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역할 의구심도…재발 우려 속 관리 요구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노현우 기자 = 다우기술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넉넉한 수요를 확보하고도 돌연 발행을 철회해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수요예측에 참여해 물량을 확보했던 기관은 물론, 제도 도입 이후 발생한 사상 초유의 사태에 관련 업계 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에도 증권신고서 오기재 등으로 발행을 철회한 사례는 간혹 있었다. 하지만 다우기술은 회사채 적정 가치를 이유로 투자자의 참여를 무시한 선택을 하면서 수요예측 제도의 취지를 뒤흔들었다는 설명이다.
◇"발행액의 세 배나 모였는데…" 금리 탓하며 철회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다우기술은 오는 25일(납입일 기준) 발행 예정이었던 3년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조달에 나서지 않는다.
앞서 다우기술은 지난 17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천60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모집액(500억원)은 물론 최대 증액 금액인 1천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모집액(500억 원) 기준 동일 만기 민평금리 수준에서 형성됐다. 이에 최근 이어진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다우기술은 지난 19일 돌연 발행 철회를 공시했다. 수요예측 결과는 무용지물이 됐다.
다우기술은 철회신고서를 통해 금융시장 및 채권금리의 급격한 변동으로 이번 채권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과 투자자 보호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발행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회사채 수요예측을 통해 물량을 확보한 기관들은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
A급 회사채의 경우 리테일 수요를 중심으로 소화된다는 점에서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리테일은 사전에 영업점을 통해 일정 부분 고객을 확보하는데, 갑작스러운 발행 취소로 약속된 물량을 제공할 수 없어 평판 리스크까지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철회 사유가 수요예측 제도 취지와는 배치된다는 점에서 투자 시장 내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요예측 제도는 2012년 회사채 시장의 가격 적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공개 입찰을 통해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가격으로 조달에 나서라는 취지였다.
다우기술은 철회 사유로 채권 가치의 적정성을 제시했다. 사실상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평가된 가격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동을 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금융시장 및 채권금리의 급격한 변동 또한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로 수요예측에 나서기 전부터 시장 변동성이 상당했다.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사유를 제시하면서 회사 내부에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억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증권신고서 오기재 등으로 철회를 결정한 사례는 있어도 채권 가격 이슈와 같은 개별 회사의 사정으로 발행을 취소하는 건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래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밝힐 수 없는 회사 내부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회사채 수요예측까지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이를 간과하고 발행에 나선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인데, 이번 일로 회사채 발행시장에 비슷한 일이 반복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방적 통보에 시장 신뢰 '와장창'…관리 감독 미흡 지적도
다우기술은 투자자에게 철회 사실을 전달하는 절차마저도 미흡했던 터라 더욱 원성을 사고 있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은 철회신고서가 공시된 이후에야 개별적으로 발행 계획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수요예측을 통해 모집한 투자자에게조차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행을 취소한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은 사전에 NDR 참여는 물론 관련 수요까지 잡아서 수요예측에 들어가는 건데 증권신고서 오기재와 같은 외부 이슈도 아닌, 채권 가치를 이유로 철회를 결정하는 건 시장 신뢰를 깨버리는 행위"라며 "철회 사유로 투자자 보호 등을 제시했는데 참여 기관 양해조차 없이 이러한 행동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도리어 투자자를 기만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이후 수요예측을 통해 형성된 가격에 불만을 가진 발행사들이 철회를 결정하도록 하는 선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로 번지고 있다.
이에 이번 철회신고서를 큰 지적 없이 수용한 금융당국이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다우기술이 수요예측 제도 자체에 의문을 갖게 하는 사유로 철회신고서를 낸 건데 금감원이 이를 그냥 받아준 것 자체도 문제"라며 "투자자 보호라는 금감원 설립 취지를 고려했다면 당국에서 이번 사건에 제재를 가하는 등의 방식을 고민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다우기술 홈페이지 캡처]
phl@yna.co.kr
hwroh3@yna.co.kr
피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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