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억울하다…자발적 출연에 사회공헌 분류 적절"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 사회공헌활동 규모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휴면예금을 제외할 것을 권고했다.
청구권이 소멸되긴 했지만 사실상 고객이 맡긴 돈을 갖고 공익 목적 사업에 활용하는 것을 은행의 사회공헌활동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한 논란이 있고, 은행들이 이를 통해 실적을 부풀리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두고 '기득권층'이라고 저격한 이후,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한 상생금융 확대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은행들은 추가로 사회공헌활동 규모를 늘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당국 "휴면예금은 고객 돈…사회공헌 실적서 빼라"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2022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와 관련, 서민금융 사업 지원 항목 가운데 휴면예금을 사회공헌활동의 실적에서 제외하라는 메시지를 은행권에 전달했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상반기 구성한 '은행 경영·영업관행 개선 TF' 실무작업반에서 휴면예금이 서민금융지원금으로 분류돼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실적으로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낸 바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포함시키지 말라'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휴면예금이 은행권 사회공헌활동 금액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등 실적 부풀리기 오해 소지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면서 "엄밀하게 보면 휴면예금은 은행의 돈이 아닐 뿐더러 사회공헌의 취지와도 맞지 않기 때문에 제외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휴면예금은 법률 또는 당사자의 약정에 따라 채권,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은행예금이다.
고객이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한 이후 5년간 거래를 하지 않으면 휴면예금으로 분류된다.
은행들은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휴면예금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한다. 이 돈은 저소득·저신용자의 대출 지원 등 공익 목적 사업에 사용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1조2천3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증가했다. 이 중 3천320억원이 휴면예금으로 전체 실적의 26%에 달했다.
은행들은 서민금융, 지역사회·공익, 학술·교육, 메세나(문화·예술·체육), 환경, 글로벌 등 6개 분야로 나눠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휴면예금은 서민금융 분야의 90% 이상을 구성하고 있다.
사실상 은행들이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휴면예금으로 서민금융 지원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종노릇', '은행 갑질' 등 은행을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서민금융 지원 강화를 주문한 만큼 은행들의 고민도 커졌다.
은행연합회는 금융당국의 강경 메시지가 나온 만큼 향후 은행들과 사회공헌활동 항목 변경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휴면예금, 은행 소유…자발적 출연에 사회공헌 적절"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회공헌활동 실적을 계산할 때 오래전부터 휴면예금, 수표출연은 항상 포함돼 있던 내용인 데다, 이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 공익사업 재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사회공헌 활동으로 분류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의 자료 작성 기준에 따라 취합한 것으로 은행연합회에서 명확히 확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휴면예금이란 단어 자체가 고객의 돈을 은행이 단순히 오래 갖고 있다는 느낌이지만 사실 법적으로 보면 은행 소유가 된다"며 "그럼에도 도의적으로 올바르지 않아 자발적으로 은행들이 출연을 하니 사회공헌 사업으로 분류되는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은행이 자발적으로 휴면예금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 공익 목적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사회공헌사업으로 분류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실제로 휴면예금 관리를 규율하는 서민금융법도 은행의 출연을 강제하고 있진 않다.
서민금융법 제40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휴면예금을 휴면계정에 출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도 서민금융권과 협약의 형태로 휴면예금을 출연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윤 대통령의 작심 비판에 사회공헌까지 불똥이 튀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정부가 그간 은행권이 추진해온 상생금융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판단하며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의 휴면예금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 내용까지 공개되면서 타깃이 됐다는 것이다.
향후 휴면예금이 은행권 사회공헌활동 실적에서 제외될 경우 은행들 입장에선 서민지원확대 등 정부의 상생금융 강화 방침에 따른 새로운 방안 마련에 고민이 큰 상황이다.
sgyoon@yna.co.kr
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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