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전이 하이브와 카카오 간에 치열해지고 있는 28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이날 SM 주가가 표시돼 있다. 2023.2.28 mon@yna.co.kr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박경은 기자 = 딜이 깨지고, 가격은 바뀐다. 생각지도 못한 견제를 받기도 한다. 기업들이 조회공시에 마지막 순간까지 '확정된 바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이유다.
최근 4년간 가장 조회 공시를 많이 받은 기업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딜이 깨질까 봐, 주가가 출렁일까 봐, 당국의 제재를 받을까 봐. 네이버와 카카오는 약 2년에 걸쳐 40건에 가까운 '미확정' 공시를 냈다.
25일 연합인포맥스가 2020년 1월부터 금융감독원 공시정보 시스템 '다트'에 게재된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공시 23만5천897건을 조사한 결과,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는 SM엔터 인수와 관련해 20개에 가까운 미확정 공시를 냈다. 카카오는 그 뒤를 이어 15건에 이르렀다.
카카오가 제출한 15건의 조회 공시 중 무려 9건은 모두 SM엔터 인수에 대한 '미확정' 보도였다. 9건의 공시는 연막작전이었던 셈이다.
네이버도 SM엔터 인수 관련 9건의 조회 공시를 '미확정'으로 대답했다. ▲ 문피아 인수 ▲ CJ와의 주식 교환 등도 공시로는 발뺌했으나 결국에는 현실화했다.
◇ 이수만의 진의는…3년간 너덜너덜해진 SM엔터 인수전
양사가 앞다투어 조회공시를 낸 이유는 단 하나, SM엔터 인수 때문이었다.
2년 전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는 보유 지분을 팔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잠행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공공연한 행보였다. 후계 문제와 세무조사 등이 부담이었다.
이 과정에서 특정 IT 기업들이 유력한 원매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유인즉슨, 동종업계 엔터테인먼트사에 회사 지분을 넘기기엔 '엔터 산업의 전설'인 이수만 회장 본인이 내키지 않아 한다는 후문이었다.
잔잔한 호수 밑에서는 끊임없는 발길질이 일었다. 여기엔 네이버, 카카오, CJ, 하이브(구 빅히트) 등이 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투자은행(IB) 업계도 분주했다. 성사만 된다면 국내 엔터업계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조단위 딜이 될 것이 자명했다. 국내외 IB는 각 사와 쌓아온 네트워킹을 활용해 자문을 들어갈 기회를 노렸다.
수면은 잔잔했다. '최대 주주-경영진-당국' 간의 갈등은 물론, 사회적 시선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출렁이는 주가와 이에 따른 일반 투자자들의 손익 역시 당연한 고려 사항이다.
최초 보도가 나온 2021년 5월 이후 1년여만에 네이버는 "본 건에 대한 투자 검토는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는 이보다 더 철면피 작전을 썼다. 지분 매입 공시 불과 1개월 전에도 "사업제휴와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지속해 검토해왔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대응했다. 이미 지분 매입을 위한 법적 검토, 자문사 접촉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분명히 매각과 관련한 이야기는 진행 중이었으나, 그 누구도 직접적인 의사를 드러내지 않는 답답한 시간이 이어졌다. 결국 매각가에 대한 눈높이 차이와 매각 이후에도 전 최대 주주의 영향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지지부진했던 SM엔터 딜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와 함께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내 경영진과 최대 주주의 갈등도 수면위로 올라왔다. 양측간의 공개매수로 주가는 2배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2023년 3월31일. 3년을 끌어온 SM엔터 인수전은 카카오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 사회적 책임과 기업 이윤의 딜레마…경영 결정 쉽지 않다
회사 안팎의 시선을 의식해 딜을 공개하지 않거나 원점으로 되돌린 경우도 많다.
카카오는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사내 임직원의 반발과 택시·대리업계의 철회 요구를 넘지 못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추진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월 이후, 카카오는 2달여만에 조회공시를 통해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주구성 변경을 검토해왔으나 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정치권이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에 직격타를 맞은 회사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랑이었던 압도적인 점유율은 플랫폼 요금과 배차 관련 문제로 대표와 창업주가 국감장에 서게 했다.
카카오가 모빌리티 자회사를 사모펀드에 매각할 경우, 택시업계와 대리운전업계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정치적 여론이 부상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결국 카카오는 지분 매각을 철회하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임직원이 구상한 동반 성장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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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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