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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공시 어디까지 파봤니…"97%가 오리발"

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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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FzTAaB4iw8c]

※ 이 내용은 10월 5일(목)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김경림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재테크는 모든 이들의 관심사죠. 그래서 주식 시장에서는 정보, 조금 빠르면 '소문'이 수익률 성패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 소문이 가짜이거나,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주가가 출렁이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요. 오늘은 연합인포맥스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와 이 '조회공시'를 빅데이터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자막 Q. 2020년 이후 거래소 공시 23만5천897건 분석

[김경림 기자]

연합인포맥스는 최근 2020년 1월 3일부터 2023년 8월28일까지 금융감독원 공시 정보시스템 '다트'에 게재된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공시를 23만5천897건을 조사했습니다. 이 중 유가증권시장 조회공시는 총 837건, 코스닥시장은 66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 공시된 837건의 조회공시 중 투자자들에게 확실하게 '아니다'라고 부인한 경우는 고작 30건, 3.58%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미확정' 등 애매모호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앵커 멘트: 먼저 그 '부인' 3%에 관심이 가는데요. 솔직하다고 볼 수도 있고. 이 기업들은 어디고 혹시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자막: SK하이닉스·DB하이텍 등 이름 올려…신뢰도는 '글쎄'

일단 먼저 '부인', 확실하게 아니라고 대답한 기업들부터 말씀드릴게요. 30개 기업을 전부 언급하기는 어렵고, 대표적인 딜 몇 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SK하이닉스. 지난해 10월 말, 영국의 반도체 팹리스 설계자산 기업인 ARM 공동 인수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3월 주주총회에서 ARM 공동 인수를 검토한다고 말한 데 조회공시가 들어왔고 6개월이 지나서야 '아니다'라고 못을 박은 것입니다.

두 번째는 SK네트웍스와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입니다. SK네트웍스는 2021년 11월, 지누스 인수를 하지 않는다고 부인 공시를 냅니다. 이는 처음 조회공시를 요구받고 1개월 만인데요. 이다음에 다룰 공시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깔끔하게 끝난 거죠. 비하인드로, 최근 지누스를 비롯해 수면의 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높아지면서 렌탈 사업을 영위하는 SK네트웍스는 상당히 배가 아파하고 있다고 하네요.

마지막은 DB하이텍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DB하이텍은 자기들이 무려 '공시'를 했던 얘기를 완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해버립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DB하이텍이 브랜드사업부라는 반도체 설계 사업 부문을 분사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표면적으로는 '파운드리' 사업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과의 이해 상충이 생긴다는 겁니다. 여기에 DB하이텍은 지난해 9월 말, '분사 검토 작업을 중단했다'고 공표합니다. 부인 공시를 냈다는 건 어느 정도 확정적인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5개월도 지나지 않아 DB하이텍은 말을 뒤집습니다. 갑자기 브랜드 사업부를 분사, 판교에 새 팹리스 회사를 차리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브랜드사업부는 지난 5월 'DB글로벌칩'으로 새 출발 하게 됩니다.

[앵커멘트]

결국 조회공시에서 '아니다'라고 말해도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네요. 그럼, 가장 많이 발뺌한 기업은 어디였습니까.

#자막: 풍문으로 가장 시달린 기업은…네이버·카카오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을 가장 많이 한 기업은 네이버였습니다. 네이버가 제출한 조회공시 답변은 총 20건에 이릅니다.

네이버의 경우 ▲인공지능(AI) 자회사 설립 ▲소프트뱅크와의 AI 동맹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 인수 등에 대한 해명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 중 실제 딜로 성사된 건은 '문피아 인수' 뿐입니다. 이마저도 2021년 4월 '미확정'으로 공시한 후 9월에서야 실제 인수로 이어졌습니다.

[앵커 멘트]

말씀 중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이거 상당히 화제가 됐던 얘긴데요. 혹시 이와 관련해서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자막: 이수만의 진의는…너덜거려진 SM엔터 인수전네이버와 카카오는 SM엔터 인수와 관련해 약 30개에 이르는 조회공시를 합니다.

양사가 앞다투어 조회공시를 낸 이유는 단 하나, SM엔터 인수 때문이었습니다.

2년 전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는 보유 지분을 팔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잠행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공공연한 행보였는데요. 짧게만 말씀드리자면, 후계 문제와 세무조사 등이 부담이었다고 합니다.

이수만이라는 엔터 거물이 지분을 팔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동시에 특정 IT 기업들이 유력한 원매자 후보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앵커 멘트]

왜 YG나 하이브 같은 엔터회사가 아니라 IT 기업이었나요?

