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보유 규제서 제외…모호한 기준, 시장 혼선 가중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2024년 1월부터 시행될 자산유동화 법률 개정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98년 자산유동화법 제정 이후 25년여만의 대규모 제도 개편으로, 유동화 시장 활용도가 높았던 업권 전반이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유동화증권 발행 기업 요건 완화로 시장 활성화를 꾀한 것은 물론, 자금조달 주체의 위험보유 의무로 리스크 관리에도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위험보유 규제의 면제 대상이 상당한 터라 효용성 등에 대한 비판의 시선도 나온다.
◇카드대금 유동화도 면제 가닥…위험보유 제외 대상 확대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에 따라 적용될 위험 보유 의무와 관련해 규제 제외 대상으로 카드 결제대금채권 유동화를 포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위험보유 규제는 자금조달 주체가 자산유동화증권(ABS) 지분 일부를 보유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실질적 자금조달 주체가 ABS 발행 잔액의 5% 이상을 가져가도록 해 기초자산 부실 위험 관리 등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일부 유동화물만 위험보유 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은행 정기예금과 단말기 할부 채권, 부실채권(NPL), 신용 파생 계약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유동화물이 대상이 됐다.
대부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도 의무 보유 규제에서 비껴가게 됐다. 특수목적회사(SPC)가 자산을 양도받지 않고 직접 실행한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제외 이유가 됐다.
이어 카드 결제대금채권 유동화 또한 위험보유 규제에서 벗어나면서 기업과 카드사들의 조달에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카드 결제대금 채권 유동화는 기업이 물품 구매 업체와 납품 업체 간에 사용하는 구매전용카드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다.
이 경우 카드사가 매출채권을 SPC에 매각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기업 결제 한도를 늘려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기업 역시 납품 대금 결제일을 미뤄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단기 운영자금 조과 유사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규제 도입 취지 훼손 우려도…시장 혼선은 지속
위험보유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서 제도 도입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유동화 시장 리스크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았던 부동산 PF가 제외되면서 규제 효용성 등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BS 법 개정의 한 축이 자산보유자 책임 강화와 이해 상충 우려 완화를 위해 설정한 위험보유 규제였는데 유동화 시장 리스크를 높였던 부동산 PF가 여기서 비껴간 게 의아하다"며 "최근 부동산 PF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해당 시장 위축에 대한 당국의 부담이 커진 점 등이 반영된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구성하는 주요 유동화물이 대거 면제 대상으로 빠진 점 역시 위험보유 규제의 효용성을 낮추는 요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동화 자산별 발행 비중을 살펴보면 정기예금 유동화를 중심으로 한 CDO가 전체 발행 금액의 44.3%를 차지했다. PF 대출 유동화 역시 15% 비중에 달했다.
출처 : 한국신용평가
시장을 뒷받침하는 정기예금과 부동산 PF 유동화가 위험보유 면제 대상으로 설정된 데다 이외에도 다양한 상품이 제외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해당 규제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셈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법률 개정에 앞서 달라질 시장환경에 대비해 다각도에서 살펴봤는데 위험보유 규제의 경우 각종 예외 규정으로 당초 예상한 것보다 큰 변화까진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라며 "예외로 인정받기 힘들 듯했던 구매전용 카드 대금채권 유동화도 면제 대상에 오르는 등 예외 항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보이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귀띔했다.
한편 ABS 법 개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등록 유동화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자산보유자의 신용도 규제를 폐지하면서 3천곳 수준이었던 대상 기업은 8천400여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법률 개정으로 유동화증권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예탁결제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는 물론 정보 접근성 또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phl@yna.co.kr
피혜림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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