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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결합 승인 아직인데…한진칼 지분 처분한 이명희

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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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0만주 블록딜 처분, 300억 확보

거래 상대방 비공개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을 상당량 매각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다.

오너일가의 대규모 지분 매각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인데다 아직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딜이 깨질 경우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분쟁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오너일가의 일원이 지분을 처분한 셈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지난달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한진칼 주식 70만1천1주를 매각했다. 주당 처분단가는 4만2천796원으로 총 300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보유 중인 주식 수가 기존 249만1천137주에서 179만136주로 줄었다. 전체 보유량의 28%가량을 처분한 셈이다. 지분율도 3.73%에서 2.68%로 1%포인트(p) 넘게 낮아졌다.

이 전 이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처분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사실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수년간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며 마음대로 지분을 팔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오히려 백기사를 찾아다니며 우호 지분 늘리기에 바빴다.

처음 지분을 매각한 건 2021년 말이다. 2019년 말 남편 고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아 한진칼 주주가 된 지 2년 만이었다. 당시도 65만주(0.97%)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때는 이미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요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때다. 조 회장의 백기사였던 산은은 비슷한 시기에 KCGI, 반도그룹과 한진칼의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 확립과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MOU도 체결했다. 사실상 경영권 다툼이 막을 내린 뒤 지분을 팔았다는 얘기다.

이는 이번 지분 매각이 다소 의외의 행보로 받아들여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일부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쉬이 승인해주지 않으며 최근 한진칼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한진칼은 지난달 서소문 사옥과 하와이 와이키키리조트호텔을 잇달아 매각해 4천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이를 두고 아시아나 딜 무산과 연관 짓는 시각이 나왔다. 4대주주 산은이 지분을 팔고 나가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산은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경우 보유 지분 10.58%를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항공산업 구조 재편 차원에서 확보한 지분인 만큼 계속 유지할 명분이 없어서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만에 하나 해당 지분이 적대 세력에 넘어갈 경우 조 회장이 다시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한진칼은 우호 세력으로 꼽히는 델타항공 외에도 호반건설, 팬오션, LX판토스 등 지분을 상당량 보유한 주주가 여럿이라 지분구조 변경에 따른 리스크가 큰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의 확실한 우호 세력인 이 전 이사장이 지분율을 낮춘 것이다. 경영권 수호 목적과는 반대의 행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기존 19%대에서 18%대로 낮아졌다. 오너가의 일원이, 그것도 전례 없는 경영권 다툼을 겪으며 지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아무런 고민 없이 주식을 팔았다고 보긴 어렵다.

이를 고려하면 오너일가는 경영권 분쟁 재발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든 피했을 선택지기 때문이다.

연장선상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확신하고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실제로 조 회장은 "우리는 아시아나 인수에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엔 유럽 주요 노선과 슬롯을 포기하고 아시아나 화물 사업까지 매각하는 결정도 내렸다.

혹은 우호 세력에 지분을 넘긴 것일 수도 있다. 지난번과 이번 모두 블록딜 거래를 했지만,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 전 이사장의 지분 처분과 관련해 "개인적인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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