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보유채권 축소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보도했다.
ECB의 금리 인상 국면이 마무리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보유자산 축소가 긴축 정책의 다음 수단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축소 타이밍을 잘못 잡을 경우 재정불안 우려가 깊은 남유럽에서 채권가격 급락(금리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매체는 우려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보유자산 축소 가속화 논의 여부와 관련해 "우리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명확하게 부정했다.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안고 있는 재정불안이 다시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CB의 자산매입은 주로 두 가지 경로로 이뤄졌다. 기존의 양적완화정책(APP)과 2020년 3월 시작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이다.
ECB의 보유자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는 ECB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금이 금리 정점이라고 말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지만 ECB는 회의후 발표한 성명문에서 "주요 금리가 충분히 오랫동안 유지돼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적시에 돌아오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경제지표 등 데이터에 따라 금리 인상이 일시 중단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금리 인상에 의한 긴축이 일단락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긴축과 역행하는 자산매입 정책의 정상화가 남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PEPP의 경우 신규 매입은 이미 중단됐지만 APP와 달리 2024년까지 재투자가 이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혼란이 진정됐음을 고려하면 자산보유 축소를 가속하는 게 불가피하다. 라가르드 총재가 부인했음에도 이 같은 관측이 시장에서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모건스탠리는 ECB가 12월에 PEPP를 본격적으로 재검토해 내년 3월부터 보유자산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우선 재투자 규모를 절반으로 줄인 후 9월에는 완전히 정지해 내년 말까지 보유자산을 1천50억유로 가량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ECB의 보유자산 축소 가속화가 가시화되면 재정기반이 약한 국가들의 국채가 급격한 매도세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ECB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고 금리 인상을 시작하기 직전인 작년 6월 남유럽 국채금리는 대폭 상승했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4%대 전반으로 8년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는 금리 인상을 계속 요구해온 ECB의 매파조차도 시장 동향을 봐가며 보유자산을 축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ECB가 시장 혼란을 억제하면서 자산 규모를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jhmoon@yna.co.kr
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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