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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무슨 짓을 한거야…FOMC 후 금리, 금융위기보다 더 높다

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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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LBo2eba6DY]

※ 이 내용은 9월 25일(월)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이재헌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지난주 미국 기준금리 결정 회의. 그간 기준금리 추이 보자면?

[이재헌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이전과 같은 5.25~5.50%를 유지하게 됐습니다. 미국은 지난 5월부터 한번 금리를 올리고 한 번 쉬는 '퐁당퐁당' 방식으로 기준금리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퐁당퐁당이면 다음은 인상할 차례? 연준이 준 힌트는?

[기자] 중앙은행이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방식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요. 연준에 있어 대표적인 것이 점도표입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소속된 연준 이사들과 지역은행 총재 등 총 19명 위원이 자신이 예상하는 연도별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는 겁니다. 이를 보고 다수의 위원이 현재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했으면 금리 인상, 반대면 인하를 시장이 점치게 되는 것입니다. 점도표는 매 분기에 한 번씩 나옵니다.

설명을 해드렸으니 점도표를 함께 보실까요.

이번 9월 FOMC에서 위원들이 작성한 점도표입니다. 이번에는 2026년까지 데이터가 업데이트됐습니다.

제일 앞에 있는 2023년을 보시면 5.5%를 넘어서 점이 많이 찍혀있습니다. 총 12개가 찍혔습니다. 이게 해당 연도에 찍은 점이 그 해 말의 금리 수준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연준은 올해 11월과 12월, 두 번의 FOMC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여차하면 금리를 또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입니다.

[앵커] 이번 FOMC 결과에 대한 금융시장 반응은?

[기자]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참가자들은 금리 그 자체를 운용하는 채권시장 참가자들이겠지요. 그런데 관련된 시장참가자들의 반응에 조금 특징이 있습니다. 상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뉴욕채권시장입니다.

9월 FOMC를 마치고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4141%까지 높아졌습니다. 이게 종가 기준으로 2007년 10월 31일 이후 최고입니다. 햇수로 하면 16년 만에 최고이지요.

2년물 금리도 같이 보실까요. FOMC를 마치고 5.1908%가 됐습니다. 이건 2006년 7월 19일 이후 가장 높습니다. 이건 햇수로 10년물보다 하나 더해 17년입니다. 이게 16년에서 17년 만의 기록이니까, 실상 대학을 마치고 시장에 진입한 20~30대가 처음 겪어보는 숫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앵커] 금리 오른 만큼 채권 트레이더 손실 불어났을 텐데, 특히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20~30대는 더 어리둥절할 듯?

[기자] 저는 이렇게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채 금리가 지금 정도 수준이었던 2006~2007년 이후에 굵직한 경제적 사건이 하나 터지게 됩니다. 경제사적으로 교과서에 항상 실리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즉 글로벌 금융위기가 2008년~2009년을 강타하게 되지요.

연준이 이때 상당히 강하게 움직였습니다.

금리를 내리다 내리다 '제로(0)'까지 간 것이 역사상 이때가 처음이고요. 양적완화, 즉 QE를 세상에 알리게 된 것도 당시 연준이었습니다. QE라는 것이 중앙은행이 시중에 있는 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직접 돈을 쥐여주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내는 곳이니까 어떻게 보면 민간 경제 부문에 돈을 직배송해준다는 개념이지요.

당시 연준 의장이 벤 버냉키였습니다.

대공황 전문가인 그는 과거 연준 이사 시절에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에 빠진다면 어떻게 하냐"라는 질문에 "헬리콥터로 공중에 돈을 뿌려서라도 부양하겠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버냉키 의장은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이 붙었지요. 버냉키 의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를 실제로 실현하면서 연준이 뿌리는 자금을 두고 '헬리콥터 머니'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후 코로나 사태에 따른 무제한 양적완화까지, 연준의 이미지는 '언제든지 시장을 도울 수 있다' 내지는 '시장 편'이라는 것으로 확고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고금리가 뇌리에 남는다면 연준의 이미지를 180도 달라지겠지요. 물가로 극심한 고통을 받기 전에 고금리의 고통을 감내하라는 '인플레이션 파이터', 또는 시장의 파티를 망친다는 '파티 브레이커'의 이미지가 각인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앵커] 지금 미 금융시장은 공포감이 지배적인 상황?

[기자] 그런데 금리를 운용하는 시장참가자 중에 채권시장이 있지만, 선물·옵션 시장도 있습니다. 이 시장은 금리 변동성과 방향에 베팅해 수익을 노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단기간의 전망을 맞추느냐가 못 맞추느냐가 관건입니다.

선물·옵션 시장 참가자들의 연준 기준금리 컨센서스를 알 수 있는 것이 시카고선물거래소의 페드워치입니다.

