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주당 3.8만원에 5% 처분 '눈물의 손절'
주당 4.2만원에 5.8% 되사…팬오션 '익절' 배경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최정우 기자 = 'A가 산 주식이 주가 하락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A는 손해를 감수하고 B에게 일부를 팔았다. 심지어 시장 거래가보다 5% 할인도 해줬다. 그로부터 10개월이 흘렀다. A는 지난 번에 B에게 팔았던 주식을 되사기로 결정했다. 해당 지분뿐 아니라 B가 기존에 갖고 있던 물량도 함께 사들인다. 주가가 올라 팔 때보다 가격이 10% 비싸졌다. 할인은 거의 받지 못했다.'
경제 논리로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물론 A와 B가 '각별한' 관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 A가 호반건설, B는 팬오션이다. 이들이 거래하는 주식은 '한진칼'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팬오션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 전량(390만3천973주·5.85%)을 조만간 인수할 예정이다. (연합인포맥스가 20일 13시27분 송고한 "팬오션의 '한진칼' 지분, 호반이 가져간다…주식양수도 계약 '임박'" 제하 기사 참고)
팬오션이 지난 16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을 결의한 지분이다. 거래 금액은 1천628억원이다.
당시 팬오션은 거래량과 금액만 밝혔을 뿐 거래 상대방을 공개하진 않았다. 팬오션은 최근 호반건설과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하기로 내부 논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다.
눈에 띄는 건 해당 물량의 대부분(333만8천90주·5%)이 원래 호반건설이 보유했던 지분이라는 점이다. 즉, 호반건설은 작년 말 팬오션에 팔았던 지분을 10개월 만에 되사오기로 결정했다. 팬오션이 이전부터 갖고 있던 물량(56만5천883주)까지 추가해서다.
[연합인포맥스]
심지어 매각 당시보다 가격이 올랐는데도 인수를 결정했다.
앞서 호반건설은 작년 12월6일 한진칼 주식 333만8천90주를 1천259억원을 받고 팬오션에 넘겼다. 주당 처분 가격은 3만7천715원이다. 당일 종가(주당 3만9천700원)에서 5% 할인이 들어갔다.
당시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이 '눈물의 손절'을 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 전(前) 주인인 KCGI로부터 해당 지분을 사들일 때 주당 6만원을 줬기 때문이다. 매입가 대비 37.2%, 금액으로 따지면 약 74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번에 되사는 가격은 주당 4만1천710원으로 산출된다. 팬오션이 이사회를 열고 한진칼 주식 처분을 결의한 16일 종가(4만2천200원)와 비교하면 할인율은 1.2% 수준에 그친다.
결과적으로 호반건설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는 셈이 된다. 기존에 매입한 가격 대비 한참 저렴하게 팔아놓고, 다시 비싸게 사가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이는 팬오션이 '익절'을 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다시 사려는 이유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행보를 볼 때 목적이 무엇이든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는 건 분명하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팬오션에 한진칼 지분 5%를 넘기고도 3대 주주(11.6%) 지위를 유지해왔다. 이번에 팬오션 몫을 확보하면 지분율이 17.5%가량으로 높아져 델타항공을 제치고 2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러면 최대 주주인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19.8%) 지분에 육박해진다. 조승연(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몫 0.93%를 제외하면 거의 엇비슷하다.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일각에선 지분 구조 등을 고려할 때 한진칼 경영권 분쟁 이슈가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또한 호반건설이 팬오션의 엑시트를 도와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동향(호남) 출신 기업인으로 각별한 사이다. 서로가 어려울 때 도움 주는 걸 마다하지 않는 관계다.
앞서 호반건설이 '눈물의 손절'을 했을 당시 유동성 확보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국내 건설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때 김홍국 회장이 한진칼 물량을 받아줬다. 현재 팬오션은 HMM 인수 추진 등으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jwchoi2@yna.co.kr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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