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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빅딜 기로 화물매각③] 한진해운 악몽 재현?…이사회에 쏠리는 눈

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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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양사 합병' 아닌 '항공산업 경쟁력 제고' 목적

"소탐대실 않는 유일한 방법"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앞으로 3개국 경쟁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을 승인받아야 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그리고 일본이다.

그중 직면한 곳이 EU 집행위원회(EC)다. 최근 까다로운 심사 조건을 적용하고 있는 EC의 문턱을 성공적으로 넘으면 나머지 미국과 일본의 심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아시아나 이사회에 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이날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안을 의결할 경우 인수 측인 대한항공이 EC의 요구에 부합하는 시정안을 제출하기가 용의해진다.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심사 국가별 현황

[연합뉴스 그래픽]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이사들 사이에는 화물 사업 매각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 사실 회사 경영을 담당하는 이사회로선 당연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합병을 위해 전체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사업을 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남긴 마찬가지다. 인수를 결정할 당시 원했던 그림이 결코 아니어서다. 기업결합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노선·슬롯 포기 등이 거듭되며 '글로벌 톱10' 메가 캐리어 도약 등 애초 기대했던 시너지를 제대로 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화물을 매각하지 않으면 EU의 승인을 받아낼 방법이 없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 다소 무리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이렇게까지 기업결합을 완수하려고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M&A가 단순히 두 항공사의 결합이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2020년 말 산업은행이 양 사 합병을 추진한 이유 중 하나는 업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코로나 팬데믹 전 국내 항공업계는 저비용항공사(LCC)의 급격한 성장과 그에 미치지 못한 여객 수요 여파로 항공사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인구 대비 국적 항공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양대 항공사와 계열 LCC 3곳을 각각 하나로 만드는 내용은 상당히 매력적인 대안으로 여겨졌다. 단순히 '아시아나 살리기'가 아니라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번 딜이 추진됐다는 의미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시작으로 추가적인 M&A가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딜이 장기화하며 적시에 자금 투입이 되지 않은 아시아나의 체력이 크게 약화했다. 최근 들어선 딜 무산 시 끝내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무 여력 부족으로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데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히 과거 한진해운의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 7위, 국내 최대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은 단순 개별 기업의 일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쌓아온 해운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한순간에 사라지며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경제구조에서 얼마나 큰 손실인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평가된다.

항공 역시 물류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항공기 관련 제조업과 리스업, 공항 관련 산업, IT 산업, 면세산업 등 연계 산업군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연관된 일자리 수만 84만개, GDP로는 약 54조원에 이른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항공산업을 지키고 키워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배경이다.

만약 아시아나 파산이 현실화하면 그간의 네트워크와 항공기 등의 유·무형 자산이 사실상 사라진다. 아시아나는 항공기의 70% 이상이 중·대형기와 화물기여서 기종별로 정비사와 운항승무원 등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이들 기종을 운용할 수 있는 국적사가 없다.

[연합뉴스 사진]

이를 바탕으로 화물 사업 매각이 소탐대실하지 않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아시아나의 생존 ▲직원들의 일자리 보존 ▲경쟁체제 유지라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합병 시너지가 일부 줄어들지만, 장기적으로 커버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국내 LCC를 상대로 아시아나 화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국부 유출 논란에서 자유로운 데다 화주와 제조업체 등 소비자들의 혜택도 고스란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3년간 모든 역량을 쏟아 준비해온 인수·통합 과정이 중대한 전기를 맞이했다"며 "화물 매각이 양사 통합에 필수적인 시정조치인 만큼 아시아나 이사회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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