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랩 신탁업계의 미스매칭 관행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증권사가 미스매칭에 손해를 입은 일부 기관에 배상을 추진하고, 한 기관 투자자는 자금 운용 시 미스매칭 가능성을 차단했다.
당국과 시장이 문제 인식을 함께 한 결과다.
연합인포맥스는 작년 12월 2일 '이상한 CP시장, 기준금리보다 낮게 하루 수조 거래' 기사에서 랩 신탁업계의 통정매매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다. 이후 'CP 자전거래 엄단'(3월 20일, 3건)'와 '한국판 미스매치'(5월 25일, 4건) 기획 기사 등을 통해 지속해서 이슈화 노력을 기울였다.
◇ NH투자증권, 미스매칭 손실 입은 일부 고객에 손해배상
2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신탁) 투자자 손실 일부에 대해 선제적 손해배상을 추진 중이다.
NH투자증권의 귀책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으로, 대략 100억원 대로 알려졌다.
아직 다른 증권사의 손해 배상 소식은 없지만, 업계엔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의 잘못된 관행이 증권사 손실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투자자와의 소송을 앞둔 다른 증권사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NH투자증권의 선제적 행보에 압박받는 모양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의 경우 배상할 여력이 없고 끝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며 "랩 신탁 비지니스를 향후 계속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전제로 하면 소송을 거치지 않고 먼저 배상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 금융감독원의 강한 의지…시장에 재평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강한 개선 의지도 시장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9일 60여개 증권사 내부감사·준법 감시 업무 담당자들과 가진 워크숍에서 랩·신탁 영업 관행 지적사항을 공유하며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하나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을 대상으로 랩·신탁 운용 실태를 집중적으로 검사한 데 이어 지속해서 개선 의지를 지속해서 밝힌 셈이다.
◇ 우정사업본부, 미스매칭 시스템적으로 차단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6월 유가증권 신탁 운용기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스매칭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우본 예금이 올린 공고에 따르면 운용기준에 "모든 편입 자산은 신탁계약 만기 내 상품에 한정하여 운용한다"고 명시해놨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기회는 줄어들지만, 업계의 방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파악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만기 미스매칭 관행 여파에 신탁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시장에서도 반겨서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업계와 당국 노력의 결실은 수치상으로도 드러난다.
4월 중순만 해도 기준금리보다 낮게 거래된 CP·전단채가 전체 거래의 40% 수준에 달했지만, 전일엔 0.27%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기준금리보다 낮은 모든 거래를 자전거래로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위험과 만기에 비례해 높아지는 금리 특성상 기준금리보다 낮게 거래된 물량은 자전거래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은 추정한다.
우정사업본부
hwroh3@yna.co.kr
노현우
hwroh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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