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한상민 기자 = 다가오는 연말을 앞두고 자금 조달이 급한 한국전력과 시중은행이 사채 시장에 더해 기업어음(CP) 시장까지 넘어와 CP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연말 퇴직연금 만기도래 등 마찬가지로 자금이 필요한 증권사는 한전과 은행이 휩쓸고 있는 CP 시장 속에서 조달 부담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CP 주요 투자자였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신탁) 관련 검사 결과라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하고 있다.
◇랩·신탁 CP 수요 회복 기다리는 증권사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사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규모는 71조4천억원에 달한다.
퇴직연금 자금 유출입을 고려해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해야하는 증권사로서는 한국증권금융 대출, 사채 발행, CP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졌다.
문제는 자금 조달이 급한 한전과 시중은행이 사채뿐만 아니라 CP 시장 수요까지 빨아들이면서 조달이 여의찮다는 점이다.
한전의 지난 16일 기준 CP 발행 잔액은 5조5천억원으로, 올해 발행 한도인 7조5천억원의 75% 수준을 발행했다. 한전은 CP 발행 한도를 넘기더라도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한도 증액도 가능하다.
은행 정기예금 담보(예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연 4% 넘는 금리로 유통되고 있다. 1년물 우리사랑제13차는 지난 10일 4.25% 금리로 발행됐다. 우리은행 발행 1년물 예담 ABCP는 지난 9월 7일까지만 해도 3.98% 금리로 거래됐다.
그 여파로 증권사가 발행한 CP금리는 더 올랐다. 지난 13일 키움증권이 발행한 1년물 CP금리는 4.750%로 같은 기간 40bp가량 상승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이 한전채를 찍어오다 하반기부터 CP를 마구잡이로 찍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은행 정기예금 만기도 100조원 가까이 도래한 가운데 퇴직연금 문제도 있다"이라고 말했다.
CP 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하면 증권사들은 고금리 CP 발행을 감수하거나, 지난해 대거 받아놓은 퇴직연금 고객을 붙잡기 위해 고금리 경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이에 증권사들은 금융감독원이 진행한 채권형 랩·신탁 관련 현장검사 결과라도 빨리 나오길 바라고 있다. 금감원의 전방위 랩·신탁 검사 이후 CP 수요 투자자인 랩·신탁에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CP 시장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당국의 랩 신탁 검사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하는데 현재 받아주는 수요가 없어 금리가 더 오르는 모습"이라며 "검사 결과가 빨리 나와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까지…쏟아지는 검사 일정, 늦어지는 결과 발표
앞서 금감원은 올해 5월부터 하나증권·KB증권을 시작으로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의 랩·신탁에 대한 테마 검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연말께 최종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랩·신탁 검사 결과가 빨리 발표돼서 시장이 정리되길 원하지만, 금감원은 물리적으로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랩·신탁 관련 현장검사를 모두 마무리했지만, 이 외에도 금융투자업권에서 횡령 등 내부통제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다른 검사 일정을 소화하기도 바쁘다. 랩·신탁 현장 검사 내용을 정리할 시간은 부족하다.
금감원은 만기 미스매칭 자체는 문제로 삼지 않을 전망이다. 만기 미스매칭 과정에서 일어난 '채권 돌려막기(교체거래)'나 '파킹 거래' 정황을 포착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 CP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랩·신탁 만기는 통상 3개월에서 6개월인데, 1년 이상 CP를 장부가로 담는 건 막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랩·신탁에서 3~6개월 뒤에 시가로 팔려는 목적으로 1년짜리 CP를 샀다면, 만기 때 고객에게 돈을 확실하게 돌려주긴 어렵다"며 "운용역이 리스크 관리를 정말 잘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촬영 류효림]
hrsong@yna.co.kr
smhan@yna.co.kr
송하린
hrsong@yna.co.kr
금융용어사전
금융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