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3주기...유산과 의미는ㅣ 경제ON 취재파일 231025[https://youtu.be/jd7l0ZD4xh0]
※ 이 내용은 10월 25일(수)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김경림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자막 Q. 故 이건희 3주기…특별한 이유는
[앵커 멘트]
#자막. 학술대회에서 콘서트까지…신경영 30주년과 맞물려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이 작고한 지 오늘로 딱 3주기가 됐는데요.
이날 아침에는 3주기 추도식이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열렸습니다.
추도식에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 유족들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3주기 추도 학술대회 및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건희 회장의 종교인 원불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원불교에서 3주기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원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49일 동안 중음세계에 머무른다고 믿으며, 이 기간 동안 천도재를 지내 영혼을 위로하고 천도합니다. 3주기는 천도재를 지내는 마지막 주기로, 이를 '삼우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삼우재를 마지막으로 천도재를 더 이상 지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들이 원한다면 이후에도 천도재를 지낼 수 있습니다.
#자막. 글로벌 삼성 이뤘다…이건희 회장 성과는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은 '글로벌 삼성'을 이룩한 주역이라고 평가됩니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평소에도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라고 줄곧 말했다고 하는데요. 수성이란 적의 공격이나 침략을 막기 위해 성을 지킨다는 뜻입니다. 즉, 이건희 선대회장은 단지 성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삼성의 영토를 넓히는 데도 성공하죠.
이병철 창업 회장이 타계한 1987년 삼성의 '총매출'은 9조9천억원, 영업이익은 2천억원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 후 30년이 지난 2018년 말 기준, 매출은 이때보다 39배 늘어난 386조원6천억원, 영업이익은 360배 가까이 늘어난 71조8천억원에 이릅니다. 물론 화폐가치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매출보다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했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엄청나게 개선됐다는 것을 읽을 수 있죠. 즉 그전까지 삼성이라는 기업이 경공업을 비롯해 제조업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했다면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를 뛰어넘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삼성으로 변혁했다는 것입니다.
#자막 Q. 이건희의 경영 전략이 남다른 부분은?
[앵커 멘트]
#자막. 승부사 기질 두각…'통합적 사상가' 평가도
이건희 선대 회장은 사실 처음엔 후계자로 꼽히지도 않았습니다. 이병철 창업회장의 3남이기도 하고,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명실상부 삼성 후계자로 꼽혔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건희 회장은 경영에 관심도 두지 않은 채 이른바, '즐기는 삶'을 살았다고 하네요.
이건희 회장의 승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오늘은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서만 언급해보려고 하는데요.
최근 진행된 이건희 3주기 학술대회에서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희 회장은 대단한 전략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다."
과거 데이터가 아닌 통찰을 통해 경영 전략을 세우고 이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게 이건희 회장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얘긴데요. 로저 마틴 교수는 "이 선대회장은 당시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발굴하고 발명하는 입장이었고 과거에 묶여 있지 않았다"며 "관련 데이터와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고, 삼성의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전략 이론가"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자리에 참석한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는 "30년 전 신경영은 '영원한 위기 정신' '운명을 건 투자' '신속하고 두려움 없는 실험' 등 오늘날의 성공 전략과 완전히 일치하는 방향으로 수립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막 Q. 삼성의 체질 변혁 이룩한 '신경영 선언'이란
[앵커멘트]
#자막. 한국 1위에서 세계 1위로…대변혁의 시작
1990년대까지 삼성은 실질보다 외형 중시의 관습에 빠져 있었습니다. 경영진의 관심은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많이 생산하고 판매했는가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양적 목표 달성이 중시되고, 부가가치, 시너지, 장기적 생존전략과 같은 질적 요인들을 소홀히 했습니다.
이처럼 1990년대 초반 삼성은 위기의식을 갖지 못한 채 국내 제일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에 1993년 2월에는 미국행에 나서는데요. 삼성이 잘한다고 자부하며 만든 제품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현지 상황은 내부 평가와 정반대였습니다. 매장에서 삼성 제품은 고객으로부터 외면받아 한쪽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었습니다. 임원들과 함께 이를 둘러보며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란 이름을 반환해야 한다. 한쪽 구석 먼지 구덩이에 처박힌 것에다 왜 삼성이란 이름을 쓰는가? 그나마 진열대에 놓여 있는 제품 중에는 뚜껑이 깨져 있거나 작동이 안 되는 것도 있지 않은가? 이는 주주, 종업원, 국민, 나라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통탄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이대로 있으면 삼류, 사류로 전락하고 망할지도 모른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전 임직원이 공감하고 대전환의 길을 선택할 것을 바랐습니다. 그것은 양(量)이냐 질(質)이냐의 선택이었고, 국내 제일에 머물 것인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 초일류로 도약할 것인가의 선택이었습니다.
지난 1993년 6월 4일 이건희 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삼성의 경영 현장을 지도해 온 일본인 고문들과 삼성이 지닌 문제점들에 대해 회의를 가졌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이건희 회장은 디자인 수준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자막. 디자인 담당 후쿠다 고문의 일침 '근본을 바꾸라'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디자인 부서를 지도했던 후쿠다(福田) 고문은 삼성전자에서 4년간 근무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일류 상품은 디자인만으로는 안 되고 상품기획과 생산기술 등이 일체화되어야 하는데, 삼성은 상품기획이 약하다. 개발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타이밍도 놓치고 있다"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후쿠다 보고서를 읽다 보면 관통하는 키워드는 '디자인'이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제대로 된 개혁을 하려면 근본부터 바꾸라'였습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 회장의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당시 안팎에서 '삼성 제품은 디자인이 문제'란 얘기가 나오던 시절이었습니다.
