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선임사외이사제도'를 확대하면서 계열사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인다.
선임사외이사제도는 기존 이사회와 분리해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 결정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삼성이 그간 지속해서 비판받아온 '수직적 지배구조' 해소의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9.8 pdj6635@yna.co.kr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삼성SDS는 전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선임사외이사제도'를 시작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2018년 3월부터 대표이사와 의사회 의장을 분리했으며 2020년 2월부터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이미 사외이사가 의장인 관계사도 다수인 가운데, 이번에 특별히 삼성SDI와 삼성SDS에만 선임사외이사제도가 적용된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 삼성SDI 도입 이유…'국민연금은 왜 이사회 의장 연임에 반대했나'
삼성SDI의 이사회 의장은 전영현 부회장이다. 전 부회장은 2017년 대표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한 이후, 계속해서 의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 부회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차례 국민연금이 '회사 감독에 대한 이해 상충'을 문제로 삼고 반대해왔다.
전 부회장은 앞서 삼성SDI가 2021년 삼성웰스토리 단체급식 일감 몰아주기와 2022년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 등으로 각각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3억원과 2억7천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을 때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하지만,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연임 안건이 무사히 통과되면서 전 부회장은 향후 3년간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게 됐다. 삼성SDI 이사회 의장의 임기가 충분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워치독' 역할을 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별도로 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자료 화면
◇ 준감위에서 얻는 힌트…'수평적 지배구조'
삼성SDS의 경우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주장해온 '수평적 지배구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전일 삼성의 '선임사외이사제도' 발표 이후, 이찬희 삼성준감위원장은 "선임사외이사제도는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방안 중 하나다"라며 "삼성의 수평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임사외이사제도가 그간 삼성과 준감위가 노력해온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첫 단추가 된단 뜻이다.
삼성SDS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S'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의 최하단에 위치하면서, 총수 일가의 '재원 조달 창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SDS 주식의 블록딜 등을 통해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재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은 사정이 다르다. 오너가 지분을 직접 판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로 노이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재용 회장은 주식 매각 대신 배당에 기대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4년 삼성SDS의 상장 이후 이재용 회장에 돌아간 배당금만 1천200억원에 이른다.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1년 넘게 지속된 논의
앞서 준감위와 삼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지난 2022년 6월 만나 이러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6월3일 위원회 전원을 비롯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등은 간담회를 갖고 이사회 위상 강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준감위는 사외이사와 감시위원회 등 감독기관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양측의 공정성이 전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관계사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방식, 이사회 운영 방식에 대해 캐물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표이사들은 ▲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하고 ▲ 회사별 특성에 맞게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겠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
아울러 양측은 사외이사가 자문 역할보다는 기업 경영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합의를 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논의를 위한 임시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2023.8.16 dwise@yna.co.kr
◇ 애플·SK하이닉스 등도 시도한 감시 체제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재할 권한이 있으며,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 관련 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 이사회 의장인 CEO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날 경우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새 CEO 선임 과정을 주도한다.
아울러 이사회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며, 이사회 의장 및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삼성은 이번 선임사외이사 제도 시행의 목적을 '거버넌스 체제 재편'에 두었다. 회사 내부 이사회 이외에도 외부적인 감시 조직을 둠으로써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도 이미 해당 제도를 도입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 아서 레빈슨 칼리코 선임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팀 쿡의 CEO 선임 과정을 주도한 바 있다. 현재 팀 쿡 애플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나이키의 선임사외이사 겸 보수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도 2018년 선임사외이사로 하영구 김앤장 고문을 선임한 바 있다. 이후 하영구 고문이 계속해서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선임사외이사' 제도도 자연스럽게 편입됐다.
한편,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물산을 비롯해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8개 사는 이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klkim@yna.co.kr
김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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