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4L 생각보다 장기간 지속된다는 가정하 운용"
"내년 주가 변동성 여전…인플레이션 끈질길 것"
[※편집자 주 =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하는 등 올해 내내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을 비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불확실성 속에 내년 운용 전략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집니다. 연합인포맥스는 투자업계 큰손인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를 이끄는 자산운용책임자(CIO)들의 내년 기금운용 전략을 소개하는 기획 인터뷰를 매주 연재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수십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연기금·공제회 CIO 자리는 누구나 탐내한다. 공개모집 할 때마다 20여명의 수준 높은 지원자가 몰리며 뜨거운 열기를 입증한다.
그런 자리를 무려 7년 넘게 유지한 주인공이 있다. 이도윤 노란우산공제 CIO 얘기다.
전관예우 차원에서 퇴직 경찰들이 오던 경찰공제회 CIO 자리를 지난 2016년 10월, 첫 외부 출신으로 맡기 시작했다. 경찰공제회 CIO로 있는 동안 2조원대이던 운용자산을 70%가량 성장시키며 4조원 가까운 수준까지 늘렸다.
노란우산공제 CIO로 둥지를 옮긴 건 지난 2021년이다. 그가 오기 전 14조5천억원이던 노란우산공제 운용자산은 지난해 말 20조5천억원까지 커졌다. 운용 실적을 인정받아 1년 연임권을 얻었다.
'미다스 손' 이도윤 CIO가 도합 8년 차 CIO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운용 능력 못지않은 리더십이었다.
훌륭한 인재가 한곳에 모여있는 공제회지만, 순환근무라는 제도적 특성상 운용만 몇십년 해 온 증권·운용사 직원들과 비교했을 때 시장 이해도 측면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좋다고 들고 오는 상품이라면 믿고 가는 분위기였다.
사실 브로커 입장에서는 커미션을 많이 챙길 수 있는 수익률 높은 상품이 좋다. 수익률이 높다는 건 리스크도 크다는 의미지만, 그들에겐 상관이 없다. 리스크를 떠안는 건 투자하는 공제회 몫이다.
공제회 CIO로 온 뒤 가장 먼저 한 건 리스크 관리 체계 점검, 그리고 그 차원에서 진행한 직원 전문성 강화였다.
회의 때마다 한 사람씩 시장 얘기를 하도록 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렇답니다"가 아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를 요구하니 리서치 자료를 여러 개 찾아보며 체득할 수밖에 없었다. 초반엔 불만을 피할 순 없었다. 공부까지 업무가 된 직원 입장에선 당연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경쟁력은 높아졌다. 브로커가 가져온 상품을 구별하는 능력이 가미됐고, 외부에서 스카우트 돼서 떠난 직원도 생겼다.
◇내년 금융시장 움직이는 키는 '장기금리'…H4L 예상
이도윤 CIO를 필두로 경쟁력 높아진 직원들이 모여있는 노란우산공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금융시장은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H4L)'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CIO는 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금리인하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H4L이 생각보다 장기간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운용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끄는 노란우산공제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자체보다는 '장기채권 금리 향방'이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키라고 바라본다.
이 CIO는 "미국은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금리인하 분위기를 유동해 돈을 회수하려 하지만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국채 발행으로 돈을 풀고 있다"며 "사상 유례없이 풀린 돈을 생각하면 고금리는 더 오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지난 2018년대 물가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과 기준금리 인하기에도 정부 부문에서 재정 적자와 채권 발행이 증가하는 등 적극적 재정 확대가 이어지면서, 장기금리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상황을 확인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노란우산공제는 이미 올해 초부터 H4L로 대변되는 고금리 사이클에 대응하고 있다. 금리 급등 시점마다 목표수익률을 초과하는 종목 중심으로 우량채권을 분할 매수했다.
내년부터는 글로벌 하이일드 만기·차환 도래 물량이 많아 국내 크레디트 스프레드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크레디트 리스크를 고려해 국채와 함께 시중은행채, 우량등급 회사채 위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 CIO는 "캐리 수익이 주요 전략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공사채와 통안채는 많이 투자하고 있지 않으며, 일부 저등급 여전채는 아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지양한다"며 "분할매수로 만기도래 채권을 고금리로 차환하며 채권 포트폴리오 평균수익률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에쿼티보단 사모대출…프로젝트 자산보단 블라인드 투자
주식은 유연성이 떨어지는 위탁운용 대신 상장지수펀드(ETF) 직접 운용에 주력하고 있다.
이 CIO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거의 마무리 국면으로 판단하나, 장기금리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내년에도 주가는 변동성이 계속 클 것으로 전망하나 내년 상반기에는 상승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에쿼티보다는 '사모대출'을 주목하고 있다.
이 CIO는 "에쿼티는 가격 조정이 충분히 됐을 때 들어가야 한다"며 "사모대출펀드(PDF) 등 금리 상승기에 유리한 상품, 개별 프로젝트성 자산 대신 블라인드 투자에 집중해 그동안 오른 금리가 충분히 반영됐는지 여부 등을 주요 요인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에서 투자 자산 회수가 어려워지고 과도한 이자 비용 부담으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세컨더리(secondary) 또는 특수상황(special situation) 전략도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물투자 부문에서는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충분한 담보여력을 보유한 선순위 대출 투자와 향후 시장상황이 안정화된 것으로 판단될 시 글로벌 운용사의 밸류에드(Value-add) 전략 블라인드 펀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미국 내 레드 스테이트 지역 임대형 주거 자산의 펀드멘탈이 양호하며 디지털 인프라 자산이 유망하다"고 판단했다.
내년 가장 큰 리스크로는 '신용위험 현실화'를 꼽았다.
이 CIO는 "선거를 앞두고 두 개의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은 재정적자를 유지하면서 국채 공급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인플레이션은 생각보다 끈질길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위험은 과거 20년간 저금리에 적응하면서 부채 부담을 크게 늘린 경제주체들"이라며 "대체투자라고 하면 메자닌이 대표적이지만, 이젠 관심 두지 않고 선순위 위주로 집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송하린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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