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의 물가 경로 전망이 크게 어긋나면서 눈총을 사고 있다.
한은은 지난 8월부터 물가가 다시 반등하자 국제유가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뿐 10월부터 반락해 연말까지 3% 내외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은은 8~9월 일시적인 물가 반등에 "일희일비(一喜一悲) 말라"는 충고를 내놓기도 했었지만, 현실은 반대로 펼쳐졌다.
그동안 금리 동결 결정의 핵심 근거였던 물가의 추세적인 하향 안정화도 신뢰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향'까지 틀렸다…당황스러운 전망 오류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대비 3.8% 올랐다. 지난 7월 2.3%까지 떨어졌던 물가 상승률은 8월에 3.4%, 9월에 3.7%를 기록한 이후 10월에는 더 높아졌다.
한은은 그동안 물가가 8~9월에 높아진 이후 10월부터는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은 조사국은 8월 물가 상승률이 3.4%로 높아진 이후 "10월 이후에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낮아져 연말까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그러면서 "한두 달의 (물가)움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추세적인 물가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물가가 곧 다시 내리니 8월 물가가 상당폭 뛴 데 대해 불안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한은은 10월 초까지도 10월 물가가 반락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웅 부총재보는 10월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10월부터 다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후 한은은 19일 금통위에서는 물가가 8월 전망보다 높아질 것이라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10월 물가가 9월보다 더 오를 수도 있다는 힌트를 내놓지는 않았다.
물가 전망이 수치까지 정확하기는 어렵다지만, 같은 달의 방향 자체를 잘 못 짚은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도 물가 상황을 낙관한 것은 마찬가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점차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10월 예상과 달리 오히려 상승폭을 더 키운 것은, 한은의 전망치(하반기 평균 배럴당 84달러)보다 높아진 국제유가에 더해 예년과 달리 추석 이후 농산물 가격의 하락세가 나타나지 않은 점이 꼽힌다.
한은 관계자들은 특히 농산물 가격의 이상 고공행진이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채소와 과일 등을 포함한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 10월에는 전월비 6.1% 하락했지만, 올해 10월에는 1.1%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와 농산물 등의 단기 가격 흐름을 예상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토로하면서 "이번에도 매년 추석 이후 큰 폭 하락하던 농산물 가격이 안 내려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동결 근거 물가 경로 유효할까…의구심 확대
10월 물가가 예상을 크게 어긋나면서 한은이 연초부터 내세우고 있는 '물가의 추세적인 하락 안정화' 경로가 유효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3.5%로 올린 이후에는 1년 가까이 동결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물가가 꾸준히 하향 안정되면서 내년 말께는 목표인 2%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에 기반한 결정이다.
부동산 PF 부실 위험 등의 다른 요인도 있지만, 한은은 물가의 안정 전망을 핵심 근거로 내세웠다.
한은은 그러면서 다수의 금통위원이 3.75%로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포워드가이던스도 꾸준히 병행해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등 전제가 변하면 금리 인상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 물가 전망에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한은도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가 당초 전망보다 다소 높고, 목표 수렴 시기도 늦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보고서를 통해 물가의 2% 목표 수렴 시기는 2025년 상반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들은 다만 10월까지의 물가만으로는 '3.75%로 인상 가능성'이 실현될 정도로의 경로 이탈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월 금통위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사안"이라면서 "물가 전망치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이 정도는 10월 금통위에서 한번 점검했던 것"이라면서 "11월에 새로운 전망을 하면서 다시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10월 헤드라인 물가가 크게 올랐지만, 식료품과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3.2% 상승으로 9월의 3.3%에서 내리는 등 아직 안정적이다.
그런 만큼 채권시장에서도 10월 물가로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 이견이 많지 않다.
다만 향후 물가가 당국이 전망하는 대로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커졌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교수는 "정부의 예상과 달리 물가가 오히려 올라갔는데, 유가와 농산물, 환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농산물 가격도 비용인 에너지와 임금 등이 전반적으로 오른 상황인 만큼 일시적인 상승이 아니라 쉽게 내려오지 않는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측 충격이기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올려서 물가를 잡을 수도 없을 것 같고, 실제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면서 "농산물 수입도 제약이 있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물가 관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jwoh@yna.co.kr
오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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