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자본시장을 겨눈 검찰의 칼날이 매섭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지만, 투자총괄대표가 시세조종 협의로 구속되면서 반쪽의 승리가 됐다.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뒤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번에 구속된 배 대표는 카카오 투자의사 결정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카카오 빅딜 팀장과 투자전략실장, 최고 투자책임자(CIO)를 역임한 배 대표는 로엔엔터테인먼트와 타파스, 래디쉬 인수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 유치 등 지금의 카카오를 만든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이끌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두 명뿐인 카카오의 사내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핵심 경영진의 구속으로 향후 카카오의 투자의사 결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023.10.18 hihong@yna.co.kr
구속에 이르게 된 건 올해 초 SM엔터 인수를 둘러싸고 카카오와 하이브가 벌인 분쟁 때문이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를 통해 SM엔터의 주식을 매수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전인 지난 2월 28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장내 매수를 통해 에스엠 105만4천341주를 매수했다. 당일 발생한 기타법인의 매수 물량(108만7천801주)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거래소는 같은 날 장 마감 뒤 단일계좌에서 66만6천941주(2.8%)가 순매수됐다며 에스엠을 하루 동안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에 하이브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고 이후 금감원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활용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검찰과 수사를 진행해왔다.
지난 4월에는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카카오와 SM엔터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배 대표 등은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천400여억원을 투입했다.
또한, 이들은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도 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본인이나 특별관계자가 보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발행주식 등의 5% 이상이 되면 이를 5영업일 이내에 금융위원회 등에 보고해야 한다.
배 대표 등의 법률대리인은 특사경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입장문을 내고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문제가 발생한 시점부터 누구라도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가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혀왔다.
다만,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강모씨,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이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혐의 내용은 중대하지만, 구속 필요성·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최근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금융당국과 검찰의 처벌 의지가 강한 만큼 자본 시장의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작년에 취임한 이후 불공정 거래 세력에 대한 엄단을 강조해 왔으나 그 필요성이 커졌고 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shjang@yna.co.kr
장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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