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정부와 금융권이 대대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나섰지만, 업계에선 다소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연체채권을 사들이는 펀드 운용사와 채권자인 PF 대주단의 눈높이가 크게 다를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에 정책자금이 투입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펀드의 자금 집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26일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서 PF 정상화 펀드의 규모를 확대하고 공적 보증기관의 PF대출 보증 규모를 늘린다는 내용의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부실·부실 우려 사업장에 PF 정상화 펀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자금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브릿지론 단계의 부실채권 매입 및 사업 재구조화를 통한 사업성 제고 등에 쓰일 전망이다.
당초 1조원 규모로 계획됐던 캠코 펀드는 1조1천억원으로 확대 조성됐다. 캠코가 5개 운용사에 각각 1천억원씩 출자하고, 개별 운용사들이 민간 자금을 1천억원 이상씩 모집했다. 신한·국민·NH·우리 등 금융지주가 자금을 댄다.
캠코 펀드는 이달 중 실사가 완료된 사업장을 대상으로 매입을 위한 입찰에 착수한다.
다만 PF 업계에선 1조원 규모의 캠코 펀드가 자금 집행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체채권의 가치를 두고 운용사와 PF 대주단의 눈높이가 다를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정책자금이 투입된 탓에 펀드의 기본 방침이 더 보수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PF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캠코 펀드가 기본 할인율을 너무 세게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회사 입장에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시간이 문제지만 가격을 20~30% 정도 낮춰서 팔만한 사업장들은 아니고, 여력이 있는 회사라면 충당금을 쌓고 버티는 선택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금융지주 계열의 회사라면 EOD(기한이익상실)가 나더라도 나중의 수익성을 위해 매각보단 자산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담당자 입장에서 시장이 괜찮아졌을 때 책임 소지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는 걸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PF 정책과 함께 금융권도 자체적으로 1조원 규모의 별도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하나·우리·NH·기업은행 등이 6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여전업권에서 4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특히 9개 캐피탈사가 출자하는 여전업권의 PF 정상화 펀드는 얼어붙은 PF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캐피탈사 PF 정상화 펀드는 총 9개의 캐피탈사가 1천600억원을 출자하고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2천400억원을 모집해 총 4천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재무적 투자자로는 기금과 공제회뿐만 아니라 캠코와 연합자산관리(유암코)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펀드는 사업장 특성에 따라 사업부지 인수, 채권매입, 사업자금 지원 등 유형별로 투자를 실행할 예정이다. 민간 중심의 펀드로 운용 자율성이 확보돼 있다는 게 캠코 펀드와의 차별점이다. PF 부실채권을 넘겨받아 재매각하는 '배드뱅크'의 성격이 가미된 점도 업계에서 기대하는 부분이다.
다른 PF 업계 관계자는 "부실화된 채권을 담아놓고 사업장 정상화까지 기다리는 배드뱅크의 성격이 있는 것 같다"며 "캠코 펀드는 자금 집행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캐피탈사의 PF 정상화 펀드는 민간 중심이다 보니 펀드 운용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더 빠르게 PF 시장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말까지 PF 시장의 부실이 커지는 것은 막겠지만, 연착륙을 위해서는 결국 시장 심리가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각종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PF 부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시장 심리가 돌아오기 전에는 PF 리스크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9.26 scoop@yna.co.kr
nkhwang@yna.co.kr
황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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