#자막: 엔터사 배제 이유…경쟁사에 '우리 아이돌' 못 넘겨

보통 동종 업계의 합병, 즉 수평적 인수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수만 전 회장은 생각이 달랐다는 후문이 전해집니다. SM엔터, 앵커님도 아실 거라 믿는데 국내 아이돌 1세대인 H.O.T나 S.E.S들을 탄생시킨 곳 아닙니까. YG나 하이브는 2세대 내지 3세대 엔터사죠. 말하자면, 아이돌의 아버지이자 엔터 산업의 전설인 이수만 전 회장이 자기 지분을 후발 주자들에게 넘기기는 자존심이 상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SM엔터 지분 매각의 관전 포인트는 아무래도 누가 사 갈 것이냐는 거였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이고요, CJ, 방탄소년단의 하이브도 모두 기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투자은행(IB) 업계도 분주했다고 합니다. 성사만 된다면 국내 엔터업계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조단위 딜이 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내외 증권사, 로펌 등은 SM엔터는 물론 각 인수 후보자와 쌓아온 네트워킹을 활용해 자문을 들어갈 기회를 노렸다고 합니다.

[앵커]

그럼 왜 계속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미확정'으로 대답한 건가요? 인수전에 참여하면 하겠다고 밝힐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자막: 주가·인수가·당국 견제까지…피치 못할 '오리발 작전'

사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건뿐만 아니라 많은 인수·합병 거래가 막후에서 진행됩니다. 이게 알려지는 순간 주가도 출렁일 수 있고, '최대 주주와 경영진, 당국' 간의 갈등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막: 인수 1개월 전까지도 '시치미'…딜 무산이 최대 리스크

네이버와 카카오가 SM엔터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고 최초 보도가 나온 건 2021년 5월 정도입니다. 그 후 1년여만에 네이버는 "본 건에 대한 투자 검토는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말하자면, 1년간은 거의 매월 조회공시를 통해 '모른다', '안한다' 등의 대답을 하다가 1년이 지나서야 확답을 준 거죠.

카카오는 이보다 더 철면피 작전을 썼습니다. 지분 매입을 공표하기 직전, 마지막 공시를 한번 읽어볼까요.

"사업제휴와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

사실상 이미 지분 매입을 위한 법적 검토, 자문사 접촉이 진행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막: 삼성전자 지분 투자로 8배 뛴 '레인보우로보틱스'

주가 폭등과 이로 인한 인수가 상승도 인수, 피인수 기업 입장에서 피차 부담됩니다. 미리 소식이 알려져서 주가가 너무 높아지면, 인수 기업도 선뜻 나서기 어렵고 지분 또는 경영권을 매각하고 싶어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팔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되겠죠.

최근의 사례로 삼성전자가 연초에 지분 투자 공시를 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들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단순히 지분 투자만으로도 주가는 연말 대비 8배 넘게 뛰게 됩니다. 연초 3만2천원이었던 주식이 전 거래일 기준 16만8천600원까지 올랐습니다. 연중 최고가는 24만2천원인데요, 연초 대비는 8배, 역대 최저가인 1만7천200원대비 15배에 이르죠.

여기에 '로봇 테마'가 증시에 한 흐름이 되면서 주가가 좀처럼 조정받을 기미가 없다고 하네요.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300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즉 수익만으로 주가를 설명하려면 300년은 걸린단 얘기죠.

#자막: 인수가 급등을 위한 방어책…'콜옵션'

투자자들이 주목한 부분은 삼성전자와 레인보우 로보틱스가 체결한 '콜옵션'이 아닐까 싶은데요. 공시 및 언론을 통해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59.94%까지 확대할 수 있는 옵션을 걸었단 점이 지목됐고, 투자자들은 이러한 지분 확대 호재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때문에 인수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엄청난 게 일어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삼성전자라는 초대기업의 사례를 들어주셨는데요. 콜옵션을 공시했다는 건 결국 추후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놓은 거라고 할 수 있단 의미군요. 동시에 인수가격도 미리 어느 정도 정해놓음으로써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도 줄이고요.

혹시 다른 대기업들 상황은 어떤가요?

#자막: 합종연횡 활발한 SK…지분 매각 관련 풍문 다수

SK그룹 역시 활발한 M&A로 유명한데요.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조사 기간 조회공시 횟수 총 18건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내용은 주로 자회사의 지분 매각과 관련됐습니다. 이는 그룹이 전반적으로 합종연횡을 활발하게 하며 사업 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인데요.

조회 공시 대상으로는 ▲구 SK종합화학인 'SK지오센트릭' ▲SK루브리컨츠 등의 지분 매각이 있었습니다. 이 중 SK지오센트릭의 지분 매각은 결국 불발됐습니다. 실제로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지분 매각 진행되는 바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고요.

SK루브리컨츠는 상장을 포기하고 'SK엔무브'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지분 40%를 IMM프라이빗에쿼티 자회사인 IMM크레딧솔루션에 넘겼고요.

[앵커멘트]

결국 기업들이 조회공시를 악용, 또는 오용해서 투자자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혹시 이에 대한 대책이 거론되고도 있는지요?

#.자막: 보완 대책 논의 없어…투자자 혼란 가중

아쉽게도 아직 제도적으로 조회공시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회공시 제도 자체는 투자자보호를 위하여 도입됐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란 얘기죠. 특히 미확정 공시의 경우 1개월 내 재공시 의무가 있어 SM엔터테인먼트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학계 등 일각에서는 미확정 공시에 대한 재확정 주기를 늘리거나, 미확정 공시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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