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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연준, 내년 금리 내려도 매우 완만"…국내 함의는

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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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강경한 전망을 내놓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연준이 내년 금리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지난 1990년대 중반과 같이 매우 미미한 폭의 인하가 예상된다면서,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국장은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를 국내 통화정책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향후 국내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현재 1990년 중반과 유사…금리 내린다 해도 '찔끔'

31일 한은에 따르면 홍 국장은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현재 미국의 상황과 1990년대 중반이 매우 유사하다고 짚었다.

지난 1990년 이후 연준이 금리 인상기에서 인하로 돌아선 전환기가 총 5번이다.

그중 네 번은 저축대부조합 부실사태와 걸프전, IT버블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예상치 못한 사태로 경제가 충격을 받은 경우다. 금리 인하 속도가 매우 빨랐다.

미 기준금리 및 물가 추이(음영은 금리 인하로 전환기)

한국은행

지난 1995년은 상황이 달랐다. 연준은 1995년 3월에서 1998년 11월까지 6.00%이던 기준금리를 4.75%로 3년여간 1.25bp만 내렸다.

당시 경제 상황을 보면 1995년 미국 경제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하락하고 고용 여건이 악화했다. 이에 연준도 금리를 6.0%에서 5.25%로 낮추는 등 통화긴축 강도를 축소했다.

하지만 1996년 들어 경기가 빠르게 개선되었고 1997~1998년 중에도 잠재수준을 상회하는 4%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실업률도 자연실업률 수준을 상당폭 하회하는 4%대 중반 수준을 나타내는 등 양호한 경제상황이 지속했다.

물가는 둔화 흐름을 이어가긴 하였지만 속도가 매우 완만했고 1998년까지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지속했다.

이에 따라 연준도 1996년 이후에는 금리를 5.25% 수준에서 더 이상 인하하지 않았으며 1997년 3월에는 오히려 5.50%로 인상했다.

홍 국장은 "물가 상승률이 2%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늦춰지고 양호한 경제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5%대의 높은 정책금리가 3년 이상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상황도 당시와 유사하다는 것이 홍 국장의 평가다.

우선 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GDP갭률이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연 실업률(4.0%) 내외의 낮은 실업률이 이어지는 등 양호한 고용 상황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가파르게 낮아져 왔던 미국의 물가도 내년부터는 둔화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2025년 하반기에도 2%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홍 국장은 "최근 국제유가 수준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진 데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해 변동성도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사태의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미국 물가의 목표수준 수렴 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국장은 "이 같은 물가와 고용 전망에 비추어보면 연준이 내년 이후 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그 속도는 1990년대 중반과 같이 매우 완만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국내 통화정책에도 반영 불가피…"압력 높아질 것"

홍 국장은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를 시장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최근 미 국채 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이를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그런 만큼 국내 통화정책에도 이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홍 국장은 주장했다.

그는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영향 등으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와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해 물가 및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면서 "아직 이 같은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 영향을 예단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이번 주 개최되는 FOMC 회의 결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계속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용에 반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채권시장에서의 국고채 등 금리는 미 금리 상승을 반영해 큰 폭으로 오른 상황이다.

한은의 기준금리가 연초 이후 3.5%로 동결되어 있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상당폭의 시장 금리 상승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 국내 통화정책의 무력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이창용 한은 총재도 미국 금리의 고공행진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와 시장 금리가 괴리되는 현상이 길어지면, 통화정책에 대한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한 층 강조하고, 물가 동향이 심상치 않은 점도 한은을 압박할 수 있는 변수다.

김대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주말 고위당정회의에서 "가계 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 부채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의 몇십배 위력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가계부채의 엄정 관리 방침을 밝혔다.

물가도 10월부터 하향 안정화할 것이란 전망이 빗나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9월(3.7% 상상)과 동일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소폭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10월에는 농산물이 하락하던 패턴이 올해는 나타나지 않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jwoh@yna.co.kr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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