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금융시장에 찬 서리가 서둘러 내렸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매파적 행보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 20일 통화정책 결정을 위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5.25~5.50% 수준에서 동결했다. 시장이 예상한 수순이다. 하지만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시장이 더 놀란 점은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이다. 연준 위원들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에 금리가 50bp 인하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점도표에서 네 차례에 걸쳐 100bp가량 인하를 예상한 것보다 줄어든 수준이다. 고금리 기조가 그만큼 장기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당장 미국 국채 수익률이 16~1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는 등 요동을 쳤다. 미국채 30년물 수익률은 한때 4.59%를 찍으며 지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벤치마크인 미국채 10년물 수익률도 한때 4.51%를 찍으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채 2년물 수익률도 5.20%까지 올라 지난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다.
미국 달러화 가치도 급등세를 이어가며 이른바 '킹달러' 시대가 재개막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105선을 회복하는 등 지난해 연말 수준까지 치솟았다. 대표적인 안전 통화인 일본 엔화는 미국채 수익률 급등에 연동하며 가치가 급락했다. 달러-엔 환율이 한때 148.457엔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10월 장중에 기록했던 52주 최고치 151.942엔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대로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주말 0.40달러(0.45%) 오른 배럴당 90.0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9월 들어서만 무려 7.65%나 상승했다.
월가가 가장 싫어하는 달인 9월의 징크스는 올해에도 계속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거래일 연속 급락하며 4.320.06에 마감하는 등 이제 4,300선 수성도 장담할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지난 7월27일 4,607.07로 장 중 한때 기록했던 전고점 대비 6%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S&P 500 지수 4,300은 핵심적인 지지 수준으로 지목됐다. 올해 초 매수자들이 지수를 더 높이 보내기 위해 여러 차례 들어왔던 가격대이기 때문이다. 4,300선이 무너지면 다음 주요 지지선은 4,200으로 지목됐다. 4,200에서도 안정되지 않을 경우 지수가 4,000 언저리까지 하락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는 월가의 분석도 불거졌다.
매크로 리스크 아드바이저스의 기술적 분석 전문가인 존 콜로부스는 4,300이 아래로 뚫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략 4,200 언저리인 200일 이동 평균뿐만 아니라 4,075까지 추가 하락 경로가 열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일봉 차트:인포맥스 제공>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금융시장은 벌써 아우성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게 아니라 마치 100bp가량 인상한 것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고 있어서다.
대한민국 등 신흥국들의 경우 정작 연준의 매파적인 행보에 따른 살풍경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것으로 진단됐다. 대부분 소규모 개방 경제 형태인 신흥국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 압력에 시달릴 수 있어서다.
이미 연준은 대한민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흥국보다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운용하고 있다.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벌써 달러-원 환율 등 신흥국 통화의 평가절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년도 신흥국 등 글로벌 경기의 침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구매력이 하락하는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전 세계로 수출하는 한편 신흥국을 중심으로 주변국을 빈곤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신흥국은 구매력 감소 속에 연준이 수출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글로벌 경기침체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것으로 우려됐다.
신흥국 대부분이 부채 조달을 통해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경제 모형을 가졌다는 점도 글로벌 경기에 부담 요인이다. 신흥국은 강한 달러화에 따른 연쇄 작용으로 자국 통화가 약화하고 조달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지금부터 40여년 전인 1980년대 초반에 가치가 80% 이상 폭등하며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준 역사가 있다. 슬프고 힘든 역사는 늘 되풀이되는 경향이 짙다.(뉴욕특파원)
neo@yna.co.kr
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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