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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 기업 발목 잡는 공매도…"금지기간 늘려달라" 업계 요구

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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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한상민 기자 =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도 손보기에 발 벗고 나서면서 증권업계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매도는 영풍제지와 같이 이유 없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주가를 정상화하고 시세조종을 막는 순기능도 있는데, 전면 금지까지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증권업계에서도 기업 증자 때는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에도 해당 의견을 적극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 대형 증권사는 올해 두차례에 걸쳐 증자 시 공매도 금지기간을 주금납입일 또는 신주상장일까지 늘려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다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 코스피 급락에 기업과 투자자 모두 고통스러운 시기가 재차 도래하자, 이 대형 증권사는 이를 한 차례 더 제안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유상증자는 대략 이사회 결의→신주발행 공고→주주확정→발행가액 확정→일반공모 청약→주금 납입→신주상장 등 순서로 진행된다.

현재는 유상증자 계획이 공시된 다음 날부터 발행가격이 결정되는 날까지만 공매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기간 공매도한 투자자의 유상증자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2021년 통과됐다. 공매도를 통해 발행가격을 끌어내린 뒤 유상증자에 참여해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배정받아 차입주식 상환에 활용하는 차익거래를 방지하고자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했던 지난 2020년 자금조달이 급해진 기업들이 유상증자 등으로 자구책을 펼쳤지만, 기업 주가가 공매도로 지나치게 폭락하자 나온 방안이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마련하고자 유상증자를 결정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곧장 공매도 비율이 23.54%까지 급등했다. 그 여파로 신주 발행가격이 급락하면서 증자 규모는 계획보다 20% 이상 줄었다.

문제는 발행가액 확정일부터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는 신규상장일까지는 한달여가량이 더 소요된다는 점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일반공모 청약일까지도 공매도 세력이 들어갈 시간은 10일가량으로 충분하다.

최근 유상증자를 진행한 코스모화학은 지난달 16일 확정 발행가액 공고가 나온 뒤 18일 우리사주조합, 18일~19일 구주주, 23일~24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했다.

코스모화학 공매도 비율은 발행가액 확정일 전주 6%대였는데, 확정 발행가액이 나온 뒤 22.41%까지 뛰었다. 일반공모 청약이 끝나고 나서야 지난달 26일 공매도 비율은 6%로 내려갔다.

공매도가 급증한 이 기간 코스모화학 주가는 15.03% 하락해 3만2천800원까지 내렸다. 통상 기업이 유상증자를 결정하면 주가가 선반영해 내려간다. 하지만 유상증자 결정일부터 발행가액 확정일까지의 주가 하락 폭이 8.34%였던 점을 고려하면 내림세가 더 가팔랐다.

그 여파로 코스모화학 주가는 유상증자 발행가액인 3만2천700원과의 차이가 단 100원까지 좁혀졌다.

공매도 세력만 주가 하락 이득을 취하고,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유상증자 메리트가 거의 사라진 셈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 제도를 잘 아는 IB가 외국계 또는 사모펀드 기관으로 넘어가서 제도를 활용해 '돈 놓고 돈 먹기'를 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도 대차를 이용할 순 있지만 기관이 쓸어가서 남아있는 대차 물량이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투자, 채무상환, 운용자금 등 목적으로 자금을 증가시키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회사 입장에서도 주가 하락으로 그 효과가 반감된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증자는 기업자금 조달 이슈가 있는 곳인데 주가가 하락하면 조달 금액이 줄어든다"며 "일반적인 공매도는 찬반이 갈릴 수 있지만, 증자라는 특별 이벤트를 이용해 들어온 공매도로 형성된 가격은 공정가격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더 강력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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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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