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황남경 기자 =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으로 사업자들의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자, 두나무와 KB손해보험이 관련 내용을 논의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관련 시행령 등에서 보강돼야 할 내용들이 많아 업권법이 시행될 내년쯤에야 상품이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권법으로 탄력받은 가상자산 보험…두나무·KB손보 진출하나
2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와 KB손보는 가상자산 관련 보험 상품을 마련하고자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통과되면서 의무보험 존립 근거가 마련됐다"며 "최근까지 논의만 좀 진행된 상태"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 내에서 관련 보험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해킹 사고가 빈번한 가상자산업계기에, 관련 사고가 날 경우 사업자들은 준비금 등 보유자금을 통해 손실을 충당해야 했다.
2011년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에서는 서버 해킹으로 당시 시세로 약 5천100억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마운트곡스는 2014년 파산 절차를 밟았고, 2021년이 돼서야 투자자들이 반환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후에도 거래소 해킹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지난 2018년 빗썸에서 약 350억 원가량의 자산 유출 사고가 발생했고, 2019년 업비트에서도 약 580억 원가량의 이더리움이 빠져나갔다. 코인마켓 거래소인 지닥에서도 올해 190억 원가량의 자산이 해킹으로 탈취됐다.
해킹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고자, 지난 6월 통과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는 관련 근거가 담겨 있다. 관련법 8조에 따르면 사업자는 해킹 등에 따른 사고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관련 근거가 마련되자, 카카오페이의 보험대리점 자회사인 KP보험서비스는 가상자산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보험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먼저 공언한 바 있다.
◇가상자산 보험 주시하는 보험업계…"새 먹거리 될 수 있어"
보험업계 역시 분주해진 모습이다.
두나무와 가상자산 보험 상품을 논의한 KB손보는 업계 최초로 요양 사업을 시작하고 헬스케어·펫보험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등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도 보험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번 달부터 보험업계의 인기 상품을 휩쓸었던 단기납 종신보험, 어린이보험, 운전자보험이 모두 개정됐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건전성 악화와 불완전판매 등을 우려해 상품 구조를 변경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더욱 적극적인 태도로 신시장 개척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기 상품들이 모두 구조가 바뀌면서 보험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을 것"이라며 "가상자산도 새로운 시장을 찾는 보험사가 주목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시행령부터 차별화까지…넘어야 할 산 많아
가상자산 사업자들을 위한 보험은 현재로선 내년 상반기에나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업권법에서는 보험 의무만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진 않았다. 시행령 등을 통해 보완하기 전까지는 보험을 구체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가상자산 보험은 따져볼 부분이 아직 많다.
우선 수요의 불확실성이다. 이용자 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관련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거래소들이 준비금 적립을 택할 경우 보험 가입 의무에서 자유로워지는 셈이다.
가상자산 보험 의무화로 상품 간 차별화를 도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보험 상품은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과 선택이 가능한 '임의보험'으로 나뉜다. 가상자산 보험이 의무화되면서 업계에선 표준 약관을 통해 동일한 구조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가상자산 보험을 출시할지 말지는 보험사 선택이지만, 상품 출시를 결정한다면 업계가 모두 같은 상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가상자산업계 다른 관계자는 "적용 범위나 케이스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지 등 상세한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아 이를 스터디할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재보험사 가입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 부분도 명확하게 정비된 게 없어 당장 상품화까지 추진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브리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B손해보험 제공]
joongjp@yna.co.kr
nkhwang@yna.co.kr
정필중
joongjp@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