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횡재세 보다 이자부담 경감 상생금융 강화에 무게
"뒤틀린 조세 정책·은행 이익 환수 효과 미미" 지적도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금융당국이 올 3분기까지 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둔 은행권을 상대로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소위 '횡재세'를 부과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재부상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횡재세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그로 인해 서민과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은행도 고통분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보고 '신중한 검토'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다만, 조세 정책으로서의 횡재세 도입보다는 분담금 또는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출연금 방식 등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나누는 방안 등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다,
◇횡재세 실제 도입 어려워…종합 대응책 마련 '고심'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고금리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 부담 완화 방안을 연내 발표를 목표로 검토 중이다.
지난 7월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의 후속조치 일환으로,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 환경 속에서 이자 비용을 견디지 못해 무너지는 한계 기업과 가계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고금리 시기를 틈타 이자 장사로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30조9천367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를 중심으로 은행의 막대한 수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 관련 입법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들의 대출 상환 부담을 '은행 종노릇'이라는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전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다만, 조세 정책으로서의 횡재세 도입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관련 사항에 대해 의원 입법이 된 상태이긴 하지만 정부 차원에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간기업에 대해 단지 수익이 늘었다고 세금을 더 물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조세 정책과 맞지 않고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면서 "다만, 고금리 환경에서 은행들이 초과이익분을 고통 부담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어느정도 공감하는 만큼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횡재세 도입을 추진한 나라는 이탈리아 정도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 자금조달비용 증가 등을 우려해 철회를 권고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이에 은행 수익 일부를 서민금융진흥원에 부담금으로 출연하거나 서민금융 출연요율을 인상, 초과이익에 대한 지급준비금 적립 등 간접적인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은행 이익 환수, 경제적 효과 없다…자율적 상생이 바람직"
학계를 비롯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의 초과 이익 환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횡재세 도입 논의 자체가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우리 경제에 반하는 정책인 데다, 경제적 효과도 없다는 게 중론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국이 은행들에 초과이익 환수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 이후 배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초과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두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준비금을 적립하는 방향이라면 순익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겠지만 배당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횡재세 도입은) 논리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게 은행들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서 번 것도 아니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받은 돈인데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다"며 "경제적 효과도 없다고 보는데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때, 또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여러 가지 부실채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은행들이 자본금을 축적한 것을 부실채권 대응에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1차적으로 금융권이 쌓아온 잉여금으로 대응하게 되는데 과연 그땐 정부가 지원하겠느냐"면서 "횡재세와 정부 지원의 어떤 끝없는 개입보다는 시장 원리에 맞춰서 금융시장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에서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 2개국 정도가 횡재세를 도입했는데 우리나라하고는 상황이 많이 다른 상태에서 도입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 "통화정책 여건이나 자금시장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에서 도입했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횡재세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횡재세 도입보다는 지난 4월 금융위원회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발표한 은행권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을 내실 있게 추진하는 것이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임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횡재세가 법인세 형태 등처럼 도입되면 이익이 줄어들면 다시 보전해야 한다는 이슈도 있다"며 "현재 은행권에서 상생금융을 포함해 경영공시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발표한 만큼, 개선된 경영공시제도가 착실히 이행된다면 상생금융을 포함한 은행권의 사회 공헌이 잘 이뤄지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hjlee@yna.co.kr
이현정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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