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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이수용 기자 = 금융당국이 국내 가계부채 문제의 구조적 개선을 위해 정책 모기지 비중을 줄이고 민간 금융사의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 공급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적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글로벌 추세에 맞춰 국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유일하게 국내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전담했던 것을 탈피해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등을 활용해 민간 은행들도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공급자로 나서라는 게 정책의 핵심이다.
◇ "커버드본드 생태계 만들어야…선순환 유도"
금융당국 관계자는 31일 "국내 은행권은 주금공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지원하는 구조일 뿐, 30년 이상의 고정금리 모기지를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간 국내 은행들이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경우 대부분 정책금융에 의존하고 있었던 만큼, 커버드본드 발행 등을 통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가 없었다.
금융당국의 문제의식도 이 지점에서 시작했다.
결국 정책금융이 국내 전체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를 책임지고 있는데, 정책금융 실적을 전적으로 반영해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이 출렁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은행권이 정책금융에 편승해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려는 자체적 노력에 소홀했던 점도 꾸준히 지적되는 지점이다.
실제로 국내 주담대 시장은 고정금리 중심의 정책모기지와 변동금리·혼합형 중심의 민간 주담대로 이원화돼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미국과 프랑스, 독일의 고정금리 대출비중은 90%가 넘는다.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96.3%, 97.4%다. 거의 모든 주담대가 고정금리로 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국내의 경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23.2%에 불과하다.
특히, 금융당국은 정책 모기지 실적을 제외할 경우 순수고정금리 비중은 2.5%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는 커버드본드는 은행들이 보유한 주담대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담보부채권이다.
채권 보유자가 발행자에 대한 상환청구권과 기초자산집합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동시에 갖게 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에서는 주로 활성화된 커버드본드는 국내 장기 주담대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됐지만, 국내 금융사들의 활용도는 높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커버드본드를 위한 법령과 제반 인프라는 모두 갖춰져 있지만 활성화가 안 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어느 정도 발행이 있어야 투자자의 관심은 물론 유통시장도 활성화해 선순환 구조에 들어서는데 그간엔 발행 유인 자체가 없었다. 정책적 혜택 통해 초기엔 독려하는 흐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의 원화 커버드본드는 2020년 우리은행이 5천억원을 발행한 것을 끝으로 전무하다.
지난 십여년간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은 시중은행 전체를 합산해도 3조원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 인센티브 놓고 고민…주신보 출연요율 카드 '만지작'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 또한 커버드본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만기와 금리 상의 이점을 보유한 커버드본드를 살려놔야 민간 차원의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시장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소규모로 나오는 커버드본드로는 관련 시장 활성화가 불가능하다.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이 시장을 키워 나가겠다는 게 당국의 일관된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결국 주금공이 MBS를 과도하게 발행하는 문제에서 벗어나 역할 변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은행권의 커버드본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주신보 출연요율을 우대하는 방식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적정 요율 수준을 도출하기 위해 은행권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고정금리 대출실적에 따라 주신보 출연요율 최대 6bp 우대하고 있는데, 향후 커버드본드를 일정 이상 발행할 경우 출연요율을 추가로 우대해 주는 구조를 논의 중이다.
아울러 장기채권에 대한 예대율 규제 완화는 물론, 원화예수금의 최대 1%로 제한돼 있는 커버드본드의 예수금 인정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린 상태다.
투자수요 확대를 위한 저변도 넓힌다.
민간 커버드본드를 통해 주금공 MBS를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인 만큼, 기존 MBS 투자기관인 은행과 보험, 연기금, 공공기관 등이 커버드본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스왑뱅크'(가칭)는 커버드본드 시장이 장기적 관점에서 활성화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도입을 검토 중인 방안이다.
고정금리 비중이 늘면서 금융사의 금리리스크 문제가 불거질 것에 대비해 주금공의 출자를 통해 이자율 스왑을 전담으로 하는 신설 금융사를 설립하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향후 스왑뱅크에 5~10년 위주의 이자율 스왑에 대한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은 주금공 내부에서 논의를 거치고 있는 사안으로 향후 연구용역 등을 통해 설립에 따른 실익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 "정책금융 역할 바꿀 시점"
정부가 민간 중심의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시장을 만들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데는, 주금공의 역할을 '민간 주담대 시장의 조력자' 정도로 바꿀 때가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책금융 지원을 위해 주금공이 MBS를 무리하게 발행하고 있다는 우려는 일찌감치 제기됐다.
특히 최근엔 정책금융인 주금공의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데다,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소득 1억원 이상의 일반형 대출자들을 지원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당초 39조6천억원 규모로 공급이 예정됐던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 9월 40조원 이상의 유효수요를 모으며 한도가 모두 소진된 상태다.
금융권 안팎에선 특례보금자리론이 일찌감치 한도를 소진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도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주금공은 일반형의 공급을 중단하고, 정책금융의 취지를 고려해 우대형만 운영중인 상태다.
'역마진' 우려에 대해서는 최근 금리 인상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정책금융 특성을 반영해 금리 변화를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게 주금공의 스탠스였지만, 최근 조달금리가 급격히 뛰면서 일부 반영은 불가한 상황에 몰렸다.
결국 주금공은 지난 8월 30일 우대형 금리를 0.2%p 올린 이후 이달에 추가로 0.25%p를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주금공의 역할이 세팅되면서 장기 모기지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금융권도 이 과정에서 주금공의 역할에 편승하면서 민간 고정금리 주담대 시장을 성장시킬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며 "정책금융의 롤(역할)을 바꿀 때가 됐다. MBS를 커버드본드로 바꿔나가면서 은행이 할 수 있는 부분들을 넓혀가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이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24 uwg806@yna.co.kr
jwon@yna.co.kr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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