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선진화, 순수한 가격경쟁 시대…RFI·WGBI 편입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정선미 기자 = 외환(FX)은 나라 안과 밖을 연결하는 통로라고 한다. 당국이 국내 외환시장을 대외 개방하는 선진화 정책을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는 일에 빗대는 이유다.
4차선의 포장도로에 정부의 기대만큼 많은 국내외 신규 참가자들이 진입할 수 있을지, 당국의 선진화 계획이 순조롭게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화 시장이 개방되면서 더 큰 기회를 엿보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도이치은행 서울지점의 딜링룸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이치은행은 최근 서울지점에 대해 1억5천만유로(한화 2천115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도훈 도이치은행 서울지점 본부장은 본사의 증자를 끌어낸 주역 중 한명이다.
26일 이 본부장은 서울지점에서 진행한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판단한다"며 "RFI와 WGBI 편입으로 파생되는 더 많은 고객 수요나 리스크 헤지를 위한 파생상품을 취급하려면 버퍼(buffer)를 더 크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지점에 복귀하자마자 자본을 늘리는 준비에 힘을 보탰다고 그는 떠올렸다.
내년부터 정부의 인가를 받은 외국 금융회사(RFI)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가 가능해지고, 우리나라 국채가 세계 최대 채권지수인 WGBI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과 원화 시장에 기회가 더 많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이도훈 본부장은 지난 2006년 도이치은행에 입사했다. 16년 넘게 FX와 이자율, 장단기 파생상품에 이르는 원화 자산 대부분을 운용한 베테랑 딜러다. 재작년 싱가포르 지점에 파견돼 아시아권 선물환 거래를 담당하다 국내로 복귀했다.
이 본부장은 외환시장 선진화 정책을 국내 외은 지점에 큰 기회라고 전했다.
그는 도이치은행 런던지점 등 주요 거점을 RFI로 등록해 원화 트레이딩과 세일즈 효율성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채권 및 외환 거래를 하면 원화 계좌를 열고 주기적으로 계좌 유지 자격을 갱신해야 했다"며 "실질적으로 거래관계를 유지하려면 후선부서의 충분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RFI가 도입되면서 이 부분은 상당히 많이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FI 참여와 전자거래 도입으로 외환시장은 순수한 가격 경쟁 국면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풍부한 해외 유동성과 전자거래는 다른 정성적 요인을 배제하고 오로지 가격만을 토대로 거래하는 환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본부장은 "올해 말까지 일차적으로 G10 통화에서 사용되는 첨단 알고리즘을 원화에도 적용하는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 외환시장 선진화가 시범운영 되는 기간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자거래를 통해 외환거래는 "결국 상품화(commoditize) 된다"며 "이젠 빅딜에서 마진을 붙여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최대한 많은 거래량을 찍어내면서 최소한의 마진을 많이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이 본부장은 "톱 3위 안에 들지 못하면 나머지는 결국 도태되는 것"이라면서 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RFI의 접근성 개선과 국내 참가자 간 역차별 사이에 균형도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RFI 도입은) 미묘한 줄타기를 하는 과정이다"라며 "RFI로 DF(deliverable forward)를 거래할 유인이 적으면 괜한 일거리로 생각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쉽게 RFI 접근을 허용하면 굳이 국내 지점을 내야 하는지 고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지점의 역할이 축소될 거란 우려엔 선을 그었다.
전체 도이치은행 내 원화 관련 거래는 서울 지점이 총괄한다. 지점별 원화 거래 현황을 파악하고 주도권을 갖고 사업을 이끌어가는 점을 이 본부장은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오히려 RFI를 통한 원화 거래가 안착해서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을 주목했다.
이 본부장은 "RFI는 이론적으로 NDF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다"며 "목표한 대로 RFI가 안착하면 50% 이상 NDF 수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외는 헤지펀드 등의 스펙성 거래를 제외하면 원화 자산에 대한 환 헤지 수요가 대부분이다"며 "스와프로 선물환 헤지 시 RFI를 통해 역내 선물환 거래를 하는 편이 NDF를 매수하는 것보다 가격이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원화도 반등하는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내년은 원화 반등의 해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달러-원은 넓게 1,200원~1,250원을 상·하단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업황 및 순수출 개선 ▲외국인 주식 투자의 귀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미 금리 인하 사이클 개시 등을 원화 수혜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중국 경제 성장과 디플레이션 우려 및 부동산 섹터 위기감은 위안화와 동조성이 큰 원화의 절하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긍정적인 부분은 연간으로 봤을 때 아시아에서 한국이 가장 많은 외국인 투자자본이 주식과 채권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잠재적 변수로는 중국 경제의 반등 여부와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지속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ybnoh@yna.co.kr
smjeong@yna.co.kr
노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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