이걸 보면 올해 금리인상 확률을 높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11월 FOMC회의에서는 인상할 가능성을 26.2%로 보고요, 12월 회의에서는 이 비중이 45.2%로 높아지긴 하지만 동결보다는 낮은 것입니다. 내년으로 가면 인하 전망이 나오기 시작하고요.

결국 문제는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에 가장 크게 연동되는 미국채 2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와의 역전을 언제 풀지로 집중될 것 같습니다. 21세기 들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시기에 미국채 2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았던 적은 지금뿐입니다. 이것도 이번 기준금리 인상기 초반에는 그렇지 않다가 올해 들어 심해진 것입니다. 금리 전망과 유동성이 복합적으로 꼬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금융시장 내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인데 파월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뭐라고 했었나?

[기자]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주요 발언을 보면 "앞으로, 적절한 추가 정책 긴축의 범위를 결정하는데 신중하게(carefully) 진행할 위치에 있다", "금리를 동결했다고 해서 우리가 추구하는 정책 스탠스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절하다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 "앞으로 금리 결정은 회의마다, 데이터와 경제와 인플레이션 영향, 위험 균형에 따라 할 것"이 있습니다.

더불어 파월 의장은 현재 금리 수준이 긴축적이라고 판단하는지 묻자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현시점에서 여전히 열려있는 질문"이라며 "오늘 위원회의 결정은 금리 수준을 유지한 채 추가 데이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준은 이번에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기도 했는데요, 올해 성장률은 2.1%로 이전 전망의 두 배가 넘습니다. 내년 성장률은 1.5%로 전보다 0.4%포인트 높게 잡았습니다. 실업률은 2025년까지 기존 전망보다 낮아질 것으로 봤고요, 근원 PCE는 올해 숫자만 소폭 낮췄습니다. 자연스럽게 경기 연착륙에 대한 질문이 따라 나왔습니다.

파월 의장은 경기 연착륙에 대해서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연착륙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종착점"이라고 답했습니다. 유가 상승에 대해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은 가계 소비는 물론 소비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관건은 유가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의 중요성을 강조해 유가가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앵커] 파월 의장 발언도 애매한 느낌. "추가 금리 인상할 준비 돼있다"면서도 "추가 긴축 결정에 신중하겠다" "충분히 긴축적인지는 열려있다" 등이 섞여 있는데?

[기자] 저는 이렇게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서두에 연준이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 중 하나로 점도표를 함께 얘기했습니다. 아까는 점도표에서 올해 얘기만 자세히 드렸는데, 수치만으로 보면 2026년까지 있습니다.

이제 내년부터 해서 연도별로 함께 쪼개서 보시지요. 시장은 이 점도표에서 중간값에 보통 주목하는데요 점도표에 찍힌 숫자를 나열한 다음 정가운데 있는 숫자를 뜻합니다. 이번 9월 FOMC 점도표에서 내년 중간값은 5.125%입니다. 6월 점도표보다 50bp 올라갔습니다.

2025년을 보실까요. 이번에 공개한 중간값이 3.875%입니다. 역시나 6월보다 50bp 올라갔습니다. 2026년 점도표는 이번에 새로 공개됐는데,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2.875%입니다.

전보다 분명 기준금리를 높게 보고 성장률 전망까지 개선된 것만 보면 매파적인 것은 맞지만, 앞으로 3년간은 계속 기준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앵커] 파월 의장이 일부러 의도를 가지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는 것?

[기자] 네 그렇게 보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아까 소개해 드린 페드워치도 보면 올해 금리인상 전망이 언더독(상대적 열세) 아닙니까. 그리고 시장금리는 여전히 기준금리보다 낮습니다.

만약 연준이 금리인하에 대해 조금만 빌미를 주면 시장은 다시 금리인하를 향해 달려갈 것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은 손실을 보게 돼 있는데, 지금까지 본 손실을 만회하고자 쏠림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실질금리를 낮추게 되면 시중에 다시 돈이 돌고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커집니다.

반대로 점도표보다 인상 쪽으로 너무 세게 얘기하면 어떻겠습니까. 금리가 너무 순식간에 치솟아서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미국은 금리인상 때문에 실리콘밸리은행(SVB) 같은 곳이 파산을 겪는 것도 봤고요, 주택담보대출, 학자금 대출자들은 너무나도 큰 고통에 노출되게 됩니다.

결국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역전이라는 이상 현상 속에 있습니다. 이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면서 연준이 원하는 정도로 조심스럽게 조정하고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게 바로 점도표에 이은 연준의 두 번째 시그널로 '파월의 입'이라고 하겠습니다. 금리에 대해 '더 높고 오래'라는' higher for longer(H4L)'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이재헌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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