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임하람 특파원 =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Midtown).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시간인 새벽 5시에 백 명가량의 인파가 줄을 서 있었다.
이날 '샘플 세일(sample sale)'을 여는 명품 브랜드 '더 로우(The Row)'의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었다.
'샘플 세일'은 보통 브랜드 매장에서 '샘플'로 사용됐었던 제품들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대부분 70%~80% 할인율로 판매하는 할인 행사다.
쌀쌀한 가을 바람을 버티기 위해 패딩점퍼와 담요, 목도리 등으로 무장한 이들은 바닥에 앉거나 혹은 가져온 간이 의자에 앉아 긴 기다림을 시작했다.
일부 뉴요커들은 전날 밤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텐트까지 가져오며 노숙을 불사했다.
줄은 일파만파로 늘어났다. 매장이 오픈하는 10시경에는 대로인 에버뉴(Avenue) 1개, 스트릿(street) 3개를 빙 둘러싸는 긴 줄이 형성됐다. 약 500명 이상의 인파가 모인 것이다.
이들은 매장이 오픈하기 전까지 최소 7~8시간, 길게는 더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 쇼핑에 합류했다.
줄을 대신 서 주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직접 줄을 서기 싫은 뉴요커들은 인력 매칭 업체 태스크 래빗(Task Rabbit)을 활용해 대기 줄에 아르바이트를 세웠다. 대신 줄을 서주는 전문 업체도 있었다.
이들은 보통 시간당 20~25달러가량을 청구했다. 올해 뉴욕시의 최저임금 15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이 5시간 이상을 기다린 점을 감안하면 일당 100달러 이상을 챙겨간 셈이다.
샘플 세일장 내부는 그야말로 물건이 없어 못 사는 상황이었다.
할인가더라도 1천 달러를 상회하는 가방은 세일 시작 10분 이내에 모두 팔렸고, 수백 달러를 상회하는 의류와 신발도 수일 안에 대부분 재고가 떨어졌다.
이날 세일에 참여한 한 뉴요커는 "전일 밤부터 사람을 고용해 대신 줄을 서게 했다"며 "선두로 매장에 입장했지만, 모두가 물건을 사재기하면서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 또한 이날 샘플 세일에서 수천달러에 달하는 쇼핑을 했다.
뉴욕 샘플 세일 시즌에는 매주 15곳 이상의 브랜드가 소호(Soho), 5번가, 혹은 오피스 빌딩 한 켠에서 샘플 세일을 연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딥 디크, 메종 키츠네, 지미 추, 폴 스미스, 마크 제이콥스, 발리, 자딕 앤 볼테르…. 이번 달에만 50곳 이상의 브랜드가 샘플 세일을 열었거나 열 예정이다.
초청받은 VIP 고객만을 대상으로 세일을 열었던 에르메스의 경우 입장권을 판매하는 암표 시장까지 열렸다. 일부는 에르메스 샘플 세일 입장권으로 300달러(약 40만 원) 이상의 금전적 대가를 요구했다.
대부분 샘플 세일에는 긴 줄이 형성되고, 많은 경우 대부분의 주요 제품이 동난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미국인들의 소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미국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9% 증가한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미국인들의 강한 소비가 성장률을 떠받쳤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역대급 고금리, 치솟는 임대료 속에서도 미국인들의 소비가 급증하는 것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절벽을 향해 소비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돌아오는 11월부터는 미국인들의 연례 최대 쇼핑 시즌이 시작된다. 지난달 열렸던 아마존의 연례 최대 할인행사 프라임데이(Prime Day)에 이어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 먼데이, 크리스마스와 신년 쇼핑까지 세일은 이어진다.
딜로이트는 올해 11월부터 1월까지 쇼핑 시즌 동안의 휴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5~4.6%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시 할렘에 거주하는 프레드씨는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대부분 사람은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경제 전망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당시와 그 이후 경제 현상에 따라 많은 경제학자들이 혼란스러워했지만, 지금 또한 역시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매우 기이한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hrlim@yna.co.kr
임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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