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금리 레벨 수요 확대도 한 몫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수용 기자 =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발행 규제가 풀리면서 은행채가 다시 채권시장의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만기를 늘리는 방식을 통해 조달을 분산하면서 시장의 경계감을 누그러뜨리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주요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 규모와 시기를 관리·조절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6일 연합인포맥스 발행사별 잔존만기별 잔액(화면번호 4292)에 따르면 전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은행채 발행 잔액 중 2년 이상 만기 비중은 52.5%로 집계됐다.
올해 6월 말 43.4%에서 8월 말 50.3%까지 올랐는데 최근 들어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은행채 발행 잔액 자체도 6월 말 96조원에서 전일 100조6천억원까지 늘어났다.
발행 규모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만기가 다변화하면서 자금 쏠림에 대한 우려는 덜어지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작년 4분기 자금시장 경색 이후 주요 조달 수단 중 하나인 예금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규모는 작년 9월 말 760조5천억원에서 12월 말 818조4천억원까지 약 58조원이 늘었다.
정기예금의 경우 대부분 1년 만기 상품이 주력이어서 올해 4분기 재예치 필요성이 커졌고, 예금 조달에 집중할 경우 내년에도 재차 조달 이슈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은행채 만기를 늘려 연말 자금 조달 수요가 집중되지 않도록 만기를 분산하는 것이다.
또한 은행들도 고금리 상황에서 만기를 늘려 발행할 유인이 커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제한을 완화한 상황에서 1년 만기로만 은행채를 발행할 경우 다시 자금시장의 블랙홀이 될 수 있고, 금리 환경이 불안정한 만큼 다양한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선 만기에 따라 금리 레벨 대를 다양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투자자들도 절대 금리 레벨이 높은 물량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만기가 긴 은행채를 발행한다는 것이다.
연합인포맥스 시가평가 매트릭스(화면번호 4743)에 따르면 'AAA'급 은행채 1년 만기 금리는 9월 초 3.902%에서 전일 4.130%까지 상승했고, 2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4.041%에서 4.421%까지 올랐다.
한 은행권 자금시장 관계자는 "당국에서 규제를 풀기도 했고, 4분기 예금 만기가 많다 보니 양도성예금증서(CD)부터 3년 이상 은행채까지 만기를 다변화해서 발행하고 있다"며 "총발행량을 맞추기 위해선 1년물에 대한 시장 수요도 한정적인 만큼 좀 더 긴 물량을 발행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자금시장 관계자는 "지금 1년물로 발행하면 내년에 또 같은 상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작년 말 발행 제한 조치로 4분기 은행채 발행이 많지 않았던 만큼 이번 기회에 만기를 더 분산하고 있다"며 "조달 비용이 늘어나긴 하지만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니만큼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sylee3@yna.co.kr
이수용
sylee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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