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개최, 화물 매각 여부 결정
EU 승인 위한 고육지책…현실적 대안 無
[※편집자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중대 기로에 놓였습니다. EU 경쟁당국의 관문을 넘기 위해 최종 시정안을 제출해야 하는데요. 여기에는 사실상 EU가 요구하고 있는 아시아나 화물 매각안이 담길 예정입니다. 그에 앞서 아시아나가 이사회를 열고 화물 매각 여부를 결의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를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아시아나가 놓인 상황을 세꼭지로 나눠 진단합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D-10.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오는 30일 역대급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여객과 함께 회사를 떠받치고 있는 '화물사업 매각' 여부다. 아시아나의 미래는 물론 국내 항공업계, 나아가 글로벌 항공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선택이다.
아시아나 이사회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 될 전망이다. 경쟁력 강화 등 자체 필요가 아닌 대한항공에 인수되기 위해 사업부 매각을 결단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딜레마'에 가깝다. 고민을 거듭해 어려운 결심을 하더라도 끝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대한항공의 인수 작업에 협조하는 게 생존을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재무 상태 등을 고려할 때 화물을 떼고서라도 최대한 합병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선책'이자 '고육지책'으로서다.
◇아시아나·항공산업 미래 '이사회 손에'
20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이달 말 EU 경쟁 당국에 제출할 최종 시정조치 안에 들어갈 내용이다.
이사회의 결정이 합병 성사 혹은 무산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만 아시아나 경영 주체인 이사회가 화물 매각에 긍정적이라면 대한항공이 EU 당국을 설득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조건부 승인을 얻어 향후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의 이행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아시아나 이사들은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으나 뜻을 하나로 모으진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열흘의 시간이 남은 만큼 신중하게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는 물론 국내 항공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주요 결정이 아시아나 이사회 손에 달리게 됐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딜이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걸로 본다. 재무 악화로 독자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데다 추가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화물사업이 견인했던 팬데믹 반짝 특수도 이제는 끝이 났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도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 두 차례 손 바뀜이 어그러지고 3조6천억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를 품어줄 기업이 시장에는 많지 않다.
◇현금 바닥났는데…이달 차입금 2조 만기 도래
아시아나는 현재 7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어 매년 감당하는 이자가 상당하다. 지난해 화물사업 호조로 역대 최대 규모인 영업이익 7천335억원을 기록했지만, 이 중 절반이 넘는 4천65억원 이상을 이자 비용으로 지불했을 정도다.
이자를 줄이기 위해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차입금 7천억원을 갚았다. 이자 부담을 다소 덜어낸 대신, 보유 현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상반기 말 기준 9천116억원이었던 현금성 자산이 현재는 2천억 원 대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남은 현금도 조만간 써야 한다는 점이다. 산은으로부터 지원받은 기간산업안정기금 2천400억원이 21일 만기도래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은·수은의 특별약정지원 1조8천억원도 오는 30일이 만기다. 시장에서는 만약 이번 딜이 무산될 경우 이들이 추가 지원을 중단하고 상환 요청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돈다.
허무맹랑한 소문 만은 아니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목적 자체가 양사 결합을 통한 국내 항공산업 구조 개편이기 때문이다. 명분이 사라지면 당연히 추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자금 회수 방안을 모색할 거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연 이자만 4천억…영구채 스텝업으로 부담 가중
현재 아시아나는 기발행한 영구채 등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발행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 금리가 가산되는 스텝업 조항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되는대로 콜옵션을 행사해 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를 결정하며 2020년 말 매입한 3천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가 대표적이다. 최초 금리는 연 7.2%였으나 발행 2년이 지나며 현재는 12.54%까지 오른 상태다. 작년 말 연 2.5%가 추가로 붙고 조정금리까지 적용된 결과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한항공은 재발행 등을 통해 해당 영구 CB의 금리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예정 금리는 4.7%다. 이 경우 현재 연 376억원 수준인 이자가 141억원으로 줄게 된다. 이자 경감 효과가 확실하지만 사실상 아시아나 합병이 전제다.
영구 CB 이자는 배당으로 인식돼 자본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아시아나의 경우 연간 약 1천140억원가량이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2025년께 부분 자본잠식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2028년 완전 자본잠식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적자 누적으로 상반기 말 기준 결손금도 1조원에 육박해졌다. 흑자를 내더라도 대규모 부채에 따른 이자와 외화 환산손 등의 영향으로 재무개선이 여의찮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과 미국의 고금리 기조 유지, 외환시장 불안 등 항공업을 둘러싼 외부요인도 우호적이지 않다.
현재로선 아시아나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상대가 대한항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지원 역시 합병이라는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강석훈 산은 회장은 필요시 합병의 주체가 되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에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며 산은의 추가 지원은 없다고 언급해왔다"며 "하지만 대한항공도 합병 무산 시 아시아나에 자금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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