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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가치평가 관행 손들어준 대법…독립성 논란 여전

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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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너티, 교보생명 풋옵션 소송 勝…회계사법 위반 회계사들 최종 무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교보생명의 풋옵션 가치 평가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평가 기준일을 적용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 임직원들이 최종 승소했다.

지난 2018년 시작된 풋옵션 분쟁에서 파생된 이번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일각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교보생명과 어피너티가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서 제3의 합의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글로벌 투자은행(IB) 시장에서는 가치평가 업무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독립성이 외면받은 판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 시장만의 관행을 지적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대법 "원심 일부 적절하지 않지만 문제없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일 대법원 제1부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5명에 대해 모두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인회계사법 상 허위보고 또는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 2021년 초 안진회계법인이 어피너티 등 재무적 투자자(FI)들과 공모해 풋옵션의 공정시장가치(FMV)를 부풀렸다는 혐의로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당시 검찰은 이들은 가치 부풀리기를 위한 공모 정황이 있다고 보고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어피니티와 안진회계법인이 이메일 등을 통해 가치평가 의뢰 당시부터 평가방법, 평가인자는 물론 주당 최종단가 등을 공모했다고 봤다. 이어 안진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은 이를 전문가적 판단을 거쳐 내린 결과인 양 가치평가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근거법 조항을 달리 보고 검찰 측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과거 판례상 가치평가 업무는 기업이 작성한 회계 서류 등 전문적인 회계 지식과 경험에 기초해 주어진 정보로 다른 재무 지식을 동원해 판단하는 업무이며, 공인회계사 외 다른 경제 주체가 이에 대해 평가하고 있으니 형사처벌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결국 대법원이 회계사들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결을 확정하면서 어피너티와 안진 관계자들은 가치 부풀리기 의혹 혐의를 벗었다.

◇ 회색지대에 놓인 가치평가와 가치산정…독립성 어디로

이번 판결을 두고 IB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명확하게 구분되는 가치평가와 가치산정 업무, 그리고 이들 업무의 진행 과정에 수반돼야 하는 독립성에 대한 엄중함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고려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특정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는 법적 분쟁과 관련한 소송에서 사용되는 최고 수준의 인증업무로 본다. 반면 가치산정은 단순한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의 업무로 활용한다.

이 때문에 거래의 관계자 간 합의한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가치산정은 소송이 예정된 경우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미국 금융범죄예방단체 '아리고(Arrigo)'에서는 가치평가는 회계사가 독립적으로 가치를 결정하는 업무로 정의한다. 반면 가치산정은 회계사와 고객이 가치산정 접근법과 방법, 절차 등에 대해 합의하는 업무로 설명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역시 이와 동등한 정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공회가 지난 2008년 8월 공표한 회계법인의 '가치평가 서비스 수행기준'에 따르면 가치평가 업무는 평가자가 가치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가치평가접근법과 방법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다. 그만큼 평가자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반면 가치산정업무는 평가자와 의뢰인이 가치추정 대상에 대해 적용할 가치산정접근법과 방법, 수행할 절차의 범위에 대해 상호 합의를 할 수 있다.

그간 공판 과정에서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이 가치접근법과 최종 풋옵션 행사 가격을 위해 다수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정황이 공개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들이 언급한 가치평가는 가치산정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가치평가, 가치산정에 정의를 미국의 개념 그대로 번역해서 가져온 것인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현실에서는 평가나 산정에 대한 구분이 불분명한 게 현실이다.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제 아래 관행이 원칙이 돼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빅4'로 언급되는 4대 회계법인의 영향력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빅4의 영향력과 네트워크는 상상 그 이상"이라며 "이들의 관행이 질서고 원칙이다"고 꼬집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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