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NH투자증권이 업계 처음으로 랩·신탁 관련 과실을 인정한 손해배상에 나섰다. 업계와 금융당국에서는 채권 '자전거래'가 아닌 '교체거래' 건이 문제 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자전거래와 달리 교체거래는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불법 행위 여부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건이라, 자체적인 내부검사 결과 잘못을 먼저 시인한 이례적인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신탁)과 관련해 귀책을 인정한 부분은 '민평금리보다 비정상적으로 비싸게 매매한 거래'에 따른 투자자 손실로 파악된다.
NH투자증권은 랩·신탁 법인 투자자의 수백억원 규모 손실액 중 약 100억원에 대해 손해 배상 절차를 시작했다. 랩·신탁을 운용한 증권사 잘못으로 손실을 본 부분에 한정한 움직임이다.
지난해 시중금리 급등,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가격이 급락하면서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채권형 랩 상품 손실이 확대됐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업계에서는 불법적인 관행을 통해 랩·신탁 환매를 요청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만회해준 사실이 밝혀졌다.
불법적인 관행으로는 채권 자전거래, 교체거래, 고유자산 활용 등이 언급됐다. 금융당국은 랩·신탁 검사를 마무리한 결과 자전거래보다는 교체거래 사례가 많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이 랩·신탁 관련 불법 자전거래와 관련해 칼날을 들이대면서 대부분의 증권사는 자전거래를 시스템적으로 막아놨다. 자전거래란 한 증권사에서 A 고객 랩·신탁 계좌에 있는 채권을 B 고객 랩·신탁 계좌를 통해서 사들이는 행위를 뜻한다.
자전거래는 A 고객 계좌에서 B 고객 계좌로 동일한 채권이 이동한 흔적이 명확히 보이기 때문에 불법 사례를 포착하기도 쉽다.
그러자 대부분 증권사는 자전거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체거래를 활용했다. 만기 도래하거나 환매 요청을 받은 랩·신탁 고객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A 랩·신탁 계좌의 a 채권을 민평금리보다 비싼 가격으로 다른 증권사 B 랩·신탁 계좌에 팔아넘기고, 그 대신 다른 증권사 C 랩·신탁 b 채권을 비싸게 사주는 형태다.
맞교환하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채권이 다른 계좌로 이동했다고 해서 교체거래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명하기 어렵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교체거래는 사실상 중개인(브로커)과 당사자만 그 사실을 알 수 있다"며 "대화 기록이 삭제되는 플랫폼을 통해 거래를 진행하기 때문에 추후 위법을 잡아내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다른 관계자는 "자전거래로 인한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증권사 시스템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렇기에 타사와의 교체거래를 활용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높여서 거래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금감원이 랩·신탁 운용실태 검사 결과를 중간 발표한 7월께부터 민평금리를 벗어난 이상 거래를 금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전에 환매를 받은 고객들은 채권 교체거래를 통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 환매를 신청한 고객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증권사 고유자산을 활용해서 수익률을 보장해준 경우는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 대상이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본인 인센티브에 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유자산을 통해 투자자 수익을 보장하기보단 교체거래를 활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제공]
hrsong@yna.co.kr
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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