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드 상승 전환에 국고채 금리 부담…조달 연기 기류까지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크레디트물 전반의 약세 분위기 속에서도 물량 희소성 등을 바탕으로 홀로 강세를 지속했던 회사채 발행 시장에 달라진 기류가 드러나고 있다. 'AAA'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이하 KIND)는 물론 회사채 대표주자로 꼽히는 SK텔레콤마저도 수요예측에서 일부 만기물이 민평보다 높은 금리를 형성하면서다.
추석 연휴 이후 급등한 국고채 금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매파적 행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 또한 투자 심리 위축에서 비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녹록지 않은 분위기에 이달 발행을 준비했던 기업들은 조달을 연기하는 방안마저 검토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도 전방위 약세, 'AAA'도 오버 발행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동안 강세를 이어갔던 회사채 발행 시장이 이번 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AAA' KIND와 'AA' 한국투자증권이 희망 밴드 상단에서 발행금리를 확정한 데 이어 전일 SK텔레콤 역시 일부 만기물이 민평보다 높은 금리를 형성했다.
특수채 지위에 있는 KIND와 증권업 리스크를 안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달리, SK텔레콤은 'AAA' 위상과 빈번한 발행에 힘입어 회사채 대표주자로 꼽힌다. SK텔레콤마저도 발행 스프레드 부담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위축된 투자 심리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전일 SK텔레콤은 3년(모집액 700억원)과 5년(700억원), 7년(300억원), 10년물(3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통해 스프레드(모집액 기준)를 각각 동일 만기 민평 대비 +7bp, +5bp, -14bp, -50bp로 형성했다.
특정 수요층이 존재하는 7년과 10년물의 경우 민평보다 낮은 스프레드를 보였으나 3년물과 5년물은 오버 발행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수요예측에는 총 1조1천400억원의 주문이 몰려 완판에는 무리가 없었다.
A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과 KIND와 달리 SK텔레콤은 주관사 캡티브 영업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실제 시장 분위기보다 좀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음에도 일부 만기물이 소폭 오버로 발행됐다"며 "지난해 레고랜드 당시와 같은 미매각까지 우려할 분위기는 아니지만 회사채 발행시장 또한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AA' 롯데칠성음료와 'A' SK인천석유화학 신종자본증권 분위기도 비슷했다.
롯데칠성음료는 1천억원(3년물)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4천300억원의 주문을 모았다. 모집액 기준 발행금리는 동일 만기 민평 대비 8bp 높은 수준이다. 증액 가능 규모는 최대 2천억원이다.
SK인천석유화학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완판에는 성공했지만, 증액 금액까진 확보하지 못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30년물(3년 콜옵션) 신종자본증권 1천억원을 모집하되, 최대 2천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주문 금액은 1천520억원 수준이었다. 모집액 기준 발행금리는 7.30%로, 희망 밴드(7.00~7.60%) 중하단 부에서 결정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회사채 발행시장은 강세를 이어갔다. 공사채와 여전채 등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과 대조적이었다. 발행 물량이 줄어들면서 AA급은 물론 일부 A급까지도 민평보다 낮은 금리를 달성했다.
지난 5일 'AA+' 현대백화점 또한 수요예측에서 2년과 3년물을 모두 동일 만기 민평보다 10bp씩 낮게 찍기로 결정키도 했다.
B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리스크 탓에 투자자들이 사모채나 여전채 등은 기피하는 가운데 오히려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참여하는 분위기가 두드러지면서 발행시장은 한동안 강세가 지속됐다"며 "하지만 미국 연준의 매파적 기류와 이스라엘 분쟁 등으로 금리 방향 전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회사채 또한 발행 스프레드 부담이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고채 금리 급등에 부담 심화…11월 연기 택할까
추석 연휴 이후 급등했던 국고채 금리 레벨이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점은 더욱 부담을 키우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4일 고점을 찍은 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9월 말 대비 높은 실정이다.
C 업계 관계자는 "추석 연휴 직후 국고채 금리가 하루에 30bp가량 뛰어오른 데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긴 해도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지금 크레디트물로 손이 나가지 않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A급 기업들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점이다. 이날 HD현대일렉트릭(A-)을 시작으로 이달 에코프로비엠(A), LS전선(A+), HD현대중공업(A0·A- 스플릿), SK온(A+) 등이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A급의 경우 시장 분위기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절대금리 메리트가 상당한 만큼 리테일 수요를 기반으로 물량을 소화하는 방식에 기댈 것으로 보인다.
시장 분위기가 흔들리면서 발행 연기를 검토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통상 수급 부담 등으로 연말로 갈수록 회사채 발행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두드러졌으나 올해는 추석 연휴를 전후로 펼쳐진 상황 탓에 오히려 11월 조달이 나을 것이란 기대마저 싹트는 양상이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던 기업들의 경우 최근 수요예측 결과를 보고 시기를 재조정하자는 움직임도 드러나고 있다"며 "지난해의 경우 연말에 오히려 강세를 보이는 등 연말 효과가 없었던 터라 이달 발행 대신 11, 12월이 더 나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기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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