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인포맥스) 온다예 기자 =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금지를 예외 적용없이 확대해야 한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도한 규제로 증시가 퇴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금융위원회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공매도를 둘러싼 압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장조성자·유동성 공급자에 대한 공매도 예외적 허용이 불공정한지 면밀히 검토해달라'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 공매도에) 특이사항이 있는지 금감원에 조사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시장조성자는 해당 시장을 형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역할이 있어서 과거 금지 조치 때도 금지를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라면서도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막을 경우 투자자 보호나 우리 시장 발전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다시 한번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변동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공매도가 늘어난 측면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과 조사를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여당 의원의 질의에 따른 원론적인 답변이었다고 해도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에 회의적이었던 금융위가 갑작스럽게 입장을 뒤집어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논란이 시장조성자 제도에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 "시장조성자, 헤지 위해 공매도 불가피"
금융당국은 지난 6일부터 공매도를 내년 6월 말까지 전면 금지하기로 하면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차입 공매도를 허용했다.
당국은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011년 유럽 재정위기·2020년 코로나 위기 상황 등 시장 충격 상황에서 3차례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는데, 당시에도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는 공매도 금지가 적용되지 않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후에도 공매도가 줄지 않고 있다며 시장조성자 등에 대한 예외 적용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조성자는 거래 양방향으로 호가를 제출해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의 간극을 줄이고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주식시장·파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시장조성자, 상장사나 자산운용사 등과 계약을 맺고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과 같은 상장지수상품(ETP)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유동성공급자라고 부른다.
이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매수호가 체결로 매수 포지션을 보유한 경우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기초자산 종목을 매도해야 하는데, 보유한 기초자산이 없다면 차입 공매도를 반드시 해야 한다.
시장조성자의 헤지를 통해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 NAV 괴리율(ETF 순자산 가치와 ETF 시장가격의 차이)이 줄어들어 시장이 안정된다.
금융당국이나 한국거래소에서도 시장조성자의 역할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거래소는 "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의 예외 공매도가 불허될 경우 시장조성·유동성공급 호가 제출이 어려워 해당 종목 투자자들의 원활한 거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이번 공매도 금지 적용 대상에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를 제외한 이유도 원활한 거래를 위해선 이들의 역할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 이미 시장조성자 업무 축소…업계 우려 가중
시장조성자의 역할이 명확한데도 공매도 예외적용을 두고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시장조성자의 업무 범위는 축소된 상태다. 거래소는 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라 이번 주 파생상품 시장의 시장조성자들의 시장조성 의무를 면제했다. (연합인포맥스가 7일 단독 송고한 '한국거래소, 이번주 시장조성자 의무 면제키로…공매도 자제 조치' 기사 참고)
거래소는 시장조성자들에게 적용되는 의무 호가 스프레드, 의무 호가 수량 기준을 완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데 기준 완화에 앞서 한시적으로 시장조성자의 차입 공매도를 중단하도록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원활한 거래를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시장조성자의 역할인데, 문제가 생겼을 때 비난의 화살을 시장조성자에게 돌리면 누가 그 역할을 하고 싶겠는가"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시장조성자를 통해 증권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지 않다"며 "얻을 수 있는 수익이나 혜택보다 리스크가 더 큰 상황에서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는 증권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성자를 향한 비우호적인 분위기에 부담을 느껴 시장조성자 업무를 그만두는 증권사들도 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는 증권사는 유가증권시장에서 8곳, 코스닥시장에서 9곳이었으나 3분기 들어 각 시장에서 7곳, 8곳으로 줄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장조성자는 NH투자증권·교보증권·미래에셋증권·신영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DB금융투자·NH투자증권·교보증권·미래에셋증권 등이 시장조성자를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 이탈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dyon@yna.co.kr
온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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