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은행(BOJ)이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일본 국채금리 상승에 불과 3개월만에 부랴부랴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재수정했다.
하지만 향후 금융완화 출구 국면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할 '장기금리(10년물 국채금리) 1%'에 대한 대비를 미국 금리 상승을 빌미로 일찌감치 끝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일 분석했다.
일본은행이 31일 YCC를 재수정하기로 한 후 환시에서는 오히려 엔화 매도세가 확대됐다. 뉴욕장 마감 무렵 달러-엔 환율은 151.710엔까지 올라 작년 10월 실개입 당시 수준(151.942엔)에 바짝 다가섰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정책 재수정과 관련해 "미국 국채금리가 매우 큰 폭으로 상승했고 이는 일본 금리에도 파급됐다"며 "미국 장기금리의 상승 정도가 예상 이상이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행이 좋은 의미에서 교활한 조직이라며, 미국 국채금리 상승을 기회로 YCC를 매장시켰다고 추측했다.
YCC는 원래 조작이 지극히 어려운 장기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고정하는 이례적인 정책이다. 금리 수준에 대한 일본은행과 시장의 눈높이가 맞을 때, 혹은 시장에 큰 충격이 가해져 일시적으로 금리가 잘못 형성됐을 때만 성립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실제 YCC가 도입됐던 2016년에는 갑작스러운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으로 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었다. 마이너스 영역으로 가라앉는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금리를 제로 부근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해당 정책이 도입됐다.
이후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인플레이션 물결이 전세계를 덮치면서 일본은행과 시장의 시각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전 총재 시절 해외펀드들은 YCC 붕괴를 노리고 엔화 매도·국채 매도에 나섰고 결국 일본은행은 채권시장 왜곡을 해소하기 위해 작년 12월 장기금리 변동폭을 확대해야만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현재 원활한 금융정책 정상화에 있어 가장 방해가 되는 존재가 YCC라고 지적했다.
특히 2021년 도입한 '연속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이라는 수단은 금리 상한선에서 무제한으로 국채를 사들여 금리 상승 압력에 철저히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로 평가받는다. 시장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일본은행의 보유 국채가 무한히 늘어나 시장 기능을 압도하는 부작용을 갖는다.
일본은행은 7월과 10월에 YCC 정책을 유연화하면서 명목상으로는 '장기금리 제로'라는 방침을 남기면서도 알맹이는 빼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장기금리의 상한선을 1%로 높인 데 이어 이제는 그 상한선도 느슨하게 해 '연속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이라는 무기를 묻어버린 것이다.
금융완화 정상화를 전망할 때 장기금리가 1%를 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옛 일본은행 관계자는 "1%의 장기 금리가 본래 적정 수준"이라고도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행이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외압을 이용해 향후 출구 국면에서 일본 장기금리가 1%를 넘어도 마찰이 생기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앞서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르셀 틸리언트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이날 사실상 수익률곡선 통제(YCC)를 폐지했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빠르면 1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끝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jhmoon@yna.co.kr
문정현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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