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가와 금융불균형 위험이 다소 커졌지만, 아직은 거시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는 않은 수준으로 평가되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물가가 다시 3% 중후반대로 올라 예상 경로보다 다소 높기는 하지만, 큰 폭의 이탈은 아니라는 평가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여전하지만, 정부의 건전성 조치 강화 이후 상승 폭은 다소 줄었다.
반면 수출 등 국내 경기는 다소 회복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뚜렷한 반등을 확인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터지면서, 중동 정세의 전개 양상도 향후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한편 한은은 19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지난 2월부터 여섯 차례 회의 연속 금리 동결이다.
◇'불안불안' 물가·가계부채…아직은 관리 가능
이번 금리 동결은 시장이 예상했던 결과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3일 국내외 금융기관 1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준금리 전망치(화면번호 8852)에 따르면 전원이 금리 동결을 점쳤다.
물가와 금융불균형 상황 등 거시 여건은 금리의 상향 조정 요인이 다소 강화되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은 실제 인상이 필요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물가는 지난 8월 3.4%, 9월 3.7%를 기록하며 한은의 예상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한은은 이 기간 물가 반등은 역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예상된 수순인 것으로 판단한다. 연말께는 다시 3% 부근으로 하향 안정될 것이란 기존 전망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가계부채의 경우 9월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4조9천억 원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6조 원 이상 큰 폭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지난 8월 가계대출이 6조9천억 원 증가한 것에 비하면 늘어나는 폭은 다소 둔화했다.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기준을 강화하고, 50년 주담대에 제동을 거는 등 미시적인 대응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가산금리의 인상을 요청하는 등 부채 억제를 위한 창구지도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아직은 금리 등 거시적인 대응에 나설 단계는 아니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5일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아직은 긴축 수준을 높일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도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금융당국의 건전성 정책으로 우선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반복적으로 밝힌 바 있다.
증권사 부동산 PF의 높은 연체율 등 금융시장 불안 위험이 여전한 점도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연동해 국내 시장 금리가 상당 부분 높아진 점도 자체적인 긴축 효과를 내고 있다.
◇이·팔 전쟁 등 복병 부상…불확실성 확대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경로를 두고는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라는 전개 상황을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가 급부상한 탓이다.
이스라엘 중심 서방과 이란이 격돌하는 수준까지 이·팔 전쟁이 확전된다면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가 큰 충격파가 올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물가 및 성장 경로에 대한 전망도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유가가 한은이 가정하고 있는 배럴당 80달러대 수준을 벗어난다면 물가의 재상승 압력이 커지는 만큼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부각될 수 있다.
반면 공급충격에 따른 유가 상승은 경기에도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오히려 통화정책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금통위에 양쪽의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최근 국내 경기 상황은 한은과 정부가 예상했던 '상저하고'에는 어느 정도 부합하는 흐름이다.
10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기준 일평균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1년 이상 이어진 수출 감소 흐름에서 탈피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8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5.5% 증가했는데, 이는 2020년 6월(6.4%)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기획재정부는 10월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흐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4.9%로 시장 예상 4.5%를 훌쩍 웃돈 점도 우리 경제에는 긍정적인 신호다.
내년 경제가 한은의 예상대로 성장한다면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 한은은 물가 안정과 금융불균형 완화라는 정책 목표에 더욱 집중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경기의 회복 속도가 기대치에 부합할지, 내년 성장 전망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변수도 남아 있다. 한 번 정도의 추가 인상을 시장이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지만, 2.25%포인트까지 벌어질 한·미 금리차가 이미 1,350원대까지 올라선 달러-원 환율에 미칠 영향도 주시해야 한다.
연합뉴스
jwoh@yna.co.kr
오진우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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