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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③] "자금 조달 틀어질라"…오리발 내미는 기업들

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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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대형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연합뉴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박경은 기자 = 딜에 있어 '소문'은 치명적이다. 특히 신사업 확장을 위해 조단위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에, 단 몇퍼센트의 주가 하락은 몇천억을 포기해야 하는 리스크다. 기업들이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적시에 조달하기 위해 끝까지 진실을 숨기는 이유다.

16일 연합인포맥스가 2023년 1월부터 금융감독원 공시정보 시스템 '다트'에 게재된 유가증권시장의 풍문 및 보도에 관한 해명 공시 202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16.3%는 자금 조달과 관련한 소식에 대응한 내용이었다.

이 중 조달 사실과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한 기업 중 60%는 1개월 내 자산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하거나, 증권을 통한 자금 조달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두 번째로 조단위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올해 상반기 한화그룹의 계열사는 그룹에 편입된 한화오션의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확장을 위해 2조원의 자금을 수혈한 바 있다. 이로부터 3개월 후, 한화오션은 '초격차 방산' 사업 확장을 위해 또다시 주주들에 손을 벌린다. 이번에도 2조원 규모다.

언론보도 후 공시를 통해 "확정된 바 없다"고 조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던 한화오션은 이튿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투자자들에 유상증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조회공시에서 '확정된 바 없다'고한 내용을 공식 발표하는 데에는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미 언론 보도가 나간 시점에 주관사 미팅, 조달 구조 논의가 충분히 진척된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속도전'이었다.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보도 이튿날인 지난 8월 22일 한화오션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03% 내린 3만5천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중 한때는 8.61%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기업이 조달하는 자금의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존 대주주나 주요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지 않는 선에서 발행 물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발행할 수 있는 주식의 수가 정해진 상황에서 주가가 내리면, 결과적으로 조달 규모가 작아진다.

한화오션은 신주 할인율을 30%까지 적용하고, 조달 금액 전부를 사업 확장을 위한 신규 투자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주가 하락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당초 계획했던 조달 금액에서 500억원이 줄어들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 급락을 경험한 CJ CGV의 경우 조달 규모가 5%가량 줄었다.

기존의 석유화학 중심 포트폴리오를 벗어나 첨단소재 부문 육성에 분주한 LG화학도 자금 조달과 관련한 소문에 휩싸이며 몸살을 앓았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년간 총 9건의 조회공시 답변을 냈다. 이 중 3건의 답변이 자금 조달 관련 보도에 대한 해명이었다.

이 중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내용은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지분 매각 건이다.

그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10조원에 달하는 신사업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간 LG화학은 회사채를 비롯한 차입 방식으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왔으나, 재무 건전성 부담에 비핵심 자산 매각 기조를 내세우게 됐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LG화학이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의 소수 지분 매각을 포함해 보유한 지분의 활용 방식을 검토해왔다고 입을 모은다. 언론 보도가 나간 시점에는 이미 국내외 유력 기관투자자와 만나 지분 매각 및 가격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준비 단계부터 이러한 내용을 일부 계획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후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기에, 지배력이 상실되지 않는 통상 70% 이상의 지분율을 유지하는 선에서 나머지 소수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 유동성을 끌어모을 궁리를 해온 셈이다.

LG화학은 지난 6월 21일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추진 보도와 관련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공시 후 3주가 지난 7월 12일,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활용해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기존 주주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본다. 당초 지분 매각 시나리오도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쪼개기 상장' 논란 이후 투자자의 곱지 않은 시선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회사 지분과 관련해 또 다른 이슈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교환사채 발행으로 선회했다는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 구조 등을 짜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내용이 알려질 경우 조달 자체를 원점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다"며 "자금 조달이 시급하지 않은 곳들은 조달 구조를 다 짜놓고 태핑 과정에서 소식이 퍼지면 조금이라도 불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딜을 무산시키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조단위 자금 조달을 해온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에는 관련 내용을 오랫동안 검토해 온 데다가 조달 필요성이 높아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셈"이라고 덧붙였다.

gepark@yna.co.kr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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