은 소비를 줄이면서까지 부채를 지고 그것을 실물자산을 획득하는 데에 쓴다. 반면 소득 하위 계층은 가계부채를 얻기도 힘든 와중에 얻은 부채를 소비 유지와 생계유지에 쓴다"면서 "부채의 접근성과 상이한 용도가 자산의 불평등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또한 "개별 주체는 '집을 살 시기'라고 생각해 합리적으로 사고, 전세는 일종의 투자 방식이 되면서 개별 레버리지가 높아져 자산 가격을 폭등시켰다"면서 "이는 총수요 감소, 불평등 확대 기제로 작동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집값과 출산율 간의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은 "최근 주택 가격이 올랐을 때 결혼 확률, 출산율(이 낮아지는) 인과관계의 연구가 슬슬 나온다. 자산 가격 디레버리징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ebyun@yna.co.kr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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