보고서에서 거론되고 있는 사항들은 그 동안 이건희 회장이 숱하게 지적하며 고치기를 강조해온 고질적 업무 관행이었습니다. 도쿄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기내에 동승했던 사장단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게 했습니다. 그 논의는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자막. 프랑크푸르트에서 보낸 3개월…품질 경영의 시작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이건희 회장은 또 다른 충격에 빠집니다. 품질 고발 사내 방송 프로그램에서, 세탁기 조립 공정에서 직원들이 세탁기 덮개 여닫이 부분 규격이 맞지 않아 닫히지 않자 즉석에서 덮개를 칼로 깎아 내고 조립하는 모습이 담겨 있던 것입니다.
마침내 1993년 6월 7일, 역사적인 회의가 열립니다. 이건희 회장은 비장한 각오로 임원과 해외 주재원 등 200여 명을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로 불러 모아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합니다.
이 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은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라고 선언하며 삼성 신경영을 선언했고, 이때부터 삼성의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내려집니다.
#자막.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발표…메모리 D램 세계 1위
1992년은 삼성전자에 있어 분수령 같은 해입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 시기를 "삼성전자가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지 18년만에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에 선 순간"이라고 평가하더라고요. 이후로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는 계속됩니다. D램 반도체 세계 1위를 지속 유지한 것은 물론, 세계 최초 60나노 8기가비트 낸드 플래시 개발, 이어 40나노 32기가비트 낸드플래시, 이어 2013년에는 세계 최초의 3D V낸드 플래시를 양산합니다. 바야흐로 반도체 공화국의 시작이죠.
#자막 Q. 바통 이어받은 이재용 회장…삼성의 미래는
[앵커 멘트]
#자막. '신경영'의 연장선…기술과 인재의 중요성
이재용 회장이 지난 1년간 보여준 경영 스타일은 1993년 발표된 '신경영' 철학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요컨대 '초격차 기술'과 '인재'의 중요성입니다.
이번 반도체 R&D 단지 방문을 비롯해 바이오, 디스플레이 등에 조 단위 투자를 잇는 점에서 미래 혁신 기술에 대한 그의 관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는 그간 꾸준히 '초격차 기술'에 대한 생각을 피력해왔습니다. 지난해 10월 25일, 회장 취임 이틀 전인 이건희 회장 2주기 행사 이후 경영진들을 만나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습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며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 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유럽 출장 직후에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인재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은 학사와 석사 인력을 조기에 양성해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기존 4곳에서 올해부터 7곳으로 확대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과 대만,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반도체 전문 인재 확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반도체 관련 대학 및 학과를 신설했으며 대만과는 산학협력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미국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유학생 취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텍사스대(UT)와 A&M대에 총 470만 달러, 약 62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 인재 육성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자막Q. 이재용 회장의 두 번째 인사…관전 포인트는
[앵커 멘트]
#자막. 실적 부진 책임론…조직 개편 주장도
올해 삼성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삼성전자의 두 수장인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거취입니다.
두 사람이 연말 인사 대상자로 거론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실적이 두드러지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꼽힙니다. 다음으로, 삼성 내부의 4050 선호 풍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한종희 DX 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DS 부문 대표이사 사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의 임기는 모두 2025년 이후로 아직 넉넉합니다. 따라서 이들이 중도에 사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종희 부회장이 맡고 있는 가전 부문은 지속해서 LG에 밀리는 상황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3분기 TV와 가전(CE)을 포함한 DX 부문의 영업이익이 기존 전망치의 절반 수준인 3천억 원대 미만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전 부문의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자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CE 부문 지원자를 모집하고, 일시금 2천만 원의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DX 부문에서 25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 또는 이에 준하는 경력을 보유한 인력을 대상으로 직무 전환을 지원한다고 사내 공지를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DS 부문도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업황 악화가 큰 이유지만, 여전히 고대역 메모리(HBM)와 파운드리 등 첨단 반도체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HBM에서는 AMD를 고객사로 확보했으나, AMD의 그래픽 처리 유닛(GPU) 출하 규모는 엔비디아에 비해 여전히 미미합니다. 경계현 사장이 밤낮으로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입니다.
두 수장의 나이도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입니다. 삼성은 이건희 선대 회장 때부터 60세 미만의 젊은 인재를 기용하고 세대교체를 이루는 원칙을 고수해왔습니다. 한종희 부회장은 1962년생, 경계현 사장은 1963년생으로 60대 문턱에 진입했습니다.
이러한 변수 때문에 일각에서는 거대화한 DX 부문의 조직 개편을 통해 한 부회장의 책임을 덜어주고 효율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DX 부문이 기존 CE를 비롯해 영상디스플레이, 네트워크, 모바일 등을 모두 아우르고 있어 한 부회장 1인 체제로는 사업의 세부 영역을 챙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재용 회장을 대신해 각종 대외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한 부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
※본 콘텐츠는 연합뉴스경제TV 취재파일 코너에서 다룬 영상뉴스 내용입니다.
klkim@yna.co.kr
김경림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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