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장기간 이어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의 스탠스가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예상보다 높은 국제유가로 물가가 기존 경로를 다소 상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라는 대형 변수가 가세한 탓이다.
전쟁의 파장을 예상하기 어려우면서 일부 위원은 사실상의 인상 소수의견을 냈고, 반대로 일부 위원은 금리 인하 카드도 테이블에 올렸다.
◇물가 상향 이탈 위험 부각…매파색 강화
19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지난 2월부터 6번째 회의 연속 동결 결정이고,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만장일치 동결 기조가 이어졌지만, 사실상 인상 소수의견이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75%로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가운데 8월 회의 때보다 긴축 강도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특히 다섯 분 중에 한 분은 이런 이유에 더해서 가계부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위원은 사실상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 국채 금리의 급등 등으로 현재 금융시장 상황이 다소 불안정하다는 점을 고려해 직접적인 금리 인상 의견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금통위에서는 지난 2월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이후 4월 회의부터는 만장일치 기조가 이어져 왔다. 당시 조윤제 위원이 인상을 주장한 바 있다.
이번 회의도 공식적으로는 만장일치였지만, 사실상은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란 견해를 가진 위원이 있었다는 의미다.
매파적 금통위원이 목소리를 높인 배경은 물가가 예상만큼 빠르게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가계부채 누증도 금융당국의 미시적인 정책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근원물가도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파급영향 지속 등으로 둔화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치가 지난 8월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특히 "(중동에서)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지금 저희 상황을 봤을 때 8월에 예측했던 물가의 하락 경로보다는 속도가 좀 늦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이·팔 전쟁의 전개 양상과 무관하게 이미 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는 말이다.
이 총재는 또 5명의 위원이 이·팔 전쟁으로 유가가 큰 폭 상승하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성장 악영향보다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물가가 기존 경로를 상당폭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면,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 총재는 "저희가 생각했던 물가 예상 경로가 있는데 하마스나 중동 사태로 인해 경로가 벗어나고 특히 기대 인플레이션 같은 것이 굳어지고 그러면 금리 인상을 굉장히 심각하게 고려하고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하 가능" 주장도 등장…커진 불확실성
금통위가 일방적으로 매파적으로 흐르는 상황도 아니다. 이 총재는 한 명의 위원의 경우 3개월 시계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된 셈이다. 지난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위원은 "기준금리에 대한 추가 조정 방향 및 크기를 신중히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리 조정의 방향을 언급하면서 인하 필요성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됐다.
해당 발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보다 명시적인 주장이 나온 셈이다.
이 총재는 다만 인하 주장이라기보다는 인상과 인하 양쪽을 다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총재는 해당 위원이 이런 양면적 주장을 편 근거는 이·팔 사태로 물가가 급등하고 성장이 악화할 경우 "(금리의) 상·하방 리스크가 다 있기 때문에 유연하게 내릴 수 있는 가능성도 놔둬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충격이 올 경우 성장이 큰 폭 둔화하면 물가보다 이에 우선 대응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다만 "성장률은 얼마가 될 거고, 실제로 물가가 어떻게 되는지 그 숫자가 나와야 금통위원이 그걸 보시고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3.8.24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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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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