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화물 매각까지 고려…대한항공, 끝까지 '최선' 다하는 이유

23.09.25
읽는시간 0

10월 초 EU 최종 결정 앞두고 시정조치안 제출

조 회장의 '굳은' 인수 의지…딜 무산시 악몽 재연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박준형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관련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한 10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한항공은 EU 경쟁당국의 요구에 맞춰 경쟁 제한성 해소방안을 마련하는 등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번 주 초 EU에 최종 시정조치안을 제출한다.

여기엔 항공사 경쟁력에 직격탄인 알짜 노선·슬롯 포기는 물론,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까지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한항공이 EU 측으로부터 '오케이' 사인을 받기 위해 사실상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한다고 봐도 무방한 대목이다.

◇조 회장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결합 승인에 '총력'

대한항공의 인수 의지는 이번 딜을 진두지휘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조 회장은 2020년 11월 산업은행의 제안으로 아시아나 인수를 결심한 이후 약 3년 동안 변함없이 인수 작업에 집중해 왔다.

직접 입을 뗀 경우도 여러 차례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총회 참석차 방문한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외신과 인터뷰를 갖고 "우리는 여기(아시아나 인수)에 100%를 걸었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6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찾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는 EU 집행위원회가 양 사 합병 시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4개국 노선에서 여객 운송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내용의 중간 심사보고서를 대한항공에 통보했던 때다. 여기엔 유럽 전 노선에서 화물 부문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겼다.

이런 이유로 심사가 장기화하고 딜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자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는 해외 항공사 관계자들과 만나 신규시장 진입을 설득하는 등 기업결합으로 인한 독과점 해소 작업에 '진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모두가 이를 응원하는 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해외 경쟁당국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경우 기업결합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산은이 아시아나 매각을 추진한 건 단순 최대주주 교체가 아니라 국내 항공업계 재편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제고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아시아나 인수'만을 겨냥해 핵심 노선과 슬롯을 다 넘기고 화물사업까지 매각하면 되레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다. 산은도 내심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한항공 역시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를 두고 사실 대한항공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과를 떠나 무조건 '고(Go)'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란 얘기다.

대한항공에 아시아나 인수는 최근 3년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추진해온 과제다.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 투입한 시간과 에너지,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지난 4월 기준 국내외 법률 자문료만 1천억 원을 넘겼다.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싶은 게 당연하다.

업계 맏형으로서 국내 항공 산업 재편에 앞장선다는 의미도 있다. 항공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대비 항공사 수가 많아 일부 정리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각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숫자를 줄이고 덩어리를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산은, 딜 계기로 한진칼 주요 주주 등극…지분율 10.6%

이게 전부가 아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대한항공으로선 설령 EU·미국의 불허로 인수가 무산된다 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시아나 인수가 대한항공 단독 결정이 아닌 산은과 합의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앞서 조 회장은 2020년 말 아시아나 인수를 약속하며 산은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는 KCGI가 중심이 된 3자연합과 경쟁하듯 한진칼 우호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때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사실상 백기사로 등장하며 조 회장은 경영권 리스크를 떨쳐낼 수 있었다. 현재도 산은은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아시아나항공 딜 구조

[출처:산업은행]

실제로 이번 아시아나 딜은 산은이 한진칼에 우선 8천억원을 지원하고, 한진칼이 이를 바탕으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설계됐다. 산은이 '한진칼을 거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지원한다는 얘기다. 이에 KCGI가 왜 대한항공 아닌 모회사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지 의문을 표했지만 결과를 바꾸진 못했다.

당시 업계에선 산은과 조 회장이 서로 '윈윈'할 방법을 찾았다는 해석이 많았다. 산은으로선 주요 그룹이 모두 거절한 아시아나를 인수할 주체를 확보하고, 조 회장 입장에선 지긋지긋한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딜이 깨지면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렸지만, 산은 지분이 적대 세력에 넘어갈 경우 언제든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한진칼은 델타항공과 호반건설, 팬오션 등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주가 여럿이다.

최근 한진칼이 서소문 사옥과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자 이를 아시아나 딜 무산과 연관 짓는 시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산은이 보유지분을 팔고 나가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물론 아직까진 시나리오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능성이 '제로'인 건 아니다. 따라서 조 회장 입장에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책임의 화살이 조 회장을 향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이례적으로 자문료를 공개하는 등 '노력'을 어필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심사 중인 경쟁당국들과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jyoo@yna.co.kr

jhpark6@yna.co.kr

유수진

유수진

함께 보면 도움이 되는
뉴스를 추천해요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와 KB Think 글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금융용어사전

KB금융그룹의 로고입니다. KB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KB Think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