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 논란 '해소'…반발 이사 회의 중 이탈
사내이사 사임은 사실상 '찬성표'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일부 이사들 간 이해충돌 이슈 등에 대한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안건 의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정회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0월30일 이사회가 '빈손'으로 끝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에도 결국 표결은 시도조차 못 했고, 그 배경에 특정 이사의 이해 상충 여부가 쟁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사흘 뒤 아시아나 이사회는 다시 모여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동의 여부를 재논의했다. '화물사업 매각'이 골자인 내용이다. 그리고 4시간여 만에 '찬성'으로 결론지었다.
아시아나 이사회가 최종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화물 매각안을 '가결 처리'할 수 있었던 배경엔 두 군데 변곡점이 있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찬성 3명·기권 1명'…이해충돌 논란 이사도 표결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나 이사회의 표결 결과는 '찬성 3명, 기권 1명'이다. 당초 이사회 멤버 전원(5명)이 출석했으나 표결을 앞두고 강혜련 사외이사가 먼저 자리를 떴다. 강 이사는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4명 출석이 인정됐으나 가결 조건은 달라지지 않았다. 출석이 4명이든 5명이든 과반, 즉 3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원유석 대표와 사외이사 2명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은 원안 가결됐다.
이날 이사회가 안건 의결을 했다는 건 며칠 전 논란이 됐던 이해충돌 이슈가 '해소'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번엔 이 문제로 표결 자체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달랐다. 의결권 유효 논란을 겪은 윤창번 사외이사가 정상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윤 이사는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바로 이 '직업'이 이해충돌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앤장이 양사 기업결합과 관련해 대한항공 측에 법률자문을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정관상 특정 안건과 관련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논란이 불거지자 아시아나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사전에 법적 검토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올 3월 사외이사 신규 선임 전 법무법인을 통해 적격 여부를 확인했고, 이번 이사회 전에도 법률 자문을 통해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했다.
◇찬반 팽팽…이사 1명 표결 전 이탈
지난번 이사회에선 이를 두고 도무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제3의 법무법인을 통해 윤 이사의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 받기로 하고 정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오전 이사회 개최 때까지 검토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진 아시아나 측은 다른 복수의 로펌에서 받은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는 자문 결과를 이사회에 전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는 윤 이사를 포함해 표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제3의 로펌을 강력히 주장하던 강 이사가 반발해 회의 도중 이탈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사회 내에서 이해충돌 이슈가 이토록 크게 논란이 된 건 윤 이사가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흘 전 이사회에서 윤 이사를 제외하고 찬반이 '2대2'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만약 윤 이사 외에 3명 이상이 찬성, 혹은 반대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이해 상충 여부가 부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윤 이사의 표결 참여 여부가 결과를 바꾸진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그의 의결권 인정 여부를 놓고 격론이 오갔다.
특히 아시아나 이사들은 최근 적잖은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진다. 3년간 이어져 온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의 '고 or 스톱'이 아시아나 이사회 손에서 결정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다.
찬성, 반대의 명분과 이유가 분명한 사안인 만큼 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매각에 찬성한다고 해서 무조건 EU의 문턱을 넘는 것도 아니고, 반대 시엔 사실상 기업결합이 물 건너간다. 당연히 모든 변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내이사 '사임', 가결 요건 완화
지난달 29일 사내이사 1명이 사임한 것 역시 결과적으로 매각안 가결을 이끈 하나의 변곡점이 됐다.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전무)은 임시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돌연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조종사 출신인 진 전무는 의결권 행사 방향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적으론 화물 매각에 반대했으나 독자생존이 어려운 회사의 미래를 놓고 사내이사로서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동료들과 노조의 반대 압박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당시 그에겐 다섯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이사회 출석 후 찬성, 반대, 그리고 기권. 아니면 불참, 혹은 사임. 진 전무는 마지막 옵션을 택했고 그의 선택은 이사회 판도를 바꿨다. 이사회 구성원 숫자를 줄여 안건 가결 요건이 완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시아나 정관상 이사회 안건 가결 요건은 '과반 출석, 출석 이사 과반 찬성'이다. 기존엔 전원(6명) 출석 시 최소 4명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진 전무 사임으로 3명 찬성 시 가결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만약 출석해 '기권표'를 던졌다면 여전히 4명이 가결 요건이었다. 이사 중 최소 2명이 반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부결'로 결정이 났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사임이란 방식으로 찬성표 하나를 채웠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불참'이란 선택지도 있지만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사내이사가 불출석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당초 계획대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최종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합의서'에 따라 아시아나에 대한 자금 지원도 실시한다.
sjyoo@yna.co.kr
